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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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들의 '박주영 죽이기' 시작됐다?

기사입력 2005.03.01 10:51 / 기사수정 2005.03.01 10:51

김용석 기자

2월 28일 오후 1시 축구판이 발칵 뒤집혔다. 2000년대 최고의 축구유망주로 꼽히고 있는 박주영 선수의 팀이 FC서울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포항스틸러스, 수원삼성, 인천유나이티드, 대구FC, FC서울을 비롯한 국내 구단, 그리고 J리그의 내노라 하는 구단들, 거기다가 레알마드리드를 비롯한 여러 유럽구단의 공개적인 관심 등 그동안 박주영 선수는 말 그대로 '귀하신 몸'이었다.  


박주영이 FC서울을 택한 이유

그런 박주영이 왜 FC서울행을 택했는가? 몸값이 수십억에 달한다는 그가 고작 연봉 5,000만원에 FC서울의 유니폼을 택한 실질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경험'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본프레레에게 지겹도록 들었던 말.."박주영은 우물안 개구리다, 그의 무대는 청소년일 뿐 성인무대에서 박주영의 실력은 검증받지 못했다"

바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FC서울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J리그를 가지 않고 신인선수 연봉상한선 5,000만원이라는 법적인 제도에 묶여있는 K리그를 택했는가?
이 문제는 원할한 해외이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J리그에 비해서는 K리그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J리그에서 유럽리그로 이적한 선수는 박지성 선수가 유일할 정도로 J리그는 최소한 축구팬들에게는 국내 선수들의 무덤(실력 하락)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K리그는 한국축구팬들의 입김에 비교적 민감할 수 밖에 없으며, 기회가 된다면 그를 보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FC서울은 K리그 구단 중 유럽으로 이적 시킨 선수가 가장 많은 구단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점이 그가 당장의 돈으로 유혹하는 J리그의 오퍼를 뿌리치고, K리그 그것도 FC서울을 택한 이유다.


박주영 선수에게 쏟아지는 축구팬들의 반응

알다시피 FC서울은 작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안티팬들을 많이 갖고 있는 구단 중 하나다.  그런 안티팬들의 눈에는 이번 박주영의 FC서울행이 곱게 보일리 만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몇일전만 하더라도 박주영은 대한민국 축구계의 영웅이었다. 

지금까지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단 한번 있었는데 바로 '기도세레머니' 가 그 발단이었다. 당시 몇몇 축구팬들은 기도세레머니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세레머니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했었다. 결국 이것이 언론의 입김을 탔고 박주영 선수 본인의 입에서 그에 대한 확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세레머니는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것이다. 그것은 나의 자유이고, 그 누구도 그런 자유를 빼앗아 갈 수 없다"

한마디로 선수 개인의 권한인 세레머니에 대해서 팬들은 왈가왈부하지 말아라는 것이었다.  너무 건방지지 않은가? 감히 위대한 축구팬들의 말을 거역하다니?

그러나 축구팬들은 그에게 만큼은 관대했다. 어떻게 보면 건방진 저런 인터뷰는 곧바로 '박주영 자신감 있는 모습 보기 좋다'로 바뀌었고, '이제 우리 더 이상 박주영 선수 세레모니 갖고 뭐라 하지 말자'라는 축구팬들의 암묵적인 동의를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그동안 건방지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이천수 선수가 들으면 통곡할 일이지만 아무튼 그만큼 소름끼치도록 박주영 선수의 열풍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축구는 몰라도 박주영은 안다'라고 할 정도로 모든 국민들이 관심의 대상이었던 그가 오늘 몇몇 축구를 엄청 사랑하다는 축구팬들에게 호되게 비난받고 있다. 

