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1:32
스포츠

[포토 에세이] 김영철, 김동현 - 힘을내요 미스터 김

기사입력 2008.07.13 02:27 / 기사수정 2008.07.13 02:2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승승장구, 시즌 초반의 부진을 깨치고 성남의 예의 그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5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수원과의 격차 줄이기에 돌입했죠. 모따와 두두, 두 삼바 듀오는 파죽지세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습니다. 들뜨고 신났죠. 지금 성남의 분위기가 딱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조금은 걱정되는, 아니 신경 쓰이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MR.김, 김동현과 김영철입니다.

그 첫 번째, 김영철,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성남의 중앙 수비수인 김영철을 얼마 전 대구와의 경기에서는 그라운드가 아닌 팬사인회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딱히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급격히 떨어진 컨디션 때문에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죠.

바라보고 있는 내내 무언가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항상, 정성룡 골키퍼 앞에 조병국과 나란히, 그 전에는 또 다른 중앙 수비수들과 서서 성남의 문 앞을 책임졌던 그가 경기를 앞두고 하는 사인회라는 것은, 조금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겨울 전지훈련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첫 경기에서도 그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바라보는 성남 팬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언론에서도 그의 노쇠화를 꼬집으며 그를 괴롭혔고요.

경기를 바라보다 보면 그는 딱히 눈에 확 들어오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직한 맛을 가진 선수죠. 여타의 중앙 수비 선수들이 즐기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공격도 그는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공을 향해 뛰어오를 때, 같이 뛰어오를 상대 선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죠.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선수가 못 되는 탓에 그의 이름을 외치는 팬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기자를 만나면 먼저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다정한 사람이기도 한 그가 걷고 있는 축구 인생은 묵묵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우직하죠.

광주 전에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그는 별다른 문제없이 90분을 소화해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기자가 가까이 있어야 인사를 건네던 그는 이 날만큼은 저 멀리서부터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더군요. "이제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라커룸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1976년생, 서른세 살. 노장이라고 불려도 어쩔 도리가 없는 나이에 그는 서있습니다. 아직도 성남 팬들은 그의 노쇠화를 걱정합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예전의 그의 모습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니까요. 김영철 자신도 알고 있겠죠. 이제 스물네 살의 패기는 없어도, 그보다 나은 원숙미는 가질 수, 그리고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직, 당신의 끝은 멀기만 합니다.

두 번째, 김동현, 고개를 들어요

분명 좋아졌습니다. 골은 넣지 못하지만 도움은 늘었고 그가 뿌리는 그 패스에 성남 공격은 마침표를 찍기도 하죠. 발전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밝지 못하고, 공을 잡았을 때의 그의 몸짓은 작아집니다.

후반 들어 그가 교체되어 들어오면 작은 한숨이 배 나옵니다. 잘하고 있는데,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도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안타까움이 그를 감싸고돕니다. 탄천에서 그는 아직도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그를 주제로 한글도 여전히 하루에 두세 번씩 게시되고 있죠. 글이 올라올 때마다 적히는 날짜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갑니다. 이제, 400일이 넘었네요.

그러나 최근 성남 팬에게서 김동현은 처음 그때처럼 악평을 받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늘어난 그의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스에 칭찬을 아끼지 않죠.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무엇인지, 요즘 그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두와 모따가 골 잔치를 벌이는 지금, 김동현은 숨은 공신으로서 활약하고 있죠.

허나 그 '숨은 공신'으로서의 노력이 마냥 예뻐 보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온 기회는 확실히 자신이 해결하는 모습이 그에겐 없습니다. 공격수로서, 좋지 않은 모습임은 분명하죠. 광주와의 경기에서도 그는 자신에게 온 절호의 기회조차 동료에게 패스하고야 말았습니다. 몇 차례 시도했던 슈팅도 자신이 없는지 힘이 실리지 않아 바로 김용대 골키퍼에게 가고 말았죠.

그가 위협적인 공격수임은 분명합니다. 188cm의 큰 키와 87kg의 건장한 몸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맞부딪히기 싫다는 기분을 선사하기에 충분합니다.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가 주로 플레이하는 공간은 상대의 진영이고, 그 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막는 상대 수비수와 맞부딪히면 유리한 건 공격해 들어오는 본인이라는 점을 말이죠. 그가 상대 진영에서 파울을 한다 해서 상대편에게 페널티 킥을 주지는 않습니다. 아쉬울 것이 없죠. (혹, 퇴장을 당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동료 선수가 골을 넣어서 기뻐하는 곳에 함께하는 김동현보다, 그의 골을 축하해주러 동료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곧, 그가 그렇게 해주리라. 항상 믿고 있죠. 기뻐하는 그곳이 성남의 홈 경기장이 되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항상 떨어뜨리던 고개를 들고 밝게 웃으며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그를 볼 수 있기를 또한 바라봅니다.

김영철, 그리고 김동현. 지금은 비록 조금 힘들고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더라도 그 두 선수가 성남에 필요한 선수라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어깨를 펴기를, 그리고 당당해지기를. 힘을 내요. 미스터 김.  



김경주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