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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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그리고 방승환, '같지만 다른 징계의 아픔'

기사입력 2008.05.29 09:14 / 기사수정 2008.05.29 09:1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지난 24일 수원과의 경기에서 과도한 항의로 물의를 빚었던 포항 조성환의 징계가 결정되었습니다.

한국 프로축구 연맹은 28일 상벌 위원회를 개최, 24일 수원과 포항의 경기서 과도한 항의와 경기장 무단이탈로 경기 지연하고 유니폼 상의 탈의 등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점을 들어 리그 6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600만 원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상벌위원회는 연맹 상벌규정 제3장 징계기준 제16조 4항의 ‘심판에 대한 판정항의 또는 비신사적 행위’ 조항을 적용했죠.

6경기 출장정지는 분명 중징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앞서 징계에 ‘중’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못한 것은 그와 비슷한 일을 저지르고 벌써 반년째 그라운드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는 한 선수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2007년 10월 3일, 전남 광양 전용구장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전남과 인천의 FA CUP 준결승전이 열린 그곳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의 뜻을 보인 방승환이 조성환과 비슷한 일을 벌였던 것인데요. 방승환은 퇴장 판정을 내린 주심에게 경기장 한가운데서 상의를 벗은 채 격렬하게 항의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당연히 경기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그 장면을 찍은 한 동영상에서는 광양 관중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왔습니다. 사태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방승환에게 1년간 모든 경기에 출장 정지라는 그야말로 중징계를 내렸고, 그 경기를 주관한 배재용 주심에게도 방승환과 마찬가지로 1년간 심판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비록 심판에게도 징계를 줘 양쪽의 잘못을 모두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방승환의 징계는 너무 무거운 감이 있어 있습니다. 아직 전도유망한 그가 통째로 버려야 할 1년은, 그의 선수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죠. 올 시즌 유학에서 돌아온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때때로 인터뷰에서 방승환의 사면을 조심스럽게 입에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인천의 서포터들은 방승환의 사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고 곧 재심을 요청할 예정에 있습니다.

방승환이 시범 사례로 된통 뒤집어썼다는 생각은, 처음 징계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두 선수의 징계가 각각 다른 주체에서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징계 수위의 높낮이가 다른 것도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각각 다른 잣대가 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사건인데 어쩜 이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건지 쉽사리 수긍할 수 있으신가요.

조성환의 이번 행위는 어찌 보면 방승환이라는 ‘시범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사건이기에 그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성환의 징계가 더욱 무거워져야 한다. 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성환의 생각보다 가벼운 징계를 통해 방승환의 사면을 바라는 것에 가깝죠. 물론, 선수들도 자중해야 합니다. 자중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라는 권유보다는 해야 한다. 는 강요에 가깝습니다. 당연한 일이니까요.

프로 선수는 자신과 팀의 승리를 위해서 뜀은 물론이고 경기장에서 혹은 텔레비전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 관중을, 혹은 시청자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불만으로 경기를 지연시키고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관중 중 ‘아,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렇게까지 항의를 할까.’라고 봐줄 만한 관중은 얼마 없을 것입니다.

그날 수원 빅버드에 있었던 3만 8천의 관중 중 조성환이 유난히 수원만 만나면 이를 악물고 뛰고 판정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관중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대부분의 관중은 ‘도대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짜증 섞인 의문이 있었을 것입니다.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 또한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다만, 경기를 주관하는 심판도 존중받을 수 있는 판정과 소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징계는 내려졌고, 번복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조성환은 6경기 동안 그라운드에 발을 들일 수 없겠지만, 그 징계가 끝나면 곧 다시 돌아와 초록 잔디를 밟을 수 있겠죠.

하지만, 방승환은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질지 지금으로선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그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방승환은 남은 6개월을 고스란히 내버려야 합니다. 이듬해 돌아와 그라운드를 밟는다 하더라도 그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모든 것이 어둡기만 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비슷한 잘못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다른 상황에 처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선수의 자중과 더불어 심판의 수긍 가능한 판정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에 대한 잣대가 최소한 비슷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재발을 방지하고 반성을 위해 내리는 징계가 들쭉날쭉해 고개를 갸웃해야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겠죠. 징계를 받아야 하는 선수나, 구단 그리고 팬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징계가 내려져야 협회나, 연맹이 원하는 대로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지난 2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최광보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상의를 탈의한 채 강한 항의를 한 포항의 조성환 (C)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지병선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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