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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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대표팀/청소년대표팀 평가전 분석

기사입력 2005.01.28 08:14 / 기사수정 2005.01.28 08:14

이찬주 기자
필자는 이번 성인대표/청소년대표 평가전에서 많은 소득을 봤다고 내다 본다. 성인대표는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귀국했지만, 젊은 피들의 가능성을 타진한 자리였고 청소년대표는 우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두면서, 박주영이라는 메가톤급 스트라이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게 했다.

물론 이들을 훈련시킨 감독과 코칭스테프의 지도력 및 훈련체계에도 박수를 보내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던 것으로 비춰졌다. 두 개의 대표팀은 주전이 대거 빠진 상태에서 미국으로, 카타르로 가서 50% 이상의 수확을 거두고 귀국했다. 성인대표는 해외파가 빠진 상태에서, 청소년대표는 주전선수들의 불참에서 말이다.

즉, 대표팀 내의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을 암시적으로 대변해주는 대목일 것이다. 운용할 수 있는 스쿼드(명단)가 많을수록 감독이나 코칭스테프는 행복하겠지만 반대로 최적의 앙상블을 만들어내야 하는 진통도 예상되리라 볼 수 있겠다.

이번 평가전에서 얻은 수확과 시급히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되짚어보자.


○ 수 확 (Income)

1. 신진 선수들의 새로운 가능성

성인대표팀에서는 정경호(FL/ML), 김진규(DC) 선수를, 청소년대표팀에서는 안태은(DL/DR), 김대호(GK)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우선, 정경호 선수는 팀이 득점한 3골 중, 2골을 성공시키면서 기존의 설기현 선수를 위협할 선수로 성장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으리라 본다. 빠른 돌파와 민첩한 몸놀림이 장기인 정경호 선수는 '04 올림픽 대표에 발탁, 저조한 몸놀림과 잦은 실수로 많은 팬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본프레레호에서 새롭게 빛을 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김진규 선수의 약진인데, 이미 "포스트 홍명보"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국가대표에 선발, 중앙 수비수로 갖출 항목을 두루 섭렵한 신예 수비수다. 이미 소속팀 전남에서도 주전을 꿰찬 김진규 선수는 대인 마크와 위치 선정이 뛰어나며, 이번 미국전지훈련에서 對 파라과이戰에서 헤딩골을 넣으면서 헤딩력까지 겸비한 선수다. 비록, 對 콜롬비아戰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지만, 가까운 장래에 대형 수비수로써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안태은 선수의 능력을 칭찬하고 싶다. 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발한 오버래핑과 포지션 체이지를 통해서 양 윙백을 두루 맡아 보던 안태은 선수는 이미 아시안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도 포백의 한축을 맡았었다.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 유일하게 아시안청소년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수비수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강철같은 체력과 넓은 활동반경 등은 차세대 윙백으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네 번째로 차기석-장성용 골키퍼에 밀려 No. 3 골키퍼로 있던 김대호 골키퍼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성화 감독이나 필자나 이번 對 일본戰에서의 수준급 선방 및 예측력, 안전성 등을 봤을 때 그가 왜 No. 3 골키퍼였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빛나는 실력을 뽐냈었다.


2. 과거의 뻥축구는 가고... 패스 위주의 플레이는 오고...

 성인대표와 청소년대표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과거 "뻥축구"라 불리던 선이 굵은 축구는 -킥 앤 러쉬나 롱크로스에 의한 단순한 플레이-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쓰루패스나 날카롭고 낮은 크로싱에 의한 전술이 빛을 발했다.

 특히, 청소년 대표팀의 전술에서 철저히 미드필더를 거치는 패스 위주의 스타일은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왔고, 간간히 롱크로스로 찔러넣는 전술이 상대에게 먹히면서 득점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戰 2번째 골, 우크라이나戰 1번째 골 등-

 이는 공격루트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인데, 청소년대표팀은 다양한 공격루트를 -개인전술(박주영), 부분전술(신영록-박주영-김승용), 팀전술- 가지게 되었고,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러나, 성인대표팀은 아직 조직력이 정비되지 않아서인지, 패스 위주의 플레이시 간간히 볼이 끊기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미드필더를 거치는 플레이는 경기의 지배권을 우리팀으로 가지고 오는 요인이지만, 불안한 볼처리와 패싱은 지향되어야 할 것이다.


3. 각급 대표팀 기대주의 명암

청소년대표팀의 기대주였던 박주영은 9G 1AS라는 경이적인 골퍼레이드를 펼치면서 득점왕과 MVP까지 거머쥐고 팀을 우승에 올려놓았다. 또한, 신영록, 김승용(이상 1G), 백지훈, 강진욱 등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도 한국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특급 골잡이 박주영 선수와 같이 팀을 우승에 올려놓게 된다.

 그러나, 성인대표팀에서 기대했던 이동국 선수는 골을 기록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귀국했고 김동현, 김두현, 김남일, 김동진 등의 공격수 및 미드필더들은 절반의 성공속에 귀국하게 된다. 성인대표팀의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모든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과 훈련을 착실하게 소화하면서 기량이 향상되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4. 크로싱과 세트플레이 능력 향상

청소년대표팀은 세트플레이보다는 측면 크로싱에 의한 득점이 많았고 국가대표팀은 세트플레이시 득점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볼 수 있었다. 청소년대표팀의 득점 대부분이 측면 크로싱에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훌륭한 크로싱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며 크로싱된 볼을 어김없이 골로 소화하는 박주영 선수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는 김승용 선수의 크로싱과 백지훈 선수의 크로싱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정상급 선수의 크로싱처럼 낮고, 빠르며, 휘어지는 각도가 매우 예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성인대표팀의 골 분포를 보면 중거리슛 1개 - 對 스웨덴戰 정경호 - 를 제외한 두골은 코너킥과 프리킥에 의한 득점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세트플레이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던 것 같다. 이전까지 보여줬던 세트플레이에서의 미숙함이 사라지고, 타점 높은 결정력으로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모습을 간간히 보여줬다.



