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09 17:44 / 기사수정 2008.09.09 17:44
현주엽 (창원 LG, 195cm / 103kg)
통산 8시즌 353경기 <14.08득점, 4.37리바운드, 5.44어시스트, 1.06스틸, 0.17블록>
대학 시절부터 서장훈의 최고 라이벌이었다고 할 수 있는 현주엽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현주엽이 제대로 파워포워드로서 플레이한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프로 입단 후 청주 SK에서 골드뱅크(현 KTF의 전신)로 트레이드된 현주엽은 처음 한두 해 눈에 띄는 활약을 했습니다만 소위 `포인트 포워드'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고 패스에 맛을 들이면서 점점 탑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 이후에 현주엽이 골밑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저는 이런 현주엽의 변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현주엽이 포인트 포워드라고 실제 포인트 가드만큼의 리딩을 해주었느냐 하면 그렇다고 하기엔 좀 어려워 보입니다. 그가 패싱 센스가 썩 좋은 포워드였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 효율성이 어떠하였는지는 팀 성적과, 어시스트가 높았던 시즌엔 유독 높았던 그의 턴오버 수치가 말해줍니다.
실제 경기에서 보기에도 그만큼 그가 공격을 원활하게 해줬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패싱에 맛을 들이고 탑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와 반비례하여 골밑에 머무는 시간과 공격을 시도하는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현주엽이 적어도 대학 시절과 프로 초년병 시기까지는 정말 득점력과 뛰어난 패싱력까지 겸비한 최고의 파워포워드 였음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에서의 8시즌을 종합해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파워포워드로서 현주엽의 능력은 출중한 수준이었지만 플레이 스타일 변화에 대한 그의 선택은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희철 (서울 SK 2군 감독, 198cm / 98kg)
통산 11시즌 472경기 <11.87득점, 3.96리바운드, 1.96어시스트, 0.61스틸, 0.33블록>
전희철은 스피드와 운동 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파워포워드였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3, 4, 5번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였고 정말 가히 시대를 앞서가는 빅맨이라고 할 만했죠. 프로 출범 이후 원년부터 뛰던 당시의 전희철은 외국인 선수와 1:1로 겨룰 수 있는 몇 안되는 토종 빅맨이기도 했습니다. 힘에서는 밀리지만 탁월한 스피드와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동 포지션의 선수를 상대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진 선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군복무를 마치고 프로에 돌아온 이후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외국인 선수 선발도 점차 체계화되면서 위력적인 센터와 파워포워드 용병들이 늘었고 전희철은 점차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 때와 맞물려 팀 내 김승현의 입단과 마르커스 힉스라는 특급 용병의 등장으로 전희철은 팀의 중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롤플레이어가 되어버린 그에게 이어진 KCC로의 트레이드는 치명타를 가한 격이었고 결국 전희철은 스팟업 슈터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그나마 이후 SK로의 트레이드는 조금 나아질 수 있었던 기회였고 실제로 첫 두 시즌 정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몰포워드 자리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기용되었죠. 그것도 방성윤과 문경은이 들어오면서 입지가 좁아지게 되었고 지난 세 시즌의 몰락과 이어 은퇴로까지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2군 감독으로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게 된 전희철이지만, 동년배 선수들이 아직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기 스타에 실력 있는 선구자인 그였지만 조금은 때를 잘못 만난 불운한 케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분명 운동 능력에 의존하는 플레이 스타일과 그다지 좋지 않은 수비력을 가진 전희철은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고,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기에 힘에서는 밀리고 그렇다고 운동 능력에서도 딱히 앞서지는 못하는 애매한 상태였습니다. 프로 초기에는 그런 플레이가 통했으나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점점 나아진 이후에는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웠죠. 그렇다고 완전히 포지션 변경을 꾀하지도 못한 그는 결국 스몰포워드도, 파워포워드도 제대로 될 수 없는 트위너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물어 가는 '황금 세대'
가장 화려하고 많은 인기를 누렸던 농구대잔치 세대는 지금은 세월의 벽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저물어 가는 모습입니다. 이 글에서는 빅맨들만을 한정하여 다루게 되겠지만 이는 모든 포지션에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많은 좋은 선수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아쉬움이 큽니다만 그들에 대해서 추억해보고 얘기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과거도 알아야만 하니까요.
물론 농구대잔치 세대가 현재에도 대부분 은퇴한 것이 아니라 단지 팀 내에서의 역할이 전보다 조금 줄어들거나, 체력적인 문제로 많은 시간을 출장하지 못하는 정도이기에 다음 시즌, 그리고 그 이후에도 충분히 활약을 기대해 볼 여지가 있기에 과거라는 단정은 조금 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훌륭한 활약을 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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