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림픽 이후 20년, 공연장, 스포츠센터, 공원··· 경기장들의 다양한 변신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1988년 9월 17일, 오전 10시. 동서가 한데 어울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88 서울올림픽이 개막됐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8년 9월 17일. 그때보다 날씨는 덥지만 파란 하늘은 여전한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린 것도 벌써 20년이나 됐다.

160개국 1만 3천여 명의 선수단이 서울에서 감동과 환희의 드라마를 쓰며, '평화의 제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인 종합 4위를 차지하며 전국을 들썩이게 했고, 양궁 김수녕, 탁구 유남규, 현정화, 복싱 김광선 등 올림픽 스타가 대거 탄생해 지금까지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 88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였던 잠실올림픽주경기장

20년 전, 치열한 승부와 감동이 펼쳐진 경기장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올림픽 이후 서울시,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위탁받아 운영되면서 각 경기장의 특성에 맞게 관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올림픽 이후에도 축구, 육상 경기를 비롯해 각종 공연, 콘서트 등 대형 행사도 소화하며 '문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때 잔디 관리 문제로 곤욕을 치렀지만 명실상부한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관광 코스로 자리를 잡으며 하루에도 수백 명이 경기장 주변을 찾고 있다. 서울올림픽 경기장이 보고 싶어 경기장을 찾아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 댄 관광객 요네스(30, 영국) 씨는 "여전히 유럽 사람들도 서울올림픽은 좋은 기억이 남아 있는 대회"라고 말하면서 "(마스코트인) 호돌이도 기억나고 (육상 스타) 그리피스 조이너의 화려한 패션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라며 당시의 추억을 되살렸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서울올림픽 당시 구기 종목이 벌어진 실내체육관, 학생체육관,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기존 용도에 맞게 관리가 이뤄지며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특히, 테니스경기장 앞에는 서울올림픽 당시 테니스 대진표가 여전히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잠실실내체육관 (사진 위),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앞에는 서울올림픽 당시 테니스 대진표가 아직도 있다. (사진 아래)

반면,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는 다른 종목 경기장은 새롭게 변신을 꾀하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문화 행사 외에도 스포츠센터, 공원 등 시민들이 찾을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었다. 

역도 경기장이었던 올림픽공원 제3체육관은 올해 초, '우리금융아트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뮤지컬 전용 공연장으로 바뀌며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건물 용도가 완전히 바뀌면서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제3체육관은 2009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세계 최초 케이블 돔 형태로 만들어진 올림픽공원 제1,2 체육관은 서울올림픽 당시 체조, 펜싱 경기가 열렸지만 지금은 격투기 K-1 경기를 비롯해 콘서트, 공연 등 문화 행사에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체육관이자 서울올림픽 때 유도 경기가 펼쳐졌던 장충체육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펜싱)  (사진 위), 올림픽공원 올림픽수영장(사진 아래)


서울올림픽 당시 수영, 다이빙 등 물과 관련한 종목이 펼쳐진 경기장들은 스포츠센터로 변신을 꾀했다. '마린 보이' 박태환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진 올림픽 공원 올림픽 수영장은 최신식으로 리모델링 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수영 경기 외에도 수영, 에어로빅 등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개설돼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서울올림픽 때 다이빙, 수구 경기가 열렸던 잠실 제1수영장은 내부 시설이 낡아 지난 2005년 D 등급을 맞을 만큼 일반 경기를 펼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스포츠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서는 수영 외에도 댄스, 골프 등의 프로그램이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개설돼 운영중인 잠실 제1수영장 (사진 위), 공원화되어 일반에 개방된 경기 고양 원당 종마 목장 (사진 아래)

경기장 주변을 공원화해 일반 시민에 개방하는 시설로 탈바꿈한 곳도 있다. 조정, 카누 경기가 벌어졌던 경기 하남 미사리 일대와 승마 경기가 펼쳐졌던 경기 고양 원당 승마 장애물 경기장은 각각 '미사리 근린 공원', '원당 종마 목장'으로 명칭을 바꾸고 일반인들이 많은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그밖에 사이클 경기가 열렸던 올림픽공원 벨로드롬은 경륜장으로 바뀌었고, 1만석 이상의 규모를 자랑했던 성남 하키장은 축구장으로 개조돼 프로축구 K리그 성남의 홈구장으로 쓰였다.

서울올림픽 당시, 올림픽주경기장 일대와 올림픽공원 내부에 지어진 경기장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장들은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며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는데 밑거름이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올림픽 경기장들은 시민의 생활 속에서 건강과 행복을 충족시키는 이웃으로 당시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김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