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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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와 용병

기사입력 2005.02.25 13:28 / 기사수정 2005.02.25 13:28

이은정 기자

올 시즌 내내 숨가쁘게 엎치락뒤치락 하던 순위 다툼은 6강 당락을 두고 아직 안개 속이다. 순위다툼이야 아리송한 것이 더욱 재미있지만 문제는 팀 속사정마저 6라운드 접어든 지금까지 안개 속이라는 것이다. 오리온스는 용병 2명 다 바꾸게 되므로 팀 색깔을 '알 수 없는 팀'으로 탈바꿈 했다. 순위다툼의 핵심이 될 오리온스의 변화는 과연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토토팬과 농구전문가들은 요즘들어 머리 아플 것 같다. 물론 SBS나 오리온스와 같이 부상으로 인한 교체야 어쩔수 없다지만 지나친 용병 교체는 문제가 많다. 올 시즌 바뀐 용병이 도대체 몇 명인지 이젠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교체가 없었던 한 팀을 빼놓고 팀당 평균 2명씩은 바뀐 셈 아닌가. 농구장에서 살다시피하는 사람도 누가누구로 바뀌었는지 헷갈리는데 가끔 보시는 분들이 과연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과연 이것으로 이번 시즌 용병교체는 종료된 것일까. 농구계 현실에 비추어 보면 쓴맛만 감돈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더더욱 선수의 기량과 전술에 무게를 두는 확률의 스포츠인 농구가 용병의 특수성에 의해 원래 특성을 잃고 도박화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용병이라는 용어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용병이라는 말이 좋은 용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는 외국인 선수라는 말보다 용병이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익숙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따지고보면 우리나라 현행 제도 하에서는 외국인 선수라는 말은 말장난에 가까울 만큼 어울리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선수라면 최소한 팀 전술에 맞춰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데려와야 하고 팀 속서 하나의 팀원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물론 어느 종목이든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때는 국내 선수 평균보다는 높은 기준에서 데려온다. 그만큼 실용성과 기대치를 높인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 농구의 외국인 선수 비중은 그 가치가 변질되고 있다. 

매 시즌 용병들로 인해 리그판도가 뒤집히고 있다. 이런 KBL의 현실은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용병만 바꾸면 팀전력을 바뀔 수도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져온다. 한해도 용병문제로 잡음이 끊긴 적이 없고 용병선택 실수로 옷을 벗어야 했던 감독 역시 한 둘이 아니다. 또한 외국인 선수 비중이 큰 시즌일수록 더욱 파리목숨이라 할 만큼 용병교체가 심각하다.

물론 외국인 선수들이 가져온 긍정적인 영향은 부정할 생각이 없다. 윌리포드, 워커, 리드 같은 초창기 용병이 보여준 플레이 가능성과 놀라운 운동능력 쇼맨쉽, 그리고 힉스나 단테 존스 같은 용병이 보여준 팀캐미스트리의 변화가 가져온 놀라운 흥행요소는 꼭 그 팀 팬이 아니더라도 환영할 만하다. 

그리고 데이빗 잭슨이 보여준 외곽슈터로서의 기술적인 능력, 랭이 보여준 정통센터 플레이, 이버츠, 네이트 존스, 민랜드, 조 번 같은 스코얼러가 보여주는 인아웃 사이드에서 매끄러운 슛처리 능력 등은 우리 젊은 선수들이 본 받았으면 한다. 홀이나 스케일 같은 선수가 보여주는 운동 능력은 닮으란 소리를 하기 어려워도 테크닉 면에서는 같이 뛰면서 최대한 배울 수 있을 만큼 배워왔으면 한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몇 시즌이나 뛰는가 하는 점이다. 대개 용병 선수들은 2시즌을 넘기기 어렵다. 강백호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잠시 머무는 그들의 기술을 훔치라는 말은 무리다. 국내 선수와 달리 어느 정도 변동이 심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정들 새도 없는 짧은 시간이다. 국내선수의 실력이나 감독의 전술, 선수들의 조화와 팀웍보다 외국인 선수 레벨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팬들의 문제도 많다. 두어 게임 안 좋으면 당장 교체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그것도 어려우면 게시판에서 공공연하게 부진한 용병선수가 다쳤으면 좋겠다는 글도 올라온다. 그것도 팀캐미스트리를 잡아먹는 개인플레이어가 아닌 성실하고 무난한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도 여지없다. 물론 답답한 마음에서 나오는 농담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진정 스포츠팬이라면 경마에 나온 말에 돈을 거는 도박사같은 사고방식은 버리고 진정 그들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것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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