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23 10:15 / 기사수정 2008.07.23 10:1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에서 피겨에 대한 대중화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하고 많은 이들에게 피겨를 알린 선수는 단연 김연아(18, 군포수리고)입니다.
대학진학 문제도 고려대로 결정하면서 그랑프리 시즌에 더욱 전념하고 있는 김연아의 뒤를 이를 선수로 많은 유망주들이 손꼽혔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선수는 올 슬로베니아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윤예지(14, 과천중)입니다. 그러나 윤예지 외에 한국 피겨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19일과 20일에 벌어졌던 현대카드 슈퍼매치 7 -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에서 깜찍하고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곽민정(14, 평촌중)입니다.
곽민정은 국내의 어린 주니어 선수들 중에서 가장 점프를 잘하는 선수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재로 곽민정은 ‘트리플 점프 5종 세트’로 불려지는 점프들 중에 살코, 토룹, 러츠 등을 정석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또한 플립점프도 보다 정석적으로 구사하기 위해 현재 교정 중에 있습니다.
94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난 곽민정은 피겨가 처음엔 그저 재미있던 놀이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피겨에 소질을 보이면서 선수로서의 가능성도 내비친 곽민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출전한 회장배 피겨스케이팅 랭킹대회 주니어부분에서 2위에 올랐고 다음해에 벌어진 동계전국체전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곽민정의 어머니인 노상희씨는 “민정이에게 피겨는 처음엔 일종의 놀이였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선수를 하겠다고 스스로 선택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훈련이 힘들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피겨를 그만두겠다는 말은 단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오기까지 곽민정이 걸어온 길도 결코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한국의 피겨선수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전용링크장이 없는 관계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링크 장을 대절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 곽민정은 전담코치인 최현경 코치의 지도아래 과천 빙상장에서 매일 8시간 이상의 훈련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과천 실내 빙상장에서 피겨선수들의 대관시간은 두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것도 빙상장의 일정에 따라 저녁 20시 ~ 22시, 그리고 22시 ~ 24시로 조정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나머지 시간은 빙상장을 이용하는 일반인들과 함께 빙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때론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연습을 하는 것에 이젠 익숙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곽민정의 하루 훈련은 스케이팅 연습이 4시간, 빙판이 아닌 지면에서 벌어지는 지상 훈련이 2시간, 그리고 근력 훈련시간이 2시간으로 총 8시간의 빡빡한 훈련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점프 훈련은 오후와 저녁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빙상장의 대관 시간이 저녁 늦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훈련을 다 소화하면 항상 늦은 밤에 귀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된 일정을 어린나이에 감당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빙판에서 흘렸던 땀은 참가하는 대회마다 고스란히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곽민정은 2006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주니어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작년에 벌어진 동계체전에서는 2위에 입상했습니다.
그리고 윤예지와 함께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됐습니다. 힘든 과정 속에서 얻은 결실은 달콤했고 피겨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곽민정은 아직까지 훈련비를 지원해주는 후원사가 없는 상태이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종목’인 피겨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재정적인 부담을 전적으로 가정에서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김연아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이미 드러났지만 피겨선수들의 1년 훈련비는 천만원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져야 학교와 시, 그리고 기업 등에서 후원사로 나서게 됩니다. 어린선수들이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로지 훈련에 전념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 곽민정은 얼마 전에 미국 LA에서 40일이 넘는 기간동안 전지훈련을 다녀왔습니다. 전담코치인 최현경 코치와 동행해 새로운 롱프로그램에 전념했고 표현력의 향상과 플립 점프의 교정, 그리고 한층 세련된 안무를 익히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특히, 곽민정은 이번 전지훈련 기간 동안 이젠 전설적인 스케이터가 된 메셀 콴의 전 코치였던 프랭크 캐롤의 특별 과외도 받았습니다. 명성 있는 유명코치들의 레슨비는 시간제로 매겨집니다. 든든한 훈련비가 있었다면 보다 많은 시간동안 레슨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형편 때문에 곽민정은 프랭크 캐롤에게 6~7번의 레슨을 받았습니다.
비록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곽민정에게는 뜻 깊은 경험이 되었고 연기의 표현력이 한결 발전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곽민정의 올해 목적은 다음달에 있는 주니어대표선발전에서 3위 안에 입상해 총 7번에 걸쳐 치러지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중, 2개 대회에 출전하는 것입니다. 다음달 5일과 6일에 걸쳐 치러지는 주니어대표 선발전은 1위부터 3위까지 입상한 선수들에게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4위는 1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됩니다.
곽민정의 어머니인 노상희씨와 전담코치인 최현경 코치는 “김연아가 정석적인 점프를 갖춰서 경쟁력을 가졌듯이 민정이도 보다 완벽한 점프를 익혀서 기량을 성장시키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외국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두고 점프를 가르친다. 그 효과가 김연아를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민정이도 플립 점프를 교정해 깔끔한 점프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민정이는 주니어대회의 과제인 러츠를 잘 뛰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주니어 선발전과 대회에서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을 넣으려고 한다. 또한 앞으로 트리플-트리플 점프를 익히고 성공률을 높여나가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곽민정의 앞으로의 훈련 방향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점프는 완벽하게 익히는 점도 중요하지만 성공률을 높이는 부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플립 점프를 교정하고 남은 룹 점프마저 익히게 된다면 곽민정은 비로소 ‘트리플 점프 5종 세트’를 갖추게 됩니다.
비록 피겨에서 가장 높은 배점이 이루어지는 기술이 점프라고는 하지만 피겨는 어디까지나 점프의 경연장이 아닌 빙판에서 표현되는 예술적인 연기에 핵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점프의 완성과 더불어서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연기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곽민정은 이제 본인이 익혀온 연기를 십분 발휘할 국내주니어대회 선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곽민정은 스케이팅을 타는 것을 무척 즐기고 있으며 힘들다고 말해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피겨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을 만큼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노상희씨의 말을 빌리면 어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곽민정 역시 올림픽 금메달이 꿈이라고 합니다.
또한 최근엔 ‘자신이 원하고 있는 기술을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것 역시 곽민정의 다짐입니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최종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전진해 나가는 곽민정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입니다.
[사진 = 곽민정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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