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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묘책, 2번 타자 박석민

기사입력 2008.10.14 01:20 / 기사수정 2008.10.14 01:20

김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영환 기자] 사실 삼성은 객관적 지표에서 롯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방어율은 0.5 이상의 차이가 났으며 (롯데 3.68, 삼성 4.42) 타율도 2푼 4리나 롯데가 앞섰다. (롯데. 282 삼성. 258) 상대전적에서도 롯데는 삼성에 큰 차이로 앞서 있었다. 롯데의 대 삼성전 방어율은 3.78로 시즌 평균보다 다소 높았지만, 롯데 타선에 삼성은 무려 4.73의 방어율을 기록해 1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타격 역시 상대 전적에서 롯데는 삼성에 비해 출루율, 타율, 장타율 등 모든 점에서 삼성에 앞서 있었다. 삼성이 롯데보다 나은 것은 17개의 볼넷 숫자뿐이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양상은 전혀 다른 쪽으로 전개되었다. 삼성은 12점, 4점, 6점을 얻어 올 시즌 대 롯데 전 평균 득점보다 높은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 가장 높은 타율과 장타율을 기록한 롯데는 3경기에서 고작 10점만을 얻어내는데 그쳤을 뿐이었다.

롯데가 자랑하는 최강 선발진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3경기에서 송승준, 손민한, 장원준이 기록한 이닝 수는 겨우 11과 1/3이닝이었다. 올 시즌 여덟 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700이닝 대 투구를 선보였던 선발이 무너지자, 유일하게 300이닝 대 투구만을 기록한 구원진은 팀을 지켜내지 못했다.

물론 삼성에서도 5이닝 투구를 기록한 선수는 배영수뿐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올 시즌 유일하게 선발이 600이닝을 넘기지 못한, 애당초 불펜의 힘으로 승리를 일구는 팀이었다. 자기 색깔을 잃어버린 롯데가 힘든 경기를 했음은 당연하다.

1,2차전 삼성의 선발타순에는 경기를 삼성의 것으로 만들려 했던 묘책이 있었다. 바로 박석민의 2번 타자 출장. 박석민은 올해 2번 타자로 20타수만 들어서 단타 4개와 볼넷 3개만을 기록해 평균보다 못한 활약을 보였었다. 그러나 사직에서 벌어진 준PO 1,2차전에서 박석민은 10타수 6안타 3득점 3타점을 올려 올 시즌 2번 타자로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선 감독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선발진의 무게를 응집력 있는 공격으로 만회하겠다는 복안을 마련했고 그것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올 시즌 삼성의 2번 타자 기록은 타율. 212 출루율. 304 장타율. 284이었다. 8개 구단 중 최하위의 2번 타순이었다.

세이버매트리션인 데이비드 핀토에 의하면 (www.baseballmusings.com) 9명의 선수 중 가장 잘 치는 선수가 2번 타순에 배치되었을 때 가장 높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다고 한다. 팀 내에서 가장 출루율이 좋은 박한이가 1번 타자로 나와 출루를 하게 되면, 출루율과 장타율이 두루 좋은 박석민이 2번으로 나와 출루를 해 주자를 늘리던가, 큰 것 한 방으로 단숨에 득점할 수 있는 공식이 완성되는 것이다.

1~3번 타자들은 1회에 무조건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4번 타자는? 4번 타자가 1회에 타석에 들어선 경우는 평균 85.75번으로 3번 타자에 비해 약 40회 정도가 적다. 올 시즌 총 39,018타석이 소비되었는데, 각 팀당 38타석 정도를 한 경기에 쓰는 셈이었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이루어지는 출루숫자는 11회. 9번 타자까지 한 바퀴 돌아 2번 타자에서 경기가 마감되는 것이다.

만약 저 자리에 타율 .212, 출루율 .304, 장타율 .284의 2번 타자가 아닌 타율 .279, 출루율 .385, 장타율. 450의 박석민이 들어섰다면 일 년에 한두 경기 정도는 승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석민은 갈비뼈 부상으로 제 컨디션으로 플레이오프를 맞기 어려워졌다. 두산과의 대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대전적에서 어느 지표 하나 두산보다 월등하게 나은 것이 없다. 삼성의 자랑이던 불펜 방어율(괄호 안) 역시 두산에 뒤지고 있다. 무엇보다 도루에서 19개나 내준 것이 뼈아프다.

삼성이 롯데를 잡아낸 것 중 가장 두드러진 기록은 볼넷이었다. 올 시즌 기록처럼 이번 준PO 3연전을 통해서 삼성은 롯데보다 15개나 많은 21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롯데 투수진의 투구수는 550구로 삼성의 450구보다 꼭 100구가 더 많았다.

두산을 상대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의 새로운 비책은 무엇일까. 이번 플레이오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사진=삼성라이온스 구단 제공]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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