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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Jumper!] 왕기춘과 남현희의 은메달이 주는 의미

기사입력 2008.08.11 23:10 / 기사수정 2008.08.11 23: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선수단에게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유도 60kg급 금메달리스트인 최민호(28, 용인대)와 결승전을 치른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파이셔는 비록 은메달에 그친 패자였지만 인터넷 공간 속의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바로 최민호에게 한판 패를 당했지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인 최민호의 손을 올려준 것은 여러모로 훈훈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 선수들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선수들은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이 잦았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나타난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은 동메달만 따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여자 역도 48kg급에서 극적으로 은메달을 딴 터키의 오즈칸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펑펑 쏟기까지 했다.

단지 금메달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최선을 다해 소중한 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자신이 흘린 땀을 보상 받았다는 선물이 바로 메달을 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각국의 성적을 좌우하는 기준은 금메달의 횟수이다. 승리지상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현시점을 생각할 때, 메달의 횟수로 매겨지는 총점제로 올림픽의 순위가 매겨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11일,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목된 유도 73kg급의 왕기춘(20, 용인대)은 두 번째 경기까지 한판승을 거두며 비교적 수월하게 8강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8강전의 상대인 브라질의 레안드로 길레이로에게 시종일관 고전하다가 연장전 승부 끝에 절반 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 경기에서 왕기춘은 옆구리 부상을 당했고 경기를 치르면서도 상당한 고통을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결승까지 진출한 왕기춘은 결승전 상대인 아제르바이잔의 맘마들리의 기습적인 초반 공격에 당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한판 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승전에서 본인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패한 점은 왕기춘에게 너무나 어이없고 아쉬운 일이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 20세인 왕기춘에게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왕기춘에게 모든 것이 아니며 다음 런던 올림픽에는 좀더 성숙한 기량을 갖춰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상을 당하고 체중조절에 실패해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최민호는 그 경험을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아 드디어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올림픽 참가의 중요한 점은 금메달 획득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고 이것을 계기로 다음 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기량을 쌓아나가는 점이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꺾고 올라가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시선은 왕기춘에게 무척이나 힘든 부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하염없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왕기춘은 충분히 자신이 할 기량을 발휘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이 금메달리스트 후보로 꼽았던 여자 펜싱 플뢰레의 남현희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금메달 후보’가 아니라 ‘메달 후보’였다. 남현희의 기량이 2004년 아테네에 비교할 때 월등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펜싱 플뢰레를 주름잡고 있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남현희가 준결승에서 상대한 죠반니 트릴리니는 남현희가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노련한 검객이었으며 결승전에서 상대한 ‘펜싱 여제’ 발렌티나 베잘리는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이러한 선수들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친 남현희는 분명 자신의 모든 기량을 100% 이상 발휘하고 있었다. 결승전에서 남은 40초 동안 베잘리의 기습공격을 허용한 것은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본능적인 기질을 가진 베잘리의 역량 때문이었다.

거의 지는 상황 속에서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섬세한 공격을 성공한 베잘리는 너무도 강했고 결국 1점차의 승부로 남현희가 무릎을 꿇었지만 아무도 넘보지 못한 세계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이 정도 싸워준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스포츠 경기가 끝나면 항상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늘 승자가 되리란 법이 없듯이, 때론 패자가 되더라도 그 부분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가 쌓일 때 비로소 그 사회는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금메달이 소중하면 은메달과 동메달도 분명히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무나 아쉽게 패배했지만 멋쩍은 웃음으로 승부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시상식에 오른 남현희의 모습은 ‘1등 만연주의’에 빠진 한국 사회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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