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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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슛으로 본 KBL (4) - 삼성, SK, TG삼보

기사입력 2005.03.01 06:30 / 기사수정 2005.03.01 06:30

이은정 기자
3점슛 순위 8, 9, 10위를 차지한 삼성, SK, TG는 확실한 슈터가 없거나 슈터에게 기복이 있다. 또한 3점슛을 위한 패턴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팀마다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법은 제각각 틀리다.


- 서울 삼성 썬더스  

삼성의 외곽슈터는 스케일과 이규섭이다. 스케일의 경우는 내외곽을 휘저어 줄 스윙맨으로 뽑은 선수인데 나름대로 자기 역할은 충실히 해주지만 클러치 슈터 역할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그 점은 이규섭 역시 마찬가지다.

이규섭은 다재다능한 장신슈터로 올시즌 슈팅 적중률을 많이 높인 케이스다. 그러나 현 KBL이 원하는 단조로운 플레이에는 맞지 않는 선수다. 신장대비 빠르고 슈팅이 좋다는 것은 좀더 작은 신장의 더 빠르고 더 슈팅 적중률이 높은 선수에게 경쟁이 밀린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율이 떨어지는(?) 이규섭에게 슈팅연습 500번을 추가하는 대신(!)에 팀 수비를 견고히 해서 짠물 수비로 높이의 우위를 충분히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가장 안타까운 것은 3시즌간 거의 변화 없이 비슷한 선수들로 팀을 꾸려가면서도 식스맨으로 써먹을 만만한 퓨어슈터 하나 키워내지 못하고 팀수비마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식스맨 활용은 거의 되지 않고 있고 외곽 찬스를 강화할 패턴마저 변변히 없다.

특히 외곽에서 상대팀의 스크린이나 픽앤롤을 막기 위한 로테이션 수비는 최악이다. 상대팀에게 속수무책으로 3점을 허용하는 걸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상대팀에 허용한 3점슛 1위)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팀캐미스트리가 깨진 점, 슈터가 부족한 점, 서장훈과 주희정의 플레이스타일이 안 맞는 점 모두 나름대로 수긍할 수 있지만 그래도 3년 연속으로 대기엔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코칭스탭과 프런트에게 월급 주는 이유는 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게 아닌가?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코칭스탭과 프런트가 아무 도움이 못될 것 같으면 선수들끼리 뛰게 하지 뭐하러 월급을 주고 있을까? 더구나 KBL리그는  베스트 5에 용병을 2명이나(그것도 자유계약제로) 끼워 넣을 수 있다. 감독이 팀 캐미스트리를 조율할 수 있는 재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던 삼성 선수들의 약점이나 줄줄이 늘어놓느니 차라리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는 최악의 극단적인 생각까지 든다. 서장훈, 주희정, 이규섭...선수들이 가진 재능과 네임벨류가 아깝다. 약점 없는 선수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만큼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가는 코칭스탭의 역량 문제라고 생각한다.


스케일 - 좀더 자신감 있었으면 좋겠다. 슬래셔로 테크닉은 충분한 선수인데 지나치게 소심하다.


이규섭 - 3점 슈터로서 이규섭은 평범하다. 하지만 3점슛을 옵션으로 가지고 있는 이규섭은 무섭다.

이규섭의 슛타이밍 잡는 것도 느리고 릴리스 속도도 평범하다. 신장이 있어 블록슛 하기는 어렵지만 스크린 받아 돌아 나오는 속도는 빠르지 못하다. 그러나 이규섭은 동 신장대 선수 중에서도 각별히 뛰어난 파워를 지니고 있는 선수다. 드라이브인을 막기도 포스트업을 막기도 껄끄러운데 외곽까지 갖추면 부담이 한층 가중된다.

그러나 고기칼로 고구마 깎아 먹으며 길어서 쓰기 불편하다고 불평하면 칼을 나무라야 할까? 사람을 나무라야 할까?  



- 서울 SK 나이츠

서울 SK는 조상현이라는 확실한 외곽슈터가 있다. 거기에 랭이라는 정통센터 그리고 탄탄한 가드라인까지 있다. 조상현 말고 확실한 외곽 슈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픈찬스 외곽슛 정도는 충분히 넣어주고도 남을만한 재능을 선수마다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외곽 득점이 약한 것일까? 아니 외곽 득점 뿐이 아니다. 3점슛 9위, 3점 성공률 8위, 득점 9위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에 비해 도무지 신통치 않은 성적표다.

