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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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제대로 즐기기] 2. 공격수의 머릿속

기사입력 2008.09.02 09:28 / 기사수정 2008.09.02 09:28

하완수 기자

Episode 2. 공격수의 머릿속

배구시합을 관전하는 관객들이 알 수 없는 시합장 속에서의 선수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면 수많은 생각, 수많은 경우의 수가 그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관객들은 볼 수 없는 시합장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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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몸이 너무 빨리 지친다.

최소한 매 세트 5점은 책임져 줘야 하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10점도 채 올리지 못한 것 같다. 상대 서브가 집중적으로 들어오면서 리시브 후 공격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타이밍이 너무 짧아서 몇 차례나 상대 블로킹 벽에 대놓고 때리고 말았다.

거기다 세터 토스도 예전보다 볼 끝이 빨리 떨어지면서 공격 각을 만들어내는데도 힘에 부친다.

이번 세트에 들어서도 2단 토스가 올라온 것 중에 3개나 블로킹에 걸리면서 공격리듬까지 잃는 것 같다.

오늘 같은 날은 나에게 공격사인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작전타임 때 감독님이 가운데를 파고들라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리시브 후에 가운데로 파고들만큼  몸이 가볍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쉬고 코트로 들어간다. 분명 상대는 또 나에게 목표서브를 집어넣을 것이다.
가운데 후위에서 리시브를 받고 레프트까지 돌아들어 가려면

최대한 리시브하는 공의 속도를 줄여서 높게 띄워놓고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상대의 서브가 너무 세서 그런지 리시브 후 꼭 몸을 롤링시켜야 해서 더 공격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뒤에 엔드라인을 한번 쳐다본다. 분명 내 가슴 쪽으로 공이 파고들 거니까 웬만하면 오버 토스로 편하게 리시브 한 다음 여유있게 이동공격을 해야겠다. 세터가 사인을 낸다. 다행히 내가 아니라 라이트 후위공격 사인이 나갔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 해도 상대 블로킹을 잡기 위해서는 이동공격을 하는 트릭을 한 박자 바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되뇌어본다.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최대한 무릎을 굽히고 중심을 낮춘다.  상대가 서브를 넣었다, 예상대로 나를 향해서 공이 날아온다.

여유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되풀이해서 말해보지만 공이 끝에서 너무 감겨서 떨어진다.
최대한 팔을 길게 내밀어 손목 안쪽에서 공을 한번 죽여보려고 허리를 굽혀본다.

하지만, 공이 떨어지면서 손목 부근에 공이 맞고 세터에게 너무 빠르게 밀려간다.  이대로는 블로킹을 보면서 라이트 후위공격을 가기에는 공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갑작스럽게 빠르게 공이 밀려가면서 속공 수조차 트릭 타이밍을 제때  잡지 못하고 한발 늦게 들어가는 게 보인다.

이젠 별수없다. 공은 나한테로 올라올 것 같은 직감이 든다.

최대한 가운데로 움직이다 레프트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세터의 토스와 사이드 쪽으로 세 걸음 같이 끌고 가는 거지만 오늘의 몸 상태로는 도저히 무리가 있다.

차라리 먼저 레프트로 이동해서 공이 오면 최대한 끌어서 직선을 노려야겠다. 그래도 우리 세터 공을 한번이라도 더 잡아서 손끝으로 밀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센터 블로킹은 레프트 쪽으로 이미 스텝을 옮기는 것 같다. 안테나까지 끌고 올라간다. 생각보다 세터의 토스가 길게 와주었다.

상대 사이드 블로킹이  내 몸이 안테나까지 빠지지 않자 반 크로스로 손을 돌린다.

이때다!!! 팔 스윙을 최소화시키고 직선으로 손목으로 끊는다는 기분으로  빠르게 때린다. 때리면서 사이드 라인을 본다. 공이 라인에 물리는 게 보인다.

성공이다~

이제 1점이 남았다. 불과 5초 안팎의 시간, 난 이렇게 수많은 생각을 한다.



하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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