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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여자배구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

기사입력 2008.09.03 17:22 / 기사수정 2008.09.03 17:2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2008 기업은행배 KOVO컵 대회가 양산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녀 팀 모두 베이징올림픽 진출에 실패하고 나서 한 국내대회라 분위기는 한풀 꺾여있었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다짐은 남달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보컵에서 나타난 여자배구의 경기력에 대해 적지 않은 배구 팬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프로가 출범하고 난 뒤, 매해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구민정, 강혜미, 장소연,(이상 전 현대건설) 그리고 전천후 플레이어였던 최광희(전 KT&G)이후로 한국여자배구의 색깔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코보컵에서 나타난 여자배구 경기 대해 팬들은 한결같이 '재미가 없다.'라는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원한 공격이 너무나 희박하게 나오는 점과 긴 랠리가 상대방의 범실로 이어져야 끝나는 갑갑함, 그리고 한국여자배구의 전매특허였던 기본기와 수비의 끈끈함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진출 실패 이후, 선수들의 부상 문제와 구단, 그리고 협회와 연맹 등의 이기주의 때문에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참극이 벌어졌지만 이제 문제를 한국여자배구의 ‘경기력’으로 들어가서 곰곰 하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선수들에게 애정 어린 성원과 격려도 필요하지만 지금 한국여자배구의 현실을 놓고 보면 좋은 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애정 어린 '쓴소리'도 필요할 때입니다.

여자배구는 한국 구기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종목입니다.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한국여자배구가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날으는 작은 새’ 조혜정 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의 구구 절절한 목소리를 통해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한 진심 어린 의견들을 들어봤습니다.

기본기의 부재와 여기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도입이 가장 필요

속 시원한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늘 결정타를 외국인 선수에게 책임져야 하는 빈약한 공격력, 어이없는 범실의 속출과 다양한 패턴의 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는 단조로움, 그리고 리시브의 난조와 수비력의 부재로 나타나는 '기본기'의 부재는 현 여자배구의 어두운 단면들입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다이내믹한 경기는 기대하기 어렵고 배구를 심도 있게 보는 이들은 늘 뻔한 패턴이 보이는 여자배구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기민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조 위원은 "이번 코보컵 대회에서 여자부 초청 팀으로 참가하고 있는 양산시청이 승수는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력으로만 놓고 본다면 가장 기본기와 조직력에 충실한 팀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선수들의 기민한 움직임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대회나 국내리그 경기에서 움직임이 적고 단조로운 패턴의 플레이가 나타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예전에 비해 감독들의 위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점이 문제이고 선수들과 진심으로 하나가 돼 선수단을 장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 아쉽게 여겨진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선수가 성장하는 시점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는 기본기 훈련이 무엇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문제점은 늘 이기는 배구만을 추구해서 선수들이 정작 배워야 할 기본기 훈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제 국제대회를 보면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미의 선수들도 예전에 비해 기본기와 수비력이 많이 향상된 상태입니다. 수비가 잘 안 되는 선수가 후위에 있을 시에, 리시브가 되는 선수로 교체하는 풍토가 한국여자배구에는 아직도 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이러한 추세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조 위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좋은 예를 들면 김연경(20, 흥국생명)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의 공격수들 중, 수비와 리시브, 그리고 공격이 한꺼번에 잘되는 대표적인 선수는 김연경인데 어려서 리베로를 했던 경험이 김연경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누구든지 어릴 적부터 수비와 리시브 등, 기본기에 대한 훈련을 잘 시키면 선수가 모든 면에서 성장할 수 있지만 이러한 다채로운 기본기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큰 문제"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조 위원은 "현재 선수들은 예전의 선수들에 비해 체력과 체격적인 면에서는 성장했지만 정작 중요한 기본기는 떨어졌고 체력과 기술을 조합시키는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여기에 조 위원은 솔직한 의견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여자배구 대표선수로 참가했던 어느 선배가 이번 대회의 여자 배구를 보고 '60이 넘은 내가 지금 들어가서 스파이크를 해도 저 정도는 치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현재 여자선수들이 보여주는 공격력은 한눈에 봐도 답답할 정도이고 팬들이 아닌 내가 봐도 재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조 위원은 "외국선수들처럼 공격력에서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볼을 때리는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파워는 어깨뿐만이 아닌 손목의 스냅과 움직이는 발의 순발력 등을 통해 나타난다. 이러한 모든 것을 동반하는 공격을 원활하게 배우지 못한 점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지적하며 "한국여자배구 선수들이 유난히 부상이 많은 것도 이러한 타법에서 기인한다. 발을 움직이면서 어깨와 팔꿈치 등에 가해지는 힘과 충격을 완화한시킨다면 부상은 떨어지는데 이러한 타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훈련에 있어서도 선수들의 부상을 야기하는 나쁜 버릇들은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부상을 방지하고 창의성 있는 지도가 시급하다