이상윤 감독은 선수들 자율에 맡기는 패싱게임을 선호하는 감독이다. 그러나 SK선수들은 대개 스타플레이어들로 자기 포지션에 맞는 플레이에 주력해온 선수들이다. 선수들의 득점력을 남김없이 끌어내기 위해서는 좀더 명확한 역할이 주어져야 하는데 목적이 불분명한 패싱게임은 게임을 느슨하게 할뿐이다.

패싱게임은 원래 선수들이 반드시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원활하게 패스가 돌아간다. 그런데 SK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스타플레이어이다. 물론 그런 기질은 어느 레벨 이상의 선수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미덕이기는 하다. 반대로 자기에게서 공이 멀어지면 그건 팀메이트의 책임이 된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서 선수들은 끊임없는 개인플레이로 일삼는가 하면 종종 루즈해진다.

개인기에 의한 득점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공률도 떨어지고 피로도 많이 쌓인다. 마찬가지로 팀수비가 따라주지 않으면 파울이 늘어나고 쉽게 뚫린다. 특히 외곽슛 찬스는 패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기를 통해 3점슛 찬스를 만들려니 한마디로 효율성이 낮은 게임을 할 수맊에 없다. 게임을 해갈수록 조직력이 다져지는 게 아니라 팀원들간의 불신이 늘어나고 조직력이 해이해진다.

이상윤 감독이 예전에 맡았던 코리아탠더는 패싱게임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팀이다.

예전에 코리아탠더 시절의 패싱게임을 두고 어지럽다라고 불평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의 세세한 부분을 두고 한 얘기고 전체적인 코리아탠더 플레이를 본다면 역할 분담도 확실하고 나름대로 틀이 견고했다.

이버츠가 득점의 중심에서 서서 공격을 이끌어가고 그 가운데 페리가 블루워커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팀의 모자라는 부분은 모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대개 식스맨들이 경기 도중 종종 '타자(관객)'이 되어버리는 것과 반대로 코리아탠더 선수들은 공을 팀의 에이스에게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능동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모두가 리바운드 잡고 모두가 패스하고 모두가 슛을 던진다. 드리블을 최대한 적게 해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공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거기에다 선수들과 감독 사이의 신뢰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은 대개 묻혀 버렸다.  

SK는 그 팀과는 성격이 상당히 틀린 팀이다. 성격이 다른 팀에겐 어느 정도 달라진 전술이 좋았을 것 같다.


조상현 - 조상현은 올시즌 슛의 묘미를 깨닫는가 싶었다. 스크린 돌아 나오는 것이며 찬스 잡는 과정이며 적중률까지 슈터로 한단계 뛰어넘는가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으로 부상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 모습은 보지 못했다.

올시즌 초부터 끈덕지게 따라붙는 부상이 조상현의 발전을 막고 SK를 괴롭히고 있다.  

조상현은 요즘 슈터들중 문경은의 뒤를 이어 정통 슈터 계보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그만큼 슛감에서는 탁월하다. 그러나 아직은 스탭을 통해 수비를 떨어버리는 능력이나 스크린 이용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좀더 발전이 필요하다.

그런 점은 단적으로 느꼈던 것은 처음으로 조상현에게 전문수비수가 붙었을 때다. 상대는 이지승으로 KBL레벨의 전문수비수중 높은 레벨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페이스 가드에 들어가자 조상현은 슛을 쏠 수 없게 되었다.

파워와 스피드를 갖추었고 인사이드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점이 조상현의 장점이라면 슈터로서 기술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아직 아쉬움이 없지 않다.

적어도 슈터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전문 수비수가 붙고도 어느 정도까지 떼어낼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부상 없이 차곡차곡 발전하는 모습을 바란다.



- 원주 TG삼보 엑써스  

TG의 경우는 다른 팀에 비해서 현저하게 3점슛이 적다. 그러나 성공률에서는 4위로 아주 나쁜 편은 아니다. 그리고 수비는 실점 최하위, 3점 허용 9위, 리바운드 허용 9위, 상대팀 2점슛 성공률과 3점 성공률을 KBL평균보다 9% 가까이 떨어뜨릴 정도로 살인적인 압박 수비를 가한다.

그렇기에 득점 최하위로도 1위를 꾸준히 고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곽슛의 난조는 종종 TG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TG에서 양경민을 제외하고 가장 확실한 외곽 슈터는 신기성이다. 그러나 TG는 원가드 체체로 신기성에게 리딩과 게임조율의 모든 책임이 돌아간다. 볼 분배와 게임 흐름을 전부 조율하며 공격적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득점이 극도로 풀리지 않으면 신기성이 공격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는 외곽 슛이 정확한 슈터가 아니다.  그리고 더 아쉬운 것은 팀 패턴이나 동료를 이용해서 찬스를 잡는 것에 아직 미숙하다는 점이다. 좀더 동료를 이용해 공격에 참여하면 팀에서 신뢰도 얻을 수 있고 적중률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양경민이 슈팅에 난조를 보일 때 왜 다른 선수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외곽슛에 참여해주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리바운드의 이점이 있는 만큼 비록 정확도가 떨어진다 해도 자신감 있게 던져줘야 하는데 너무 완벽한 찬스를 노려서 공격한다. 확실하게 던져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 TG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나마 최근 이상준이 양경민의 백업으로 자신있게 던져주고 있어 짭짤한 도움이 되고 있다.


