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29 12:40 / 기사수정 2008.07.29 12:40
장거리 득점은 그 희귀성과 의외성으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 종종 화젯거리가 되곤 한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슈팅이 통쾌한 느낌마저 주기 때문. 데이비드 베컴이 96/9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윔블던을 상대로 보여준 ‘중앙선 슈팅’ 골과 지난해 3월 EPL에서 당시 토트넘 골키퍼 폴 로빈슨이 기록했던 70m 프리킥 골 등이 대표적인 예다.
K-리그에서는 앞서 언급한 도화성의 골 외에도 4번의 50m 이상 장거리 득점이 나왔었다. 특히 울산현대의 김종건은 97년과 99년, 두 번에 걸쳐 54m와 50m짜리 장거리 골을 넣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많은 국내축구팬 사이에서 최고로 기억되는 장거리 슈팅은 1995년 K-리그 포항과 유공의 경기에서 나온 홍명보 현 올림픽대표팀 코치(당시 포항)의 프리킥 골이었다.
홍 코치는 선수 시절 이미 94년 미국월드컵에서 수비수임에도 프리킥과 중거리 슈팅으로 두 골을 성공시켰을 만큼 뛰어난 킥력을 자랑했다. 그의 킥력이 최 전성기에 오르던 시기였던 95년 5월 10일, 홍명보는 유공과의 경기를 펼치던 중 47미터 거리에서 프리킥을 차게 됐다. 상대팀은 물론이고 포항 선수들 역시 공 주변에 모여 다음 플레이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바로 그 순간, 홍명보는 기습적으로 골문을 향해 강한 슈팅을 날렸고, 공은 믿을 수 없는 직선 궤적을 그리며 골문 안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당시 K-리그 최고의 골키퍼였던 신의손(당시 사리체프, 일화)의 라이벌로 손꼽히던 유공의 외국인 골키퍼 샤샤가 있는 힘껏 몸을 날려봤지만 소용없었다. (관련동영상: http://kr.youtube.com/watch?v=BvkbW-HtrQs)
옆에서 바라보던 이들은 물론이고 홍명보 자신 역시 극도로 흥분될 만큼 엄청난 골이었다. 평소에는 특별한 골 세레모니를 잘 펼치지 않던 그가 터치라인에 있던 폴대를 잡으며 기쁨을 표현하는 포즈를 취할 정도였다.
물론 홍명보의 이 득점은 역대 K-리그 최장거리 득점 기록 순위에선 6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 경기진행 상황이 아닌 프리킥 상황에서의 최장거리 득점 기록이란 점에서 다른 골에 비해 절대 부족함이 없는 대단한 장면이었음은 틀림없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실제 경기시간이 늘어나고 각 팀들이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면서 다른 시즌에 비해 많은 골이 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감각적이고 멋진 득점 장면도 많이 나와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지만, 직접 프리킥이나 호쾌한 중거리 슈팅에 의한 골이 기대만큼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K-리그가 일정의 절반을 넘게 소화했지만 직접 프리킥에 의한 득점은 박주영(FC서울), 이관우(수원삼성), 김형범(전북현대), 에닝요(대구FC) 등 손으로 꼽을 정도고 중거리 슈팅에 의한 득점 역시 신영록(수원)과 유호준(울산)의 골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K-리그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과감한 슈팅보다는 골문 앞에서 더 확실한 찬스를 만들려는 경향을 보이는 데서 기인하는 듯하다. 선수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벗고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슈팅을 자주 보여준다면 어떨까?
농구의 3점 슛만큼이나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들어가는 중거리 슛은 축구의 또 다른 매력이다. 홍명보의 장거리 슈팅과 같은 멋지고 시원한 중거리 포를 K-리그에서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2007 홍명보 자선 축구 전야제 당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코치 (C)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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