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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백업' 류지혁의 어떤 하루

기사입력 2017.08.02 06:07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김)재호 형 빈 자리를 꽉 채우진 못해도, 크게 나지 않게끔 하고 싶어요".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날 류지혁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류지혁은 김재호의 공백을 메우는 것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류지혁은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유격수 및 2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1홈런) 5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3점 홈런과 단타, 3루타로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만이 모자란 맹타였다. 류지혁은 한 번의 타석 기회를 더 가질 수 있었지만 아쉽게 허벅지의 당김 증세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류지혁 데뷔 이래 '최고의 하루'였다.

백업 류지혁은 보통 주전 내야수가 부상 등으로 이탈했을 때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김재호가 허리 통증으로 결국 1군에서 제외된 이후 꾸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0경기에 나와 118타수 34안타를 기록했던 류지혁은 올 시즌 2일 경기 전까지 78경기에 나와 41안타 15타점 1홈런 31득점 3할1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백업이지만 풀타임 2년차, 류지혁은 "조금이나마 야구하는 법이라고 해야할까, 1군에서의 방법을 슬슬 알아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야구라도 1군과 2군의 차이가 실력적으로나 분위기나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런 것들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작년에는 상황이 닥치니까 뭣도 모르고 했는데, 그래도 올해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돌아봤다.


작년에는 안타를 쳐도 직구를 쳤는지 변화구를 쳤는지 잘 몰랐다. 공이 오면 치기 바빴다.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감이 생겼다"는 것이 류지혁의 설명이었다. 류지혁은 "수비 위치도 작년에는 로보트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형들 조언이나 전력 분석을 토대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생각하며 조정하고 있다. 성공률은 나쁘지 않다"며 웃었다.

물론 과정은 험난했다. 류지혁이 시즌 전 세운 목표는 "백업이니 많이 나가지도 않겠다, 내야수 중 실책을 가장 적게 하자"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류지혁은 실책 8개로 팀 내 2위에 올라있다. 실수가 많아지면서 생각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지레 마음이 흔들렸고, 그러면서 더 실수를 하게되는 악순환이 일었다. 그간의 경기들을 돌아보며 류지혁은 이런 마음가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래도 류지혁은 "'욕 한 번 먹으면 되지' 하고 생각하니 그나마 조금씩 없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누군가 빠졌을 때 내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좋은 일"이라고 말한 류지혁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제일 허무할 때가 경기에 나가지 않은 날이다. 그냥 연습만 하고, 앉아서 화이팅만 외치다 끝나는 그  하루는 너무 허무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잘하든 못하든 뭔가를 해야 보람차지 않나. 실수를 해도 공부를 한 거고, 잘하면 잘한 거고. 그래서 올 시즌 목표를 100경기로 잡았다"고 밝혔다. 1일까지 류지혁의 출장 수는 78경기. 두산은 앞으로 49번의 경기를 더 치른다.

류지혁은 "나이가 들어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 항상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김재호가 돌아온다면 류지혁은 다시 벤치로 돌아가고,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허무한 하루'가 다시 올 수 있다. 하지만 류지혁은 자신이 그렇게 벤치에만 앉아있기는 아까운 인재라는 것을,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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