외국의 선수들이 자국이나 해외 리그를 마치고 그랑프리대회와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를 치르지만 몸에 붕대나 태핑을 감는 선수들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반면, 한국 여자 배구 선수들은 V리그가 끝나고 나면 매번 수술대에 올라갑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조 위원은 "선수들의 99%는 프로에 입단하기 전에 몸에 부상을 안고 입단한다. 부상을 방지시키는 훈련 방법이 중, 고교시절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배구선수에 알맞은 영양공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선수는 이러한 방침 없이 어린 시절부터 혹사를 당하게 되며 프로팀에 입단해 기나긴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이러한 후유증들이 나타나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한순간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팀과 선수의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플레이의 도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 위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코보컵 대회를 치르는 도중, LIG 손해보험의 박기원 감독을 만났는데 박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플레이 패턴이 지난 V리그에 비해 두세 가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을 보면 김호철 감독의 역량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항상 변화를 추구해야 팀에게 발전이 있고 보는 배구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여자 배구도 이러한 모습이 하루빨리 나타나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주 공격수나 외국인 선수에게 높이 띄우는 단조로운 공격보다 팀의 모든 선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여가며 보여줄 수 있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와야 한다. 지금 안 된다고 해서 그러한 플레이를 멈춰버리면 팀이나 선수들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여자배구가 일본대표팀과 맞붙었을 때, 일본팀의 중앙 이동 속공에 대책 없이 당하는 점도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조 위원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가장 많이 지적받는 한국여자배구의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대해 "센터는 무조건 키만 큰 선수를 데려다 놓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큰 신장도 필요하겠지만 빠른 발과 체공력이 필요한 포지션이 바로 센터자리이다. 빠른 스피드와 체공력, 그리고 손목을 이용한 각도를 만들어야 비로소 좋은 센터로 성장할 수 있다. 중앙의 공격이 이루어져야 양 날개의 공격을 살아나며 후위 공격과 시간차등 보다 다채로운 공격패턴들이 줄지어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라며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대한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한국여자배구에 대한 걱정과 문제점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꼼꼼히 지적한 조 위원은 "협회와 연맹이 새로운 집행부로 출범하면서 배구 발전을 위한 도모가 많이 좋아졌고 열의도 넘쳐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배구선수들의 모습을 보지 못해 느꼈던 아쉬움을 이제 희망으로 발전시켜보려고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에 대해 조 위원은 "코트에 들어가면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생각을 하는 배구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단체 연습만이 아닌 자발적으로 하는 개인 연습의 필요하다. 스스로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지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고치려고 한다면 자신의 플레이에 눈을 뜰 수 있게 된다."라는 충고를 남겼습니다.

올림픽 진출 실패 이후, 위기에 봉착한 한국여자배구는 이제 '한국여자배구 부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두고 달려가야 할 때입니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자국리그의 수준을 향상시켜야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일본에게 당한 11연패의 사슬을 끊고, 태국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의 신흥강호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한국여자배구가 새로운 중흥을 맞이하려면 '현재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하나씩 제대로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 위원은 밝혔습니다.

"한국여자배구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하나를 가르쳐주면 두개 이상의 플레이를 해냈지만 지금은 하나를 주입해도 그 플레이가 안 되는 점이 이렇게 단순화된 배구가 나타나는 여자배구 리그를 만들게 됐다. 단순한 주입식 지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팀플레이를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지도방식이 한국여자배구의 레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한 조 위원의 말처럼 한층 재미있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한국여자배구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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