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27 17:56 / 기사수정 2008.09.27 17:56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6일 저녁, 태국의 나콘라차시마에서 벌어진 제1회 AVC컵 아시아남자배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중동의 강호 이란에게 세트스코어 2-3(25-13, 15-25, 25-27, 25-15, 7-15)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이번 AVC컵에 참가한 남자대표팀이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최상의 선수 진을 구성했다고는 하지만 2008 양산 코보컵이 끝나고 바로 소집된 선수들은 서로간의 손발을 맞춰볼 시간적인 여유 없이 태국으로 떠났습니다.
올림픽예선전과 월드리그에서 조직력을 다져왔다고는 하지만 연이은 국제대회와 국내대회 출전으로 주전세터 최태웅(32, 삼성화재)을 비롯한 문성민(22, 독일 프리드리히 하펜)은 체력적으로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월드리드 때, 한국남자배구의 문제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듯이 이번 AVC 컵에서도 한국배구가 개선될 점이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기본기 부재, 수비가 안 되는 반쪽짜리 선수들
남자대표팀의 신치용 감독은 한국남자배구의 미래는 문성민을 비롯한 김요한(23, LIG 손해보험), 신영수(26, 대한한공) 등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이 선수들은 좋은 신체조건에 국제대회에서 통하는 높이와 공격력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선수들이 모두 서브리시브와 수비에서 약하고 자잘한 범실이 많다는데 있습니다. 공격과 서브에서는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레프트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들은 필히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따라야 합니다.
26일 있었던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이란은 강타의 서브를 구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목적타 서브를 집요하게 김요한에게 퍼부었고 리시브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김요한의 거듭된 리시브 범실은 이란과 점수 차가 벌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리시브 불안은 김요한에게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리시브의 구멍인 김요한을 대신해 레프트 보공으로 들어온 장광균(27, 대한항공)마저 그리 강하지 않은 이란의 목적타 서브에 흔들리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김요한과 장광균이 버틴 레프트 포지션의 한 자리가 한국이 패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라이트에 왼손잡이 거포 박철우(23, 현대캐피탈)가 합세하고 문성민이 레프트로 이동해서 나름대로 강력한 공격라인을 형성했지만 이 두 주포를 뒤에서 받쳐줄 레프트 보공 자리의 부재가 한국 팀이 해결해야 될 문제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답을 못 찾는 블로킹, 세계 배구의 추세에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한국배구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예선전적 3연승을 포함해 5연승을 거두면서 결승전에 안착했습니다. 준결승전에서는 까다로운 상대였던 중국을 완파하고 예선 첫 경기에서 3-1로 이긴바있는 이란을 결승전에서 만나 AVC 컵 초대 우승국으로 한국이 될 것이 우세하게 점쳐졌습니다.
그러나 한국배구가 안고 있는 과제는 2세트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레프트 한 포지션에서 서브리시브가 해결되지 않자 한국 팀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1세트 때 통했던 강서브가 약화되면서 이란 특유의 빠른 배구가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란은 주전 선수 대부분이 2m을 넘는 장신 군단이었으며 이 선수들이 서브리시브에서 해결점을 찾았을 때, 그 뒤에 이어지는 강하고 빠른 공격은 상당히 위력적입니다. 이란 세터의 토스는 한국의 최태웅보다 한층 빠르고 낮게 공격수들에게 올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빠른 플레이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선수들이 이란의 공격수들을 블로킹으로 잡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한국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문성민이 독일 프리드리히 하펜과의 연습시합에서 빠른 토스와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연습경기에서 고전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문제점을 증명합니다.
한국 남자배구의 세터는 그동안 국제배구의 추세를 쫓아가기보다 예전에 답습했던 높고 정확성 있는 토스에 연연해 왔습니다. 이러한 토스에 익숙해진 한국의 공격수들도 당연히 스피드에서 다른 국가 선수들에 비해 밀리고 있습니다. 또한, 몇 박자 빠르게 이루어지는 국제배구의 공격에 블로킹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결론적으로 리시브와 수비가 안 되는 선수들의 '기본기 완성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장신의 높이를 가진 선수들을 이기려면 그 선수들보다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신치용 감독의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아직도 완성되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할 위치에 서 있습니다. 신 감독은 이미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조련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리시브에서 계속 난조를 보인 김요한을 계속 중용한 것에 대해 반대되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번 대회의 승리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닌, 더욱 강하고 견고한 팀으로 거듭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쓴 경험도 필요합니다.
리시브와 수비력을 다지는 철저한 기본기 훈련과 세계배구의 추세를 따라가기 위한 빠르고 정교한 배구를 구사하기 위해서 레프트 보공과 세터, 그리고 센터들의 조련이 한국남자배구의 과제입니다.
비록 한국남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하더라도 꾸준하게 국제대회에 참가해서 세계 배구의 흐름을 읽고 많은 경험을 쌓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비록 지금은 발전과정이라 결과가 좋지 못하지만 꾸준하게 국제배구를 경험하고 발전해 나간다면 한국배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 = 문성민 (C) 김금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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