그를 비난하는 축구팬들의 가장 큰 이유는 연고이전을 한 FC서울을 택했기 때문이고, 둘째로 자신을 키워준 포항을 배신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그 뒤를 잇는다. (포항은 박주영 선수를 유학을 보내준 것과 박주영의 모교인 청구고가 포항의 지원을 받는 학교라는 것으로 자신의 팀으로 와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늘 포항은 공개적으로 유학비 5000만원을 박주영선수에게 받아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포항을 배신해서 그를 비난한다는 축구팬들의 의견은 설득력을 잃는다. 부산에서 영구결번까지 해주면서 해외로 이적시켜주었던 송종국 선수는 지금 수원에 정착해있다. 물론 입단과정에서 약간의 비난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큰 것은 아니었다. 또 서정원은 과거 안양LG를 배신(축구팬들의 논리대로 하면 배신)하고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수원으로 갔다. 지금은 수원의 상징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존재가 됐다. 또한, 서정원 선수는 수원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급작스럽게 해외이적을 추진, 성공했다.(이것도 축구팬들의 논리대로라면 배신아닌가?)김은중 선수는 대전에서 서울로 이적했다는 이유로 대전원정에서 목메달려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했다(서포터들의 김은중 교수형 퍼포먼스)

또한, 전남은 올바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장수 감독을 잔인하게 내쳐버렸다(전남구단은 배신자). 이런 논리라면 K리그는 배신자들의 리그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지 않는가? 
 
과연 이것이 그가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스포츠계에서 트레이드나 선수간의 이적만큼 흥미로운 요소도 없다. 매년 똑같은 선수단을 구성해 당연한 승부를 보는 것보다 어제는 적에서 오늘은 동지, 이렇게 선수를 구성해보면 최강의 드림팀이 될 수 있을텐데라는 꿈을 실현시켜나가는 프로의 세계가 진정 프로의 참맛 아닐까?

결론적으로 박주영 선수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를 비난받게 할 거리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서운 축구팬

필자는 축구팬들이 진짜 무섭다. 경기장에서도 그렇고 온라인 상에서도 그렇다. 과거 이천수 선수가 올스타전에서 집단적으로 야유를 받은 적이 있다. 이유는 월드컵자서전 때문이었는데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곳에 모였던 K리그 구단의 전체 써포터들이 이천수 선수가 공만 잡으면 야유를 보냈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 일반 관중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는데 일반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을때마다 엄청 술렁거렸었던 것을 기억한다.

"재네 도대체 왜 저렇게 이천수를 괴롭히냐?" "왜 그런데? 야유하는 이유가 뭐야?" 

그렇게 실망감을 보이던 관중들이 그 후에 다시 경기장을 찾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날 이천수 선수는 올스타전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괴로운 얼굴표정을 계속 보였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당시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겠다는 인터뷰를 가끔 하곤 한다.

이동국 선수는 미래가 촉망받는 선수였다.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에게 5:0 참패를 당할때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그 후 프로축구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단어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개동국' 

개발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닉네임이다.  이동국 선수가 얼마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팬들의 그런 여론에 일회일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적이 있다. 그동안 그런 집단괴롭힘(?)에 어지간히 힘들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제는 그런 축구팬들이 이제 박주영 죽이기에 나설려는 모양이다. 

"FC서울에 있는 한 박주영도 패륜일 뿐"
"포항을 떠난 배신자"
"K리그를 그저 유럽을 거쳐가는 정류장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종류도 각앙각색, 다양한 비난 의견들이 박주영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앞으로 이런 비난의 거리들은 더 많이 생겨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박주영은 2월28일, J리그를 안가고 K리그에서 뛰다가 해외로 이적하겠다는 말밖에 한 적이 없다. 그 어떤 K리그 비하발언도..FC서울의 연고이전 찬성 발언도 한적이 없다.

그저 K리그에서 열심히 축구만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를 죽이기 위해서 몇몇 축구팬(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아니 그래야 한다)들이 칼을 갈고 있다. 차라리 이처럼 살벌한 K리그 보다는 J리그로 가는 것이 박주영 개인에게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K 리그 판이 이처럼 무섭고 두려운 적이 없다.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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