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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친절한 장대높이뛰기 여신' 이신바예바

기사입력 2008.09.24 10:01 / 기사수정 2008.09.24 10:0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장대높이뛰기 여신' 엘레나 이신바예바(26, 러시아)의 전적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의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하기 전까지 세계신기록을 무려 23번이나 갈아 치웠습니다.

어떤 이들은 매번 1cm만 높여서 세계신기록에 도전하는 그녀의 태도에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과 압도적인 기록차이를 유지한 현 시점에서 그녀가 뛰어넘는 1cm는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는 높이입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러시아선수단은 구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난 뒤,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침체된 러시아 선수단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러시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 냈던 선수는 다름 아닌 이신바예바였습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전설적인 선수로 남아있는 '장대높이뛰기 황제' 세르게이 부브카는 옛 소련시절, 국민적인 영웅으로 추앙받던 스포츠 선수였습니다. 육상 트랙 종목에서 단거리 선수들의 기록 행진이 많은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면 필드 종목에서 가장 관중의 시선을 이끄는 종목은 장대높이뛰기입니다.

장대를 이용해 더 높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유연한 신체로 하늘을 수놓으며 솟아오르는 장대높이뛰기는 육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되었고 '필드 종목의 꽃'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부브카의 영향과 그 뒤를 이은 선수들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 종목에 거는 자존심은 상당합니다. 과거에 부브카가 있었다면 현재는 단연 이신바예바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 스타이기도 합니다.

이신바예바가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 팬들에게 크게 어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기량 때문도 있지만 최고의 위치에서도 늘 겸손하고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매너로 인해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신바예바가 한국에 처음으로 입국한 작년 대구육상대회에서 팬들에게 보여준 정성어린 모습 때문은 많은 화자를 낳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직접 관중석까지 걸어가 자신의 유니폼과 모자에 일일이 사인을 해서 팬들에게 나누어 주는 모습은 다른 종목에서도 흔치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구육상대회에 참가한 이신바예바는 지난해보다 더욱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친절한 모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구 지역에 있는 경북체고에 들려서 유망주들을 대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디를 가고 계속 환하게 웃고 다니는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친절한 모습이 서비스가 아닌, 자신이 가진 소탈한 모습임을 그대로 나타냈습니다.

진정으로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선수는 자라나는 유망주들을 대할 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대충 스케줄에 맞춰서 건성으로 유망주들을 만나고 형식적인 강의를 하고 떠나는 스포츠 스타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신바예바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높이뛰기 유망주들에게 기본적인 장대높이뛰기에 대한 요령을 가르쳐주고 나서 선수들은 물론,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모두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매너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 와중 속에서도 환한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인성적으로도 완성된 선수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23일, 이신바예바와 자리를 함께했던 '역도 여제' 장미란(25, 고양시청)이 그렇고 '대인배 김슨생'으로 불리며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도 그렇습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7, 스위스)도 뛰어난 실력에 최고의 인간미까지 갖춰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링 위에서 나타나는 강한 포스와는 달리 따뜻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는 '60억분의 1의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2, 러시아)도 그렇습니다.

이신바예바 역시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뛰어난 매너를 가진 선수 중 한 명입니다. 빡빡한 스케줄들을 소화하면서도 이렇게 프로다운 모습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러한 모습의 조명보다는 이번 방문에 이신바예바와 동행한 한 남자에 대한 질문과 시선이 계속 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가 이신바예바가 각별한 사이인 것에 대한 질문은 처음에 했던 한 두 번의 질문으로 충분했습니다. 당사자인 이신바예바는 이미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고 싶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특정인들의 사생활에 민감하게 파고드는 우리네의 시선은 그들에게 당황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신바예바는 한국인들이 너무 친절하고 다정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가 이러한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이신바예바가 아닌, 다른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내한해도 그들이 좋은 인상을 받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해야만 한국 스포츠 문화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보다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절한' 이신바예바에게서 나타나는 성숙한 모습은 기량만을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의 발전도 최고의 선수가 되는데 가장 필요한 것임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 엘레나 이신바예바 (C)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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