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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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K-리그 드래프트, 과연 필요한가? ②

기사입력 2008.07.11 14:29 / 기사수정 2008.07.11 14:29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지난 연재에서는 K-리그 드래프트의 역사와 도입 계기, 그리고 현행 제도의 특징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왜 드래프트에 대해 전문가와 팬들이 날 선 비판을 보내고 있는지, 드래프트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자유계약제 하에서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도입된 드래프트 제도였지만, 그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많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드래프트 방식의 문제

우선 K-리그 드래프트의 내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 드래프트 제도는 전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각 구단에게 지명권을 부여함으로써 팀 간 전력 균형을 꾀하고 유망주 영입에 대한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채택된다. 이렇게 하면 전 시즌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은 가장 좋은 신인 선수를 뽑을 수도,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를 먼저 뽑을 수 있어 팀 간 전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리그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K-리그 드래프트는 당일, 그것도 무작위 추첨에 의해서 순위를 결정한다. 따라서 전력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계획하에서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구단에 필요한 선수, 팀 컬러에 맞는 선수를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것이다. 당일 추첨 상황에 따라 점찍어 두었던 선수를 놓쳐 남은 선수 중에서 한 명을 골라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필요한 선수가 없어 후순위 지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망주 영입 경쟁에 따른 치열한 물밑 경쟁을 막을 뿐, 드래프트의 가장 큰 장점을 스스로 잃어버린  것이다.

선수의 직업선택의 자유권

선수 이적에 대한 규정을 내리는 FIFA의 ‘선수의 지위 및 이적에 대한 규정(Regulations for the status and transfer of player)’은 보스만 룰(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는 구단 동의 없이 타 구단과 이적 협의와 함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규정)과 웹스터 룰(같은 클럽에서 3년간 이상 활약한 28세 이상의 선수는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규정)등을 도입하면서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드래프트는 이와 반대되어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 제도다. 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맞는 팀에 마음대로 갈 수 없다. 만약 선수가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의 연고지 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또한, 드래프트 된 팀으로 입단을 거부하면 5년간 K-리그 진출이 제한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FC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은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따라야 하겠지만 유럽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선수들의 자유 의지를 박탈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빅리그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 중국 역시 자유계약제를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합리한 연봉과 재정 부담의 문제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각 구단들은 완전연봉제와 드래프트제를 조합해 신인 선수의 몸값을 줄이고자 했지만 이에 대한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한 해에 유망주라고 꼽을 만한 선수는 다섯 명 내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1순위 선수 14명은 똑같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다. 선수의 가치와 능력을 무시하는 이런 획일적인 연봉 책정은 프로와 자본주의 사회에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전의 신인선수 영입에 대한 과다경쟁에 따른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구단 재정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구단들은 지명한 선수의 연봉을 3년간 보장해야 하는데, 신인 선수의 성공확률이 기존 선수에 비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연봉 보장은 구단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

유망주의 해외 유출

축구는 글로벌한 스포츠여서 선수의 국가 간 이동이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용이하다. 이런 점에서 현행 드래프트 제도는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드래프트의 도입으로 선수 선택권이 구단에게 돌아감에 따라 젊은 선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잃었다. 드래프트를 신청한 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단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자유계약 시절보다 몸값도 많이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유망주들은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대신 J리그, 특히 J2(2부리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J리그도 K-리그처럼 외국인선수가 3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브라질이나 동유럽 외국인선수에 비해 1부리그의 즉시 전력감으로서 부족함이 있는 어린 유망주 선수들은 2부리그 팀에 입단하거나 1부 팀에 입단해 2부리그 팀에 임대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현재 J2리그에는 올림픽대표의 조영철를 비롯해 최근에 J2리그로 진출한 박주호 등 8명의 유망주가 진출해있다.

연맹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에 대해서 향후 5년간 국내리그 진출을 막고 있는데, 그 실효성은 의문스럽다. 3년이 멀다 하고 각종 규정이 바뀌는 상황에서 선수들 역시 곧 규정이 바뀐다면 K-리그 복귀시 원하는 구단 입단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설사 규정이 바뀌지 않더라도 J리그에서 5년간 활동한 뒤 유럽 등으로 진출하지 못하거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 K-리그의 원하는 구단으로 이적하면 된다.

연봉 대박도 터뜨릴 수 있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J리그 진출시 C계약을 맺는다. C계약은 아마추어 선수나 만 20세 미만 선수에 한해 적용된다. 계약기간 2~3년에, 연봉은 480만 엔(약 4800만 원)선이다. 하지만, 주전으로 발탁돼 일정 경기 이상을 뛴다면 즉시 A,B 계약으로 갱신이 가능하며, 갱신 후 2년차부터는 연봉 최고액에 대한 제한도 사라져 인상폭이 커진다. 하지만, K-리그의 경우 신인 선수의 연봉 상한액(5000만 원)과 연봉 인상폭(전년도의 100%)을 적시해 놓고 있어 연봉 인상의 한계가 있다. K-리그 복귀시에는 해외파라는 프리미엄을 연봉 협상에서 유리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드래프트를 피해 J리그에 갔던 대표적인 선수는 90년대의 노정윤이다. 노정윤은 K-리그 드래프트를 거부한 뒤 1993년 초 J리그 원년 멤버로 산프레체 히로시마에 입단했다. 한국선수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1993년 J리그에서 뛴 한국선수였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노정윤은 90년대 국가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런 선수의 플레이를 우리가 K-리그의 역사로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J리그에 유망주들을 고스란히 내주는 것은 K-리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K-리그의 상품성과 경기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재원들이 엉뚱한 곳에서 그 역량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선수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창 예민하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낯선 해외리그에 적응하고자 힘을 쏟아야 하는 점은 일면 모험일 수도 있다.

연령 제한의 문제

연령 제한 역시 문제다. 현행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19세 이하의 선수는 K-리그 진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부작용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과거 이청용, 신영록, 김동석, 고명진, 한동원 같은 어린 선수들은 15세 때부터 프로팀에 합류해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훈련을 거쳐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특히 학원축구의 승리에 연연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축구 그 자체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소속팀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행 드래프트 제도는 19세 이하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유소년 축구 육성을 막고 있다. 클럽 입장에서는 선수를 어린 시절부터 쭉 육성하고 싶지만 드래프트 제도는 그러한 생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U-18 유소년 클럽으로 한 고등학교를 지정하고 4명의 선수를 우선 지명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지정 고교 외에 다른 고교의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 그 선수에게 공을 들이더라도 드래프트 순위에서 밀려 다른 팀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소년선수는 19세가 되면 바로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하지만 현행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19세가 되어야 프로선수로서의 배움을 시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은 16세 선수들에게도 4-3-3 시스템으로 훈련을 시킨다. 바르셀로나의 1군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전법이다. 1군 선수들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기거나 유소년 선수들의 역량이 어느 수준에 올랐을 때 그들을 바로 실전에 투입하기 위함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리오넬 메시다.

이처럼 연령 제한은 올바른 유소년 클럽 제도의 정착 및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의 조기 프로 진출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 우리는 K-리그에서 메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리오 발로텔리(인테르) 같은 ‘원더보이’들의 활약을 볼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드래프트 제도는 K-리그의 발전을 막고 선수와 구단에게 모두 부담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하기만 하면 이런 문제점은 자연스레 사라지는 걸까?
 
이어질 연재의 마지막 회를 통해서는 드래프트 제도의 문제점을 위한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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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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