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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얼짱 스케이터' 신나희,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요"

기사입력 2008.07.31 21:52 / 기사수정 2008.07.31 21:52

조영준 기자


피겨를 배웠던 첫 시간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어린 소녀

[엑스포츠 뉴스=조영준 기자] 7살의 어린 소녀는 엄마의 손을 잡고 대구지역의 YMCA에서 연 겨울동계수업을 받으러 처음으로 아이스 링크장을 찾았습니다. 첫 수업에서 이 소녀가 빙판을 타는 모습을 유심히 본 피겨 강사는 곧바로 어머니에게 다가가 피겨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선수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들은 어머니는 이 제안을 수용하였고 단지 취미로 시작하려고 한 피겨는 첫 수업부터 이 소녀가 걸어가야 할 ‘운명’이 되었습니다.

피겨 국가대표인 신나희(18, 대구경명여고)가 피겨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길지 않았습니다. 첫 수업을 들을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신나희는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곧바로 있었던 동계체전에서는 대구시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신나희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무난한 선수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별 부상 없이 순탄하게 걷던 신나희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점프 연습으로 인한 부상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구 소녀의 피겨 도전기

피겨선수들은 수많은 점프를 실행하면서 셀 수 없을 만큼 엉덩방아를 찧게 됩니다. 점프로 인한 무릎과 발목 부상도 많은 편이지만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골반부상도 ‘초대받지 않은 단골손님’처럼 자주 찾아옵니다.

넘어질 때의 지속적인 충격으로 신나희는 골반을 교정 받았습니다. 또한 발에 유난히 살이 없는 편이어서 착지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발부상도 유난히 많았던 신나희는 연습과 함께 병원과 한의원 등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방출신선수로서 피겨에 도전하는 부분 역시 신나희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피겨선수들의 어머니들은 그림자같이 쫓아다니며 선수들의 매니저 노릇을 합니다. 그러나 신나희 선수의 어머니는 대구에서 하는 개인사업 때문에 다른 어머니들처럼 ‘피겨맘’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신나희는 어린나이에 홀로 서울에 올라가 훈련을 치르고 대구에 와서도 연습을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습니다.

부모님들과 떨어져 힘든 훈련들을 소화해내야 했지만 그 와중 속에서도 신나희는 한번도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에게 불만을 성토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린시절에도 힘든 훈련 때문에 부모님에게조차 어리광을 한번도 부린 적이 없었던 신나희는 처음에 서울에 상경했을 때에는 상처를 받은 적도 많았지만 그것을 ‘홀로 삼키고’ 묵묵히 훈련했던 ‘성숙’한 소녀였습니다.

신나희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딸이 유독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었다고 밝혔습니다. 결코 남들에게 싫은 표정이나 말을 하지 않으며 마음씀씀이가 너무 좋은 딸이 대견해 보였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점도 존재했습니다.

신나희의 어머니는 때론 딸이 ‘악바리’같은 근성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선수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하는 스포츠 선수가 너무 착한 것은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나희를 지도하고 있는 장선미 코치는 “연습을 하면서 나희에게 자주 하는 말 중, ‘좀더 독해지고 못돼져라’라고 말할 때가 많다. 스포츠 선수가 착한 것은 때론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으로면 이런 점도 필요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나희는 상처를 받으면 절대 내색하지 않고 혼자서 참아내는 성격이다. 그래서  상태를 파악하려면 내가 좀더 유심히 나희를 관찰해야 한다. 또한 몸이 아파도 속 시원하게 내색하지 않아서 이 부분도 세세하게 체크해야 한다. 나희는 아프면 그저 ‘견딜만해요.’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때론 부모님과 코치에게 ‘둔하다.’라고 불리기까지 하는 신나희지만 싫은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코치가 지도해 준 것을 올바르게 수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부분은 부모님과 장코치가 신나희에게 고마워하는 점입니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성실하게 연습을 해 국가대표까지 온 과정은 신나희가 지닌 ‘올곧은’ 성격이 큰 몫을 했다고 장코치는 평가했습니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았던 성숙한 ‘마음 짱’ 스케이터