양경민 - 양경민은 외곽슛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짭짤한 역할분담을 해준다. 3점슛터로 양경민은 폭발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기술면에서 뛰어난 선수다. 그러나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 큰 아쉬움이다. 안 터지는 날은 지나칠 만큼 안 터진다.


신기성 - 신기성은 원래 슛이 뛰어난 편이다. 많이 던지지는 않지만 적중률이 상당히 높다. PG로서 리딩의 책임이 주어지므로 자주 공격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던질 때는 자신감 있게 던지고 있다.


이상준 - 이상준은 아직 팀을 대표하는 외곽슈터라고 말할 수 없다. 기복이 심하고 수비나 플로어 게임에도 아직 배울 부분이 많다. 그러나 TG에서 가장 자신감 있게 과감히 던져주는 슈터다. 세부적인 기술은 차차 나아지지만 마인드는 타고 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과연 정훈이 군에서 돌아왔을 때 과연 이상준을 제치고 자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이상준 역시 그 무렵이면 군에 갈 시기라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정훈이 라이벌을 궁둥이로 밀어내고 자기 포지션을 차지할 강단이 있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농구는 길이의 싸움이다. 할 수 있다면 기왕이면 1cm라도 긴 선수가, 그리고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개인적으로는 탐탁하다. 정훈은 우선 키가 크고 동급 신장에서 상당히 운동능력도 뛰어나고 유연성이 탁월한 선수다. 재료의 품질로 따지자면 단연 상등품이다.

그러나 가공되지 않은 원석은 시장(프로)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다.(누가 더 이쁘다 밉다 그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그냥 궁시렁궁시렁~)



- 맺는 말

외곽슛은 팀전술의 중요한 한 부분일 뿐 아니라 선수 개인으로서도 슛이 미숙한 선수는 반쪽짜리 선수다.

왓킨스를 3점라인 밖으로 끌어내면 그 어마어마한 윙스펜(양팔을 벌린 넓이)이나 높이의 위력도 반감되는 것처럼 무언가 못하는 선수란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선수다. 그나마 센터의 경우는 포지션의 특이성이 있으므로 센터로서 역할 외의 것까지 해줄 필요는 없지만 가드나 포워드 같이 내외곽을 넘나들어야 하는 포지션에서는 드리블, 패스, 슛 이런 기본적인 기술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는 안된다.

제 아무리 탁월한 3점슛을 가지고 있어도 드리블을 못하면 페이스가드를 떨어버릴 수 없지만 반대로 이것저것 고루 잘해도 외곽슛이 약하면 상대팀의 수비를 편하게 해주고 우리팀 주공격수의 부담을 늘리는 짐 덩어리가 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농구선수가 슛을 못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못하는 것이다. "외곽슛 말고는 아무 것도 몰라요."라는 선수도 정말 곤란하지만 그 슛도 못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국내 선수들이 슛이 약해진 것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자유투에서이다.

분명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농대시절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자유투는 농대시절 그 수준 또는 그 이하가 아닌가 싶다.(문장이 가정형인 이유는 대한농구협회 홈에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어 어렴풋한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 식스맨들 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주전급 선수들은 지금보다 적어도 슛에서는 나았다. 자유투 역시 원앤드원(하나 던지고 들어가면 하나 더 던지는 방식)으로 상당히 불리했는데도 거의 집어넣었다.

지금은 훈련환경이나 모든 면에서 그때보다 훨씬 낫다. 슛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습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더더구나 외국인 선수 위주의 농구는 선수들에게 코트 전체를 쓰지 못하는 버릇(?)을 만들어줬다. 만화 닥터 스쿠르에 보면 라디오 개라는 것이 나온다. 강아지 시절 라디오에 묶여 버릇해서 커서도 라디오에 묶어 놓으면 끈이 닿는 범위에서만 움직인다. 이미 자신의 힘으로 라디오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코트의 어느 부분의 용병 몫 어느 부분은 자신의 몫 이런 식으로 분류하다보면 자기 스스로 움직임을 제한하는 선수가 된다.

기술을 갈고 닦는 것만이 자신감을 얻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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