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표가 발표된 순간,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던 양 팀입니다. 각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위와의 격차도 무시못 할 정도로 큽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스쿼드가 탄탄한 첼시가 좀더 유리했겠지만 로벤 등 총 8명의 선수가 부상당함으로써 첼시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 됐습니다.
[바르셀로나]
올 시즌 후반기 잠시 주춤하는가 싶었던 바로셀로나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캄프가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곳 중 하나임을 감안한다면, 누캄프 원정경험이 있는 마켈렐레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최대 강점은 패싱머신이라 불리울만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조화일 것입니다. 동시에 서로 다른 패스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첼시로써는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격진
바르셀로나의 최대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전문 공격수가 라르손의 부상으로 에투 혼자 뿐입니다. 에투가 리그 득점 1위와 챔피언스 리그 3골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윈터 브레이크 기간에 영입한 막시 로페즈 외에 백업 멤버가 없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윙포워드로 호나우딩요와 지울리가 있지만, 전문 공격수가 아니기에 에투의 부상과 체력 저하가 공격진에서의 최대 위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부상으로 백업멤버층이 빈약해진 스쿼드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울리가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호나우딩요의 위기 때 터지는 한방과 예측할 수 없는 패스는 여전합니다.
미드필더진
데코가 물오른 기량을 보여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샤비 에르난데스 또한, 가히 ‘과르디올라의 재래’라 칭할만 합니다. 특히, 올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인 에드미우손과 모타의 장기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마르케즈가 미드필더로 올라와 훌륭히 메꿔준 것은 대단하다 할 수 있겠죠.
공격진과 미드필더진 모두 상당히 패스에 재능이 있고, 볼을 소유하는 것에 있어 첼시보다 한수 위에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첼시의 미드필더들이 마케렐레를 제외하고 이러한 스타일의 선수를 마크해 본 경험이 극히 드물다는 것에 더욱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윈터 브레이크기간에 영입한 노장 알베르티니는 롱패스를 비롯, 패스 선택의 다양성을 높여주며 마르케즈의 부담을 낮춰주고 있습니다.
수비진
수비수인 척하는 공격수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이하 지오)와 비야레알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이번 시즌 영입한 벨레티의 엄청난 오버래핑은 양날의 칼입니다. 첼시의 양 윙포워드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최대 위협요소가 되었을테죠.
올 시즌 후반에 실점이 많은 것과 패배한 경기에서의 실점들이 대부분 윙백의 오버래핑이후 빈 공간을 노린 패스로 인한 점이라는 것 때문에 로벤과 더프의 부상 공백은 첼시로서는 뼈아플 것입니다. 중앙에는 만능 수비수 ‘황소’ 푸욜이 올레게르와 좋은 호흡을 보였지만 올레게르가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되어 마르케즈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가 보여준 엄청난 수비능력에는 손색이 없지만 올 시즌 최소실점을 보이면서 리그 1위를 지켜주고 있는 수비진이라, 로벤이 빠진 뒤 득점율이 1점대에 못미치고 있는 첼시가 뚫기란 다소 버거워 보이는군요.
[첼시]
역량에 있어 무링요 감독은 레이카르트 감독에 비해 2수는 위에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무링요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패가 8명의 선수가 부상당함으로써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최대 변수가 되겠지요.
올 시즌, 미드필더와 수비조직이 공간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 윙포워드의 부상은 내심 불꽃튀는 경기를 바라던 팬들에게 아쉬움을 줍니다.
공격진
꾸준한 공격수 구드욘센과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을 못한 듯 보이는 케즈만을 제외한 선수 전원이 부상입니다. 구드욘센이 포워드 중에서는 수준급의 패스를 가지고 있지만, 득점력이 아주 빼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지금 첼시에게는 한방을 가지고 있는 해결사 선수가 필요합니다. 구드욘센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해결사라기보다는 무브먼트를 이용해 공간을 창출하여 다른 선수의 득점을 유도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미드필더진
수비진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미드필더진이 건재하긴 합니다. 마케렐레, 스메르틴, 람파드 세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공격에 있어서 활발한 패서의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미뤄 원정에서는 수비적으로 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조커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조 콜이 주전의 부상을 기회로 선발 출장할 듯 합니다. 윙포워드에게 찬스만 만들어주면 되던 상황에서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었습니다. 조 콜이 웨스트 햄에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첼시가 경기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겠죠.
수비진
갈라와 웨인 브릿지, 백업 멤버 후트의 부상으로 리그 도합 12실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수비능력을 보여주어 다소 흔들린 모습입니다. 그러나, 카르발료가 부상에서 복귀해 좋은 기량을 선보였고 존 테리가 공수양면에서 걸출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되는 부분인데요.
페레이라와 함께 측면을 맡을 글렌 존슨이 뉴캐슬전에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예전의 완벽하리만치 단단한 수비진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깨지지 않을 듯하던 무실점 기록을 깨버린 체흐가 있는 골문은 발데스에 비해 근소하게 우위에 있다고도 보입니다. 그러나, 둘다 워낙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에 섣부른 예측은 어려울 듯 합니다.
[글을 마치며]
차포를 다 떼고 원정에 임하는 첼시가 수비조직마저 부상으로 어려운 상황이므로 수비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올 시즌 거칠 것 없는 상승세가 뉴캐슬전을 기점으로 다소 꺽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뉴캐슬전에서 보여준 감명깊은 투혼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팀의 정신력과 조직력이 무너졌다는 것은 속단이겠지요.
‘선 수비 후 역습’으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지략가인 무링요 감독이 어떠한 전술로 누캄프에서의 일전을 치뤄내 최후의 승자가 될 지, 아니면 여기서 트리플의 꿈을 접게 될 지 궁금합니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경기가, 부상으로 빛이 좀 바랜 듯 해 아쉽지만 그래도 멋진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