기사입력 2008.10.16 02:51 / 기사수정 2008.10.16 02:51
우선, 아랍에미리트전에서 넣은 4골은 앞으로도 대표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 중 4골'이라는 높은 결정력과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깔끔해 내용 면에서 좋았던 것은 물론 골득실, 다득점까지 생각할 수 있는 조별 랭킹 시스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전을 앞두고 세트플레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던 허 감독의 작전이 성공한 경기이기도 했다. 특히, 후반 교체 투입된 김형범은 날카로운 프리킥과 정확한 크로스로 키커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결국, 김형범은 후반 43분 코너킥을 감아 차올려 정확하게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의 머리에 갖다 맞히며 쐐기골을 박아내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4-4-2를 시험해 가능성을 엿본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아랍에미리트 전에서도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 모험을 했다.
평가전에서 다양한 선수 교체를 통해 최상의 조화를 찾는데 주력했던 허 감독은 결국 컨디션이 상승세인 이근호와 정성훈을 선발 출장시켜 공격에서의 강약 조절을 하도록 했다. 정성훈이 높은 키를 이용해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제공권을 장악하며 공간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면 이근호는 그 사이를 비집고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 공격 찬스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정성훈에 집중된 아랍에미리트 수비진들은 어느 선수를 마킹해야 할지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이를 잘 살린 이근호는 적절한 타이밍에 선취골을 넣었고, 여기에 추가골까지 넣으며 백 점 만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박지성과 이청용은 측면 공격 역할이었지만 중앙으로도 침투해 들어가 이근호, 정성훈에게 이어지는 날카로운 패스를 수차례 시도하며 공격을 주도해 갔다. 박지성은 특급 팀 선수답게 넓은 시야를 이용한 위협적인 움직임과 정확한 패스플레이로 아랍에미리트 수비진을 무력화시켰고, 이청용은 활발한 돌파로 공격의 활로를 불어넣는 등 공수 연결, 좌우 균형 면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나갔다.
또한, 중앙에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전반적인 경기를 조율해 나갔던 점도 대량 득점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드필더진에서 공이 연결되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백패스를 자주 보였지만 아랍에미리트 전에서는 짧게 이어지는 것에서부터 길게 찔러주는 것까지 다양한 전진 패스가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도들이 많은 득점기회와 실제 득점까지 연결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 이렇다 할 결정적인 기회조차 주지 않은 수비는 비교적 무난했다. 이영표-곽태휘, 김동진-조용형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는 전반전에 큰 위력을 발휘했다. 좌우 측 풀백인 이영표, 김동진은 공격 타이밍에서 적절하게 올라가 공격 기회를 수차례 살려갔고, 중앙 수비수 곽태휘와 조용형은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갖추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 했다.
다만, 조용형이 볼 컨트롤을 제대로 못한, 단 한 번의 실수로 실점하게 된 부분과 실점 이후인 후반 중반, 아랍에미리트 공격진이 빠르게 역습해 들어가는 상황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대표팀의 경기력은 분명히 향상됐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아랍에미리트가 B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은데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등 힘겨운 싸움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맹주'를 다투는 팀들과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이번 경기를 통해 보인 대표팀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허정무 감독도 "아랍에미리트, 북한이라고 약팀이라 생각하는 것은 섣부르다."라고 강조하면서 "아직 남은 경기가 있기 때문에 미흡한 점을 잘 보완하겠다."라며 이번 경기의 선전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과연,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유쾌한' 한국 축구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유쾌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 축구팬들은 벌써 기대하고 있다.
[사진=이근호(C)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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