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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드論(1) - 빛과 그림자

기사입력 2008.08.12 16:15 / 기사수정 2008.08.12 16:15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꽤 예전부터 '최고의 포인트가드는 누구인가'라는 얘기는 종종 논쟁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저 역시도 계속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포인트가드와 관련된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함께 다루고픈 의지도 있기에 3개의 시리즈물로 진행을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 쓸 그 첫 번째 글은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NBA를 비롯한 다른 농구 리그도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KBL에서 유난히 이 포인트가드의 중요성은 두드러집니다. 지난 12시즌 간 우승을 차지한 팀들 중 대다수는 `일류'라고 부를 수 있는 포인트가드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각 팀의 가장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중심 선수들을 떠올려보면(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 인기와 실력, 팀 내 비중을 모두 감안했을 때) 전체의 반 정도는 포인트가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정규시즌 MVP를 보면 전체 12시즌 중 5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포인트가드가 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2005-06시즌은 서장훈-양동근 공동 수상).

이런 포인트가드는 정말 빛과 같은 존재입니다. 대부분 탄탄한 전력의 팀들에서 포인트가드는 대개 가장 빛나는 자리에 있습니다. 강동희, 이상민, 주희정, 김승현, 신기성, 양동근…모두 우승팀 혹은 우승권 팀에서 가장 눈에 띄고 빛나는 자리에 있었던 선수들입니다. 거의 특급 포인트가드를 보유하지 못했던 창원 LG, 인천 전자랜드는 대체로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물론 이것에는 다른 요인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러나 포인트가드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드물게 신기성이나 양동근과 같이 득점력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포인트가드는 득점에서 전면에 서지 않습니다. 팀의 여러 공격 옵션을 이용해서 결과를 이끌어내고, 경기 전체를 조율해가는 일을 합니다.

또한, 그렇기에 팀의 공격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면 가장 먼저 질타를 받는 자리는 바로 포인트가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일류 포인트가드라도 2번 자리의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혼자 리딩을 대체해줄 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의 리딩과 조율 능력을 가진 2번이 함께해야만 그들은 빛이 납니다. 서장훈이 있던 시절 SK의 전성기 때의 포인트가드였던 황성인과 임재현은 분명 빛나는 2번이었던 로데릭 하니발의 서포트를 많이 받았기에 그 정도의 활약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포인트가드를 '빛과 그림자'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도 또 여러분의 기억 속에도 나쁘지 않은 실력이었지만 소위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 간 포인트가드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전 창원 LG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오성식, 인천 SK의 최명도, 여수 코리아텐더의 정락영 등 쉽게 생각이 나질 않네요. 이런 여러 선수가 있지만 주로 다룰 것은 아무래도 속칭 주류 선수들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아쉬운 선수들의 추억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포인트가드는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선패스 후공격' 스타일입니다. 뭔가 더 그럴듯한 호칭이 있을 법한데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솔직히 우리나라에는 이 유형의 1번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 부류가 어느 상황에서나 패스를 우선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자기 자신의 공격으로 풀어가기보다는 볼 투입과 패싱을 더 중시한다고 해야겠죠. 강동희, 이상민, 주희정, 김승현이 여기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선공격 후패스' 스타일입니다. 역시 좀 어폐가 있지만 리딩을 함에 있어서 자신의 볼 소유를 기점으로 공격에서의 돌파구를 찾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찬스를 활용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대표적으로 신기성과 양동근, 그리고 앞서 거론한 선수보단 조금 아래 레벨로 봐야겠지만 전형수 같은 경우입니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강동희, 이상민, 주희정은 거의 첫 번째 유형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데. 김승현은 공격을 '풀어간다'는 느낌보다는 돌파와 2:2 게임을 즐기고 워낙에 트랜지션에 특화된 타입이라서 섣불리 뭐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군요.

하긴 요즘 농구의 추세 자체가 어떻게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스타일이 많이 나온다는 것도 있지만 말이죠. 저 개인적으론 첫 번째 유형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전 어쩌면 조금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소위 정통농구를 추종하는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정통이라는 의미에 더 어울리는 유형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KBL에선 워낙 두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드물다는 점도 있겠습니다.

예전에 NBA를 대상으로 하는 글들에선 이런 분류를 참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첫 번째 유형은 제이슨 키드나 존 스탁턴이고, 두 번째 유형은 게리 페이튼이나 스테판 마버리와 같은. 그런 식의 얘기 말이죠.

하지만, NBA쪽은 갈수록 듀얼가드가 대세인데 반해, KBL쪽은 그런 경향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신기성은 나이가 먹을수록 자신의 공격보다는 정통적 의미의 리딩에 치우치는 경향이 조금 보이고, 전형수와 양동근, 서울 삼성의 강혁 정도가 두 포지션을 모두 제대로 소화할 만한 선수들인데 우리나라도 워낙 장신화를 부르짖는 상황이고 전체적으로 2번이 슈터의 자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좀 드문 것 같네요.

어찌됐든 앞서 거론한 6명의 선수(전형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승을 경험했고, 주희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MVP 수상 경력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희정 역시도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바 있고, 2000-2001시즌 당시 조성원과 함께 누가 MVP인가로 상당한 경합을 벌이기도 했었죠. 이 여섯 명의 선수들로 다음 (2)편의 글, '최고의 포인트가드는 누구인가?'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2편에서 뵙겠습니다.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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