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1.29 19:43 / 기사수정 2005.01.29 19:43
어제 분명 한국 프로 농구 올스타팀이 중국 프로 농구 올스타에게 기분 좋은 역전승을 올린 것은 우선 축하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2미터를 초과 하는 신장에 기본적 운동량은 "김주성급"인 중국 프로 농구의 정예 멤버들과의 대결에서 한국 프로 농구가 그들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생각 만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니까.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어제의 승리의 환호 뒤에 먼가 씁쓸한 구석이 느껴 지는 이유는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 보라, 승리의 주역으로 MVP에 선정된 김승현의 현란한 휘젓기,문경은의 짜릿짜릿한 3점포.. .하지만, 정작 인사이드를 경기 내내 거의 풀 타임으로 평균 신장이 포인트 가드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2미터를 초과하는 그들 사이에서 리바운드와 박스 아웃 스크린 그리고 골밑 득점을 올린 그들은 누구였는지. 그리고 랭과 왓킨스가 없이 만약 경기를 치뤘더라면? 용병 선수들을 제외한 순수한 각각의 국적을 지닌 프로 선수들끼리 맞붙었다면?... 과연?...
서장훈도 김주성도 현주엽도 아니었다. 랭과 왓킨스. 용병 선수들의 몫이었다. 만약 한중전의 승리, 만리장성 격파, 중국의 벽을 넘었다, 이런 식의 무슨 국가 대항전 차원에서 승리를 거둔 것인 양 떠든다는 건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이들이 출전 시간이 거의 없고 활약이 미미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은 결코 아니다. 다만, "프로리그간 대결"에서의 승리 였다는 것이지, 결코 "국가 대표간 대결"에서의 승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국"을 이겼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사실 어제 개인적인 눈으로 봤을 적에는 KBL을 대표 하는 선수는 단 하나, 김승현 밖에 없었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물론, 상기한대로 국내 토종 인사이더들이 아닌 우수한 기량을 가진 외인 빅맨들이 골밑에서 최소한 대등하게 버텨 주었으니까 가능했다 이거다.
명실상부한 양국의 프로 리그를 대표 하는 선수들 끼리의 올스타전이라면 농구팬들에게 기량적 측면에서 확실한 어필 하는 그 무엇 인가가, 프로라면 프로답게 팬서비스를 제공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선 KBL선수들이나 CBA선수들이나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 중에서도 김승현의 그 대담하면서도 창조적인 플레이는 당연히 MVP를 받아도 마땅했다.
중국 프로 농구 선수들(용병 2명 빼고)의 프로필을 보았는가? 그리고 경기장에서 그들의 신장과 체격, 그리고 점퍼와 운동량을 보았는지. (서두에서 '김주성급 운동량'이라 표현했다) 또 2미터를 상회하는 신장에서 스몰포워드와 슈팅 가드 파워포워드를 넘나 들며 다양하게 그때 그때 전술적인 포지션 체인지를 하는 선수들. 높이와 기동력이 잘 조화되어 있는 그리고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 해 낼 수 있는 그들이었다.
정훈 그리고 김동우. 한때 전도 유망한 차세대 국가 대표급 선수들로서, 외곽슛 드라이브인 스피드로 2미터에 육박하면서도 드리블링이 유연하고 센터를 제외한 어떠한 포지션도 소화 가능했었다. 그러나 KBL 입문 후, '키가 좀 크다고' 파워포워드 혹은 '스몰포워드' 이런 식으로 선수의 장점을 죽여 버리고 어설프게 웨이트를 불린다는 게 어찌보면 둔중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시킨 우리나라 농구 환경이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일까?
방성윤이 KBL지명을 거부하면 5년 간 국내 자격 정지라고? 이런 해괴한 짓은 또 무엇인가. 왜 방성윤이 많은 돈과 명예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뿌리치고 미국행을 했느냐고? 박수 갈채를 보내야 마땅하다. 왜? 방성윤이 '할수 있는 농구 환경'을 찾아 떠난 것이니까. 21세기 세계 농구계의 흐름은, NBA를 비롯하여 내외곽을 겸비한 '장신 유틸리티'가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이다. 왜냐, 농구는 결국 높이가 우선 먹고 들어 가는 게 유리한 종목이다. 림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확률은 높아 진다.
단지 외국은 키가 큰 애들이 많고 우린 적으니까,라고? 그럼 김동우, 정훈 그리고 방성윤은 '큰 애들'이 아닌가? 선수들이 지닌 다재다능함을 죽이려 드는 국내 농구 환경이 정말 실망스럽다. 전 포지션의 장신화와 유틸리티화. 난 이것을 바라는 것이다. 순수한 한국과 중국의 국적을 가진 프로들끼리 대결이었다면 최소 10점차 이상으로 패했다고 난 단언 할 수 있다.
KBL이 우물안 개구리를 떠나 올림픽, 세계 선수권 아니 최소한 아시아권에서 중국 그리고 일본 필리핀 정도에게 최소한 밀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키가 좀 크다고 학원 농구계에서 무조건적으로 넌 비비고 들어가라는 식으로 어린 농구 꿈나무들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 한다.
키 크면서 잘 뛰고 잘 드리블 치고 돌파 잘하고 슛도 잘 던지는 선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농구는 보기에도 더 재미있지 않을까? 국내 환경만의 아담함과 아기 자기함? 키 큰 애들이 적다고? 헛소리이다. 장신이면서 준수한 운동량 가진 선수들을 발굴해내면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KBL이 어쩌면, 국내 아마 및 프로 농구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중국 프로 농구와의 교류를 추진했다면 이건 정말 환영하고 활성화 해야 할 것이다. 왜? 자극을 통한 새로운 농구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경기평을 짤막하게 하자면, 중국 프로 농구 올스타 팀은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높이와 기동력이 잘 짜여진 그들만의 장점을 전혀 못살리고 어이없이 패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무엇때문에 무리할 정도로 3점으로 맞불을 펼쳤는지... 포스트 업과 픽&롤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점수를 따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프로로서의 자존심? 농구는 확률 게임이다. 프로라면 프로답게 어떤 상황에서 건 침착하게, 자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어제 중국 프로농구 선수들의 농구 마인드에선 한국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완패"했음을 그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프로 선수들은 반대로 강점(스크린&무빙&외곽슛)을 잘 살려 경기를 풀어 나간 것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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