○ 개 선 (Improvement)


1. 수비불안

각급 한국 대표팀은 3백을 선호하며,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매우 좁게 서고 있다. 이는 현대축구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4백보다는 1명이 적기 때문에, 수비수 한명이 책임지는 지역방어 공간이 더 넓다고도 할 수 있지만 현대처럼 유기적으로 미드필더가 수비지역까지 내려오는 형태에서는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고 위험지역에서는 누구나 맨마킹으로 공격 저지도 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청소년대표팀은 잡음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비록, 對 알제리戰과 對 일본戰에서는 향상된 수비라인을 구축하면서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지만 되짚어 본다면 對 중국戰과 對 우크라이나戰에서의 수비수들간의 미숙한 협력플레이로 인해서 수비라인이 깨지면서, 두 경기에 4실점이라는 허약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 중국戰에서는 수비라인의 조직력 붕괴로, 우크라이나戰에서는 전담마크맨을 놓치면서 실점 -

 이에 반해, 성인대표팀은 위험지역에서의 실수로 말미암아 승리를 놓친 케이스다. 두 번의 패널티킥이 뒷받침 해주고 있다. 파울이라는 것은 위험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나 상대의 역습 시 경고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의 파울 정도가 적당하다. 

김동진 선수나 유경렬 선수의 반칙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만일 노련한 김태영-홍명보-최진철 라인이었다면 페널티 상황을 내주지 않거나 1번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까 한다. 즉, 유상철(DC/MC/FC) 선수처럼 선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노련한 수비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 골 결정력 부재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간판 골잡이인 박주영 선수는 많지 않았던 골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면서 4경기 9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 對 노르웨이戰에서는 제외됨 -
 그러나, 성인대표팀도 흔치 않았던 골기회를 골로 연결시켜 줄 확실한 타겟이 필요했었다. 이동국 선수의 동물적인 골감각은 필자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특급 골잡이로서의 면모는 아직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설기현, 안정환(FC), 차두리(FR) 등의 해외파 골게터 역시 흔치 않은 골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박주영 선수의 대표팀 발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왜 반 니스텔루이나 앙리, 호나우도, 트레제게, 에투, 마카이 등을 특급 골잡이라고 하는가? 결국, 자신이 골을 직접 만드는 능력을 가지거나 골냄새를 잘 맡아 골을 주워먹는 능력을 뛰어나거나 많지 않은 골기회를 골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해서 그들을 엄청난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영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일, 박주영 선수가 프로팀에서도 그처럼 순도높은 골결정력을 위시했다면, 당연히 발탁해야 한다. 아마도 본프레레 감독이 나서서 대표팀 스쿼드에 포함시켰을 것이고, 대한축구협회나 기술위원회, 코칭스테프가 나서서 그를 포함시켰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 성인대표팀에 그런 능력을 가진 확실한 골게터가 없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3. 다양한 전술시험의 부재

청소년 대표팀은 전술 이해도가 좋았고 실제로도 개인-부분-팀 전술이 매우 괜찮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실제로도 이번 대회에서 3-4-1-2 포메이션을 시험적으로 가동시켜 성공했지만 원 포메이션은 4-4-2 시스템을 쓰고 있다.

 즉,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마주칠 다양한 팀들을 상대로 해서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승리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대표팀은 3-4-3 포메이션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부분전술이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필자는 평가한다.

 현대축구에서 보여지는 부분전술에 의한 득점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유럽축구를 보다보면, 2대1 월패스나 삼자패스, 허슬플레이, 다자간 패스워크 등의 다양한 부분전술로 손쉽게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이나 수비벽을 허물어버리곤 한다. 이런 점이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3골 중 2골은 세트플레이에서의 득점, 1골은 중거리슛에 의한 득점이라는 것이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쓰루패스의 비율이 높아진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포메이션도 포백을 시험삼아 가동시켜 봤을만 했다. 포백이 좋다, 쓰리백이 낫다 라는 식의 고정된 생각보다는 다양한 팀전술은 분명 상대에게 당황스러움을 제공할 수 있다. 이미 포백이 히딩크 前 감독이나 쿠엘류 前 감독, 본프레레 現 감독까지 실험해 봤지만 실패하면서 쓰리백에 고정시켜 놓으면서, 훈련과 평가전, 최종예선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종예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라 실험을 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추후에라도 포백에 대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어떨까 한다. 국내클럽에서도 포백시스템을 가동하는 팀이 많기 때문에 무리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단지, 과거의 결과에 찹착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 그러나, 결과가 미덥지 않다면, 한국에게 잘 맞는 쓰리백에 고정시켜야 할 것이다. 어차피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니까 말이다. -

위에서 둘러봤듯이 미흡한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며, 팀내 주전이 복귀했을 때의 선수들간 앙상블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주전복귀 전부터 자신이 벤치로 물러날 것을 예상해서 가난한 행동(Poor Performance)으로 일관되지 않고, 서로 최상의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최상의 시너지 효과(Synerge Effect)을 도출할 수 있다.  이는 감독과 코칭스테프, 선수들의 몫이다.

성인대표팀은 최종예선 통과라는 과제를, 청소년대표팀은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의 호성적(4강 이상)을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02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이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니었음을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2005년이 되었음을 하는 바램을 적어본다.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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