신나희는 5월 말에 미국의 버지니아 주로 전지훈련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난 7월 30일에 입국해 8월 5일부터 있을 주니어대표선발전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신나희는 “외국에 항상 나갈 때마다 배워오는 점과 느끼는 것이 많다. 이번에는 트리플 러츠를 익히는데 중점을 뒀고 아직 완벽하게 랜딩을 하지 못하지만 모자란 점을 보충해 완성시키겠다.”라며 전지훈련의 성과에 대해 밝혔습니다.

장코치는 “이번 버지니아에서 있었던 전지훈련에서 나희는 전 올림픽 미국대표팀 코치였던 오드리 웨이서에게 지도를 받았다. 이 분은 선수들에게 지도는 잘해주지만 여간해서는 프로그램을 짜주지 않는 분이다. 그런데 나희에게만은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주고 있으며 나희를 많이 아끼신다.”라며 “웨이서코치는 음악을 미리 골라 놓고 나희의 외모와 분위기, 그리고 기술들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연습할 때에 늘 성실하게 임하는 나희의 태도에도 칭찬을 자주 하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신나희는 “오드리 웨이서코치는 프로그램을 짤 때, 내 의견도 반영해 주신다. 음악을 고르면 나와도 충분한 얘기를 나누고 동작이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함께 의견을 나눈다.”라며 개인적으로 어떤 곡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느린 곡보다 빠르고 경쾌한 곡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발랄하고 경쾌한 연기에 더 자신감이 든다.”라고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신나희는 온세텔레콤 페어리스의 후원을 받으면서 이전보다는 나아진 환경 속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온세통신이 지원하는 최지은, 신나희, 김현정, 클라우디아 뮬러 등은 매달 후원비를 받고 있으며 이번 버지니아 중 전지훈련은 별도의 교통비가 지원되었습니다.

외국에 가야 만족할만한 훈련시간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이 한국피겨의 문제점입니다. 장코치는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링크장이 오전 9시에 문을 열면 저녁 18시까지 피겨선수들만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국내는 어느 빙상장이건 일반인들과 아이스하키, 그리고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링크를 써야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대관시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훈련 량을 소화하기가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피겨선수들만 연습할 수 있다면 같은 레벨을 가진 선수들끼리 경쟁력을 가지며 훈련을 하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 노비스, 주니어, 시니어 선수들이 각자 정해진 시간 속에서 훈련에 임한다면 보다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레벨이 틀린 선수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훈련을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효과를 높이려면 이러한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주니어대표선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신나희는 “스스로 평가한다면 회전력이 느린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회전속도에 가속화를 붙여 러츠를 완성하고 싶다. 또한 미국의 코치 선생님이나 장선생님에게 많이 듣는 말은 표정연기와 시선처리에 주의하라는 부분이다. 그러나 오드리 선생님으로부터 표현력이 한결 좋아졌다는 칭찬도 들었다.”라고 말한 뒤, “항상 힘들거나 어려울 때 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되었다. 팬들이 보내준 선물과 편지 등을 받을 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라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명했습니다.

신나희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절은 고2때였습니다. 당시 너무도 악화된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으려는 기로에 섰지만 새로운 인생대신 신나희는 다시 아이스링크장을 찾았습니다.

그때의 심정에 대한 질문에 신나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피겨를 너무나 좋아했던 초심의 마음을 떠올린 것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했다. 초심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스케이트장에 발걸음이 옮겨졌다.”

피겨 팬들 사이에서 ‘얼짱 스케이터’라고 불리는 신나희는 외모도 예쁘지만 그보다 내면이 훨씬 아름다웠던 “마음 짱 스케이터”였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보다 넓은 무대로 진출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려고 하는 신나희는 한국 피겨가 안겨준 또 하나의 보석입니다.


[사진 = 신나희 미니홈피(본인의 허락 하에 사진 기재)]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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