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22 10:59 / 기사수정 2008.07.22 10:59
강팀들을 상대로 한 일정을 치르면서 우리가 넘어야 할 목표를 보았고 우리가 잘해갈 수 있는 장점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조편성을 보면서 겉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전해주길 바랬을지도 모르지만 속으로는 다들 1승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제가 아는 몇몇 배구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1승이 거의 어려울 것 라는 예상을 했었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은 마지막에 극적인 1승을 거두면서 아직 한국배구가 갈 수 있는 등불을 여전히 밝혀두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월드리그 내도록 한국대표팀의 선전은 상당했습니다.
많은 분이 한국 배구가 올림픽 예선도 떨어졌다면서 예전의 신진식, 김세진 혹은 그 이전의 하종화, 임도헌, 노진수, 혹은 그 이전의 강만수, 장윤창 선수가 활약하던 배구의 중흥기는 앞으로는 없을 거라고 했지만 오히려 경기의 전적 면에서는 그 이전의 월드리그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쿠바, 러시아, 이탈리아라는 강 팀을 만나서 꼭 한 경기 한 세트, 두 세트씩은 뺏으면서 선정을 펼쳤고 특히 문성민을 중심으로 한 서브의 강도는 예전의 한국팀이 무색할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힘으로도 맞붙더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다만 결정적인 고비에서의 운영 미숙이나 경험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보여준 것 외에 시합 내용상으로 볼 때 크게 밀리는 면이 없는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한국배구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팀의 발전을 위한 프로팀들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프로라는 것은 팬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많은 사람이 배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접할 수 있는 경우는 프로리그보다는
국가대항전을 통한 동기유발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국가대표팀에 뽑힌 대표선수가 많은 국제대회 참여를 통해 몸소 터득한 기술을 소속팀으로 돌아가 자기팀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전파하고 이로 인해 프로리그에서 뛰게 되는 용병선수들과 대등한 실력을 보여줄 때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서 배구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1-2년 안에 그 효과가 미비할지라도 이렇게 닦아둔 뿌리는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프로배구의 밑거름으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용병의 경기출전 세트도 제한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이탈리아는 아직도 강팀의 면모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월드리그의 성적을 보면 점점 하락추세에 있습니다. 한창 배구가 인기를 끌 무렵 외국의 용병을 받아들여서 국내리그의 인기는 올릴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선수층은 얇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이와 반대로 이탈리아 리그에서 다수의 선수가 뛰었던 러시아, 브라질,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현재 배구강국의 위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문성민의 이탈리그 진출은 확실한 에이전트를 통한 정확한 진출이 전제된다고 한다면 보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이는 국내의 다른 프로리그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종 공격수의 부재가 드러나고 있는 프로축구리그 센터진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프로농구리그
프로배구만큼은 국내의 선수들을 꾸준히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 전담 감독제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그 감독이 전적이 화려한 감독이었든 아니었든. 외국의 시스템에 대해 개방된 마인드를 가진 분으로 선정해 한 5년 정도 꾸준하게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축구처럼 외국인 감독 얘기는 아직까지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연수도 보내고 국제시합이나 외국리그의 관람도 자주 보내서 국가대표팀이 소집되지 않았을 때는 각 팀이나 학교로 가서 최신 내용들을 지도하고 가르치고 국가대표팀이 소집된다면 그 내용을 토대로 한 기술습득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선진배구를 가르치고 전파하는 역할까지도 같이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아무쪼록 몇 개월 후로 다가온 V-리그에서는 이번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한 선수들의 더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팬이 배구장으로 찾아 그들의 스파이크와 블로킹을 보면서 웃고 울고 하는 스포츠의 희로애락을 아낌없이 느낄 수 있는 멋진 승부가이번 월드리그가 큰 시작점이 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
[사진=월드리그에 나선 한국의 김요한 (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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