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25 17:24 / 기사수정 2008.07.25 17:24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9일과 20일에 걸쳐서 올림픽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카드 슈퍼매치 7 -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에는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인 알렉세이 야구딘과 예브게니 플루센코(이상 러시아), 그리고 현역 최고의 선수들인 제프리 버틀(캐나다),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이반 라이사책 등이 참가해 피겨 팬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이렇게 쟁쟁한 남자피겨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전혀 딸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어린 유망주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남자피겨계의 기대주인 김민석(15, 불암고)입니다.
2부 공연 오프닝을 끊은 국내 유망주들의 무대에서 김민석의 연기는 한층 돋보였었습니다. 무엇보다 성인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트리플 점프를 연속적으로 성공시켰으며 표현력도 한층 성숙해 보였습니다.
‘빙판 위의 행복왕자’라 불리며 소개된 김민석의 표정은 마냥 환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미소의 뒤편엔 어린 소년이 감추기 힘든 슬픔도 묻어 있었습니다.
한국피겨의 활성화를 위해선 남자선수들도 성장해야 한다.
피겨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우아함과 아름다움이지만 한편으로는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연기로도 팬들을 열광시킵니다. 그런 면에서 남자피겨선수들의 연기는 여자선수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주며 많은 이들을 흥분시킵니다.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란 여자 싱글의 커다란 인재가 나온 반면, 국내남자선수들의 저변은 아직까지 탄탄치 못하지만 이제 피겨선수가 되겠다고 나서는 어린 소년들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유망주들 중에서 김민석은 한국남자피겨의 기대주로 가장 많은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김민석을 지도하고 있는 김세열 코치는 “민석이는 예전에 트리플 점프를 하나 밖에 뛰지 못하고 표현력도 그리 좋지 못했다. 또한 스핀도 많이 약했었는데 지난 8개월 동안 무척 성장했다. 이번 아이스쇼에서 선보인 모습이 바로 민석이가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김민석의 기량 향상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김 코치는 김민석을 가르쳐 ‘굉장히 노력하는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민석은 낮에는 안양 빙상장에서 훈련하며 밤에는 과천 빙상장으로 이동해 늦은 밤까지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5~6시간동안 스케이팅을 타며 체력과 근력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김민석은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안무 코치에게서도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에서 김민석은 어린 선수라고는 보기에 놀라운 점프기술을 보여줬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김 코치는 “김민석은 최근 무섭게 급성장했다. 트리플 점프는 살코와 룹, 플립, 러츠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됐고 현재는 3회전 반 점프도 익히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남자선수들에게 3회전 반 점프는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밝혔습니다.
3회전 반 점프, 바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 것이 김민석의 목표중 하나입니다. 약점이었던 스핀도 많이 향상시켰고 표현력과 스케이트를 타는 스텝의 발전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김코치의 지도력도 빛을 발했지만 무엇보다 김민석 본인이 스스로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해 온 것이 마침내 결실을 얻게 된 것입니다.
김민석은 현재 국내에서는 시니어선수로 뛰고 있으며 국제대회에서는 주니어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전국동계체전과 전국종합선수권 시니어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민석은 2007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 JGP 레이크 플레시드에 참가해 13위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지난 대회에서는 비록 13위에 그쳤지만 올해의 김민석은 지난해에 비해 일취월장한 기량을 갖추었습니다. 아직 많은 국제경험이 필요한 김민석을 두고 김 코치는 “우선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이 목표이고 그 다음은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반드시 몇 위를 하겠다는 목표는 접고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경기력을 펼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어린나이에 겪은 부친상, 그리고 피겨선수를 하기엔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그러나 기량 적으로 크게 성장한 김민석은 이번 아이스쇼를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바로 아버지가 지난 달 21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김민석에겐 단 하나 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끝내 영원한 이별을 고했습니다.
어린 김민석에겐 큰 상처였습니다. 또한, 돈이 많이 드는 종목인 피겨를 더 이상 해낼 수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됐습니다.
무녀독남인 김민석은 이제 홀로 남은 어머니와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선수생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가 힘들어진 만큼, 이번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쇼’를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접으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민석과 어머니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고향인 대전으로 귀향하자고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러나 김민석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주변인들의 성원이 계속 이어졌고 이러한 관심에 힘을 얻은 김민석은 다시 스케이트 끈을 움켜잡게 되었습니다.
현재 김민석의 의상비와 대회 참가비, 그리고 기타 훈련비 등은 모두 김세열 코치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석의 팬클럽과 피겨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 김민석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많은 후원사와 스폰을 얻으려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최우선의 방법입니다. 피겨를 하기엔 도저히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는 결코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김코치의 지원 아래 다시 김민석은 다시 선수생활을 유지해나갈 수 있었지만 이러한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투명한 노릇입니다.
슬픔을 승화시킨 연기력은 계속 이어진다.
김민석은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에서 연기를 마친 후, 모든 관객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례했습니다. 김민석의 무대는 뜨거웠었고 팬들의 호응은 야구딘이나 랑비엘의 연기 못지않게 열렬했습니다.
이렇게 급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불과 한달 정도 앞두고 아버지는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많은 팬들의 열렬한 갈채 속에 아버지의 환호가 있었다면 김민석에겐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김민석을 항상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김민석은 빙판 위를 질주할 것입니다. 홀로 남은 어머니와 함께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피겨를 다시 시작하면서 김민석에게 남은 것은 일취월장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것입니다.
[사진 = 김민석 (C) 전현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