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27 11:21 / 기사수정 2008.06.27 11:21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꼭 필요할 때 안타를 만들어내는 타자, 홈런왕도 부럽지 않다.
두산 베어스와 우리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26일 잠실구장, 두산의 중심타자들은 꼭 필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터뜨려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이날 2~4번 타순에 배치된 고영민(24), 김현수(20), 김동주(32)는 경기내내 침묵하다 2-2로 맞선 8회말 집중타로 역전을 일구어냈다. '뚝심' 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는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두산은 2회말 오재원의 2타점 2루타 덕분에 2-0으로 앞서나갔다. 이에 히어로즈는 3회초 공격에서 전준호의 빠른 발로 한점을 만회, 한점차의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졌다. 이후 양팀은 0의 행진을 거듭했고, 두산의 중심타자들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채 침묵했다.
8회초. 히어로즈는 송지만의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명제의 승리가 아쉽게 물거품이 되고 패배의 가능성도 점쳐질 즈음, 8회말 두산의 공격은 1번타자부터 시작되었다. 교체 출장한 최승환이 3루수 땅볼로 아웃된 후, 타석에는 고영민이 들어섰다. 이전 세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난 고영민은 좌익수 쪽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다급해진 히어로즈는 박준수를 강판시키고, 송신영을 투입해 실점을 막아보려 했다. 타석에는 3번타자 김현수. 볼넷 하나를 얻었을 뿐 안타가 없었던 김현수는 침착하게 공을 고른 뒤, 볼카운트 1-3에서 좌중간 안타를 터뜨려 고영민을 3루까지 보냈다.
1사 1,3루의 기회. 이번에는 부동의 4번타자 김동주가 나섰다. 앞선 세타석 연속으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그의 방망이도 중요한 순간에는 날카롭게 돌았다. 3구째를 받아친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3-2를 만드는 역전타이자 결승타였다.
물론 이후에 터진 정원석의 만루홈런도 승리의 원동력이었지만, 이 3연속 안타는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세번째 타석까지 침묵했던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네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집중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합계 11타수 3안타로 타율은 .273에 불과했지만 꼭 필요할 때 나온 그들의 안타는 영양가 만점이었다. 숫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값진 활약이다.
승부가 결정났을 때 홈런을 터뜨리는 팀과, 꼭 필요할 때 안타를 만들어내는 팀.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이것이 아닐까. 역시 잘 나가는 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법이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