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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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나라 피겨팬 들은 '봉'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8.06.27 13:17 / 기사수정 2008.06.27 13:17

김주연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주연 기자]책정된 티켓의 가격이 나와있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게 싸다.

10월에 스케이트 아메리카로 시작되는 이번 시즌 그랑프리 대회가 12월 10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김연아 선수의 활약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여느 때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우리에게 가까워졌다.

김연아 선수가 많은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국민 여동생'으로 떠오르자 세계의 유명한 선수들도 그녀의 인기와 더불어 날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팬들은 대회나 갈라 쇼가 있을 때에 그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빙상장을 찾으려 하지만 높게 책정된 가격에 계획을 접고 말게 된다. 가까운 예로 기자의 친구는 페스타 온 아이스를 보러 가려고 했지만 학생의 용돈으로는 가기 힘든 가격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피겨가 인기를 끌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피겨는 10만 원씩 하는 고가 스포츠일까?

그렇지 않다. '티켓의 가격을 다른 나라의 티켓 값에 비슷하게 책정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기에 다른 나라의 티켓 가격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국제 빙상연맹 주최 대회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다.) 하지만 티켓의 가격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우리나라만 비쌌다.

우리나라에서만 터무니없게 높게 책정된 티켓가격

국제 빙상연맹(이하 ISU) 주최대회 2개를 비교해 보았다.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ISU 4대륙 피겨 선수권 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4대륙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과 올해 10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제1차 그랑프리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 두 대회를 비교해 보았다.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뜬 티켓 가격을 보니 가장 좋은 자리의 일일권이 56달러이다. 최근의 환율을 고려해 봤을 때 56000원에서 6만원 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컴펄서리만 볼 경우에는 20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그리고 골드, 실버, 브론즈 로 좌석을 3단계로 구분을 해 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4대륙 선수권 대회는 경기장의 좌석수가 다른 나라들의 2분의1 3분의1 밖에 되지 않는 데에도 불구하고 좌석을 4단계로 구분해 놓고  3만원/5만원/7만원/10만원으로 책정을 해 놓았다.

결국, 우리나라의 팬들은 미국의 팬들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볼 돈으로 3등급 좌석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패키지도 비교했다. 두 나라의 팬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본다는 기준하에 미국의 팬들은 대회 기간 내내 30만원+기념품에 본다면 한국의 팬들은 80만 원에 봤다.

거의 3배가 임박하는 가격이다. 좌석이 다른 나라의 반밖에 되지 않는데 4단계로 구분해놓은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2단계 정도로 구분해놓는 것이 적당하다. 게다가 1층석 3열까지 난간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판매방식에 심지어 끼워팔기까지

이 두 대회의 가격을 비교해 보는 과정에서 비싼 가격 이외에 더욱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만 티켓을 파는 시스템이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 다른 나라들은 일일 권으로 판매하는 반면 유독 우리나라만 프로그램별로 티켓을 팔았던 것이다.

유럽 선수권 대회, 세계 선수권대회, 그랑프리 대회 모두 일일 권으로 팔고 있었다. 그리고 끼워 팔기라는 소비자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까지 벌어졌었다. 소위 인기 높은 종목인 여자 싱글, 남자 싱글, 갈라쇼 등을 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인기없는 종목인 페어나 아이스 댄싱의 티켓을 같이 사야 하는 비상식적인 판매 방식으로 많은 팬의 원성을 샀다.

2년 전의 4대륙 대회는 무료 관람이었는데 인기가 많아지자 바로 다른 나라의 가격 경기장의 시설과 우리 팬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너무 높게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피겨의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만 한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외국 팬들은 똑같은 음식을 반 가격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것이고 우리나라 팬들은 2배를 주고 천막에서 먹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미국의 에버렛과 캐나다의 오타와, 중국의 베이징, 프랑스의 파리, 러시아의 모스크바, 그리고 일본의 도쿄 등 6개 도시를 거친 후 각 대회에서 순위권 안에 든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세계대회이다. 세계의 많은 피겨 팬들도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팬들이 우리나라에 대회 관람을 위해 왔는데 자신의 나라에서와 다른 가격을 그것도 많이 높은 가격을 보게 된다면 그건 단순 가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다.

항상 대회 시작 전에는 피겨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주최측은 '합리적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가격이 책정되고 난 후에 팬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에는 다시 책정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티켓 값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이것도 기만하는 행위다. 이런 식의 행태를 계속 보여준다면 지금 커져 가는 피겨의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앞으로 많은 대회가 열릴 것이다. 

대한 빙상연맹과 티켓 판매 대행사들은 말뿐만이 아닌 정말 '합리적인'가격으로 책정하도록 하여 더 많은 팬이 찾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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