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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문성민이 큰 무대에 진출해야 하는 '당연한' 이유들

기사입력 2008.07.14 02:59 / 기사수정 2008.07.14 02:5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남자대표팀의 월드리그 첫 승리가 기대됐던 쿠바와의 홈경기는 결국 2연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월드리그 전적 10전 전패를 당한 한국팀은 이제 러시아와의 원정경기만을 남겨두었습니다.

B조에서 이탈리아와 쿠바에 비해 한층 탄탄한 전력을 갖춘 러시아를 적지에서 이긴다는 것이 무리인 점을 감안할 때, '2008 월드 리그'에 참가한 한국팀은 전패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국가대표팀을 양성하는 행정적인 마인드의 부재와 신치용 현 남자대표팀 감독은 뒤늦은 선임으로 인해 현재의 대표팀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모래알’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좌절이 있으면 희망도 따라오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입니다. 작년 월드컵대회 때부터 한국선수들 중, 국제무대에서 제법 통했던 선수는 라이트 주포 문성민(경기대)과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문성민의 성장속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작년에 벌어진 월드리그 때보다 2007 월드컵에서 한층 성장해 있었으며 이번 '2008 월드 리그'에서는 지난해 월드컵 대회보다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되어있었습니다.

많은 국제대회 경험이 오늘날의 문성민을 완성 시켜

문성민이 이토록 성장한 것은 수준 높은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여해 가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학생으로서 국내리그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자유로웠던 문성민은 작년 월드리그, 아시아배구 최강전,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7 월드컵배구 대회 등을 연이어 치러가면서 국내배구보다 수준 높은 배구를 지속적으로 접해가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갔습니다.

이번 월드리그 대회에서도 문성민의 공격이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그나마 통했던 것은 바로 ‘국제무대에서 해야 할 배구’와 ‘국내리그에서만 통하는 배구’의 차이를 문성민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국내리그에 익숙해 있던 신영수(대한항공)와 김요한(LIG 손해보험)은 국내리그에서 통했던 공격 패턴인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단순하게 치는 오픈 공격과 높은 블로킹을 피해가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두 선수의 공격은 상대편들의 눈에만 익숙해지면 빈번히 블로킹에 막히기 일쑤였으며 결정적인 상황에서 볼을 때리는 빠르기와 기교도 이탈리아와 쿠바 선수들과는 비교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는 개인의 기량에도 달린 문제가 크지만 국내리그에서 통했던 방식을 국제대회에서도 그대로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대표팀 선수로 선발되면 우선적으로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플레이를 익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연습으로 터득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국제대회를 참가해보면서 실전으로 터득하고 많은 경험을 축적해야 비로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좁은 국내리그에만 맴돌게 되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라고 해도 기량은 발전하지 못하게 됩니다. 늘 비슷한 플레이만 반복하고 국내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배구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니 자신들의 진정한 단점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성민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국제대회에 참가해왔습니다. 국내선수들이 아닌,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들과 많이 대결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량을 '국내'의 수준이 아닌 '국제' 적인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올렸습니다.

실제로 문성민은 한 개의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제자리에서 도약해 뛰는 단조로운 공격은 좀처럼 시도하지 않습니다. 항상 빠른 발을 가지고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상대편의 블로킹을 속이고 한 박자 빠른 스윙과 날렵한 점프로 위력적인 공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쿠바와 이탈리아 같은 팀들의 높은 블로킹도 문성민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쿠바와의 13일 경기에서 문성민은 무려 60%가 넘는 공격성공률에 36득점을 올렸습니다.

단순히 월드리그 득점 1위와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문성민은 이미 세계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성장해 있었으며 국내리그는 더 이상 그에겐 좁은 무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문성민 영입에 관한 관심이 보도

최근에 러시아가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많은 선수가 러시아리그로 이적했다고는 하지만 전통과 역사를 따져보면 아직도 배구의 최고 리그는 이탈리아 세리에 A입니다.

한동안 한국선수에 대해선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던 세리에 A가 한국선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한국배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에이전트를 통해 문성민 영입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고 합니다. 이것은 문성민 자신에게나 한국배구 전체에도 고무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국내 상황이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매우 불리하게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우선적으로 해외진출을 선택한 선수는 5년 동안 국내리그에서 뛸 수 없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획득한 병역혜택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을 내놓은 현실에서 누구라도 쉽게 해외진출 의사를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새롭게 프로로 창단하는 한전 구단은 이미 1순위 1지명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택받는다는 조건하에 제5구단 가입을 타진했습니다. 사실 한전은 문성민을 강력하게 희망해 왔으며 어려운 선수 구성을 하고 있는 한전이 문성민을 통해 매력적인 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는 충분히 나타났었습니다.

문성민의 국내리그 잔류를 찬성하는 이들은 국내리그의 부흥을 위해서 문성민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배구가 아닌 어느 스포츠건 간에 유망 선수들이 발전할 넓은 무대를 제공하지 않고 스스로 울타리에 갇힌 국내리그에만 의존한다면 십중팔구 선수들의 기량과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곤두박질친다는 것입니다.

문성민의 플레이를 본 러시아의 감독과 쿠바의 사령탑은 당장 이탈리아 리그에 가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문성민이 가능했던 것은 많은 국제대회의 경험이었는데 만약 국내리그에 머물면서 고만한 플레이에 익숙해져 간다면 그것은 특정 선수 개인의 기량발전 저하는 물론 한국국가대표 주공격수의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리그의 흥행과 발전의 도모는 문성민 외에 다른 카드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문성민이 더욱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국내의 좁은 V리그가 아니라 최고의 리그인 세리에 A라는 것입니다.

남녀대표팀의 올림픽 동반 진출 실패란 뼈아픈 쓴맛을 배구관계자들이 조금이라고 알았다면 문성민이 수준 높은 배구를 체험하며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현재 해외진출선수에 대한 규정과 한전이 나올 입장 등 현실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문성민의 해외진출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내리그의 부흥을 위해서 문성민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가지고 그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다면 이것 역시 한국배구 발전을 가로막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올림픽진출 실패와 월드리그 10연패를 당하고 나서 깨달은 교훈은 좁은 국내무대에만 연연해 국제배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과 세계의 강호들과 시합할 때 갖춰야 할 ‘경쟁력’이 현 대표팀에게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부디 좁은 국내리그에 우선수위를 둘 것이 아니라 세계배구의 흐름을 쫓아가고 그것을 배우려고 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공격수로 자리 잡은 문성민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 초대받는 ‘당연한 이유’들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사진 = 문성민 (C) 김금석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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