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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산다!

기사입력 2008.08.27 09:26 / 기사수정 2008.08.27 09:26

취재편집실 기자

[엑스포츠뉴스/풋볼코리아닷컴=장영우]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산다!

아름다움과 유구한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보물섬 강화도에 위치한 산마을고등학교. 산마을브라더스와 산미르팀 간의 풋살 경기가 열린 교내 운동장은 K-리그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라이벌 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입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식을 수 없습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산기슭에 자리 잡은 산마을고등학교는 교육부 인가 대안학교입니다.

대안학교[代案學校, alternative school]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학교. 자연•평화•상생을 교육이념으로 실천하고 있는 산마을고등학교의 학생들은 황토로 지어진 기숙사에서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며, 다양한 특성화 교과수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산마을고등학교에 축구의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은 2007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밥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을 위해 ‘우리도 K-리그처럼 자체적으로 풋살리그를 운영 해보는 게 어떨까?’하는 제안이 학생들에게서 나왔고, 학교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국내 최초의 고등학교 풋살리그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학교에 잔디 구장이 없는데다 핸드볼 경기장보다 조금 큰 운동장을 보유한 탓에 11대 11의 축구의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전•후반 15분씩의 5대5 풋살 경기를 해보자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뤄 풋살로 리그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총 6개 구단이 참가하는 산마을 풋살리그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각각 14경기씩 운영해 1위 팀이 우승, 2위 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의 순위결정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전기리그는 4월부터 8월까지 진행되며, 후기리그는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집니다.

산마을 풋살리그의 구단주와 감독은 교과별로 남자교사가 맡으며 학생들은 선수로 리그에 참가하고 주장은 감독과 선수추천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됩니다. 하지만 산마을 풋살리그가 여타 프로리그와 다른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경기운영 스텝과 심판은 6개 구단 주장이 별도의 스포츠위원회를 구성해 번갈아가며 맡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풍경은 엄정한 심사(?)를 통해 뽑힌 여학생 매니저들이 매니저부터 주무, 프런트, 팀 닥터를 비롯해 사진기자 역할까지 ‘멀티 플레이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것입니다.

매년 전기리그 개막을 앞둔 3월 달에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하죠. 특히 갓 입학한 1학년 신입생들의 인기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릅니다.

리그 경기는 산마을고등학교의 오후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에 시작되고 일주일에 팀당 2경기씩을 소화합니다.

산마을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는 동시에 식당 앞에 위치한 운동장으로 달려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함께 호흡하고 소통합니다.

대학입시를 목표로 죽어라 공부만 하는 도시의 인문계고등학교에선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죠. 대부분의 인문계학교는 체육교과마저 편성하지 않고 언어•외국어•수리 등 수능과목에 집중하고 있죠. 하지만 산마을고등학교는 다른 세상입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같이 공을 차며 유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교사와 학생이라는 벽이 무너졌습니다. 실제로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은 가끔 선생님들 보고 형•삼촌 등이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하지만 풋살리그에도 한계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나친 성적주의죠. 오로지 우승컵을 위해 진군하는 국내프로리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쉽습니다. 6개 구단들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사용했던 체력훈련과 새벽조깅, 단합대회 등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풋살리그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축구열기가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빠져 길을 헤매고 있는 학교체육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은 지금 이 시간도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습니다. 산마을고등학교가 폐교되지 않는 한 이들의 축구문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영원히…

장영우(seletics@footballc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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