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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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후, '친절한 모따'와 함께한 관중석 그 뒤편에 서서

기사입력 2008.05.27 11:06 / 기사수정 2008.05.27 11:06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지난 25일 성남과 서울의 K-리그 11라운드가 성남 탄천 종합 운동장에서 열렸습니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던 양 팀의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그 내용만큼은 극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찔했습니다.

서울에 첫 골을 뺏기고 끌려가던 성남은 패색이 짙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덩달아 그들이 홈으로 쓰고 있는 탄천 종합 운동장도 싸한 분위기에 휩싸였죠.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탄천은 들끓었습니다. 모따의 골이 터진 것입니다. 혼전 속에서 시도한 모따의 골은, 그 강도가 세지 못해 그대로 서울의 김호준 골키퍼에게 잡히는 듯했지만, 기적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요? 그 공은 그대로 굴러 김호준 골키퍼 다리 사이를 지나쳤고, 이어 골 라인도 넘어버렸습니다.

골, 후반 추가 시간도 다 끝나가던, 이제 휘슬만 울리면 마무리 지어질 수밖에 없는 그 상황에서 다시 수평이 맞춰진 것입니다. 그 공이 가는 길을 멍하니 지켜보던 노란 유니폼의 성남 선수들은 일제히 팔을 치켜들고 뛰어올랐고, 관중석의 노란 물결은 넘실대다 못해 출렁거렸습니다.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서울의 선수와 벤치는 주저앉아 허탈해 했습니다. 모따의 골로 패배의 수렁에서 구사일생으로 건져 올려진 성남 선수들은 주저앉은 서울 선수들 사이로 뛰어다니며 짜릿한 기쁨을 즐겼죠.

그 기쁨의 원인이 된 모따는, 극적인 동점골에 잔뜩 들떠 모두 일어나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자신도 너무나도 신난 나머지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자신의 골을 자축했습니다. 유니폼을 벗는 행위는 경고를 받습니다. 당연히 모따도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따는 하나도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곧 종료 휘슬이 울렸습니다.

만약 모따의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서울 선수들은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을 테고 성남 선수들은 축 처져 고개를 숙였을 겁니다. 그러나 종료 휘슬 후 기자가 예상했던 그 모습은 정확히 반대가 되었습니다.  85분 이후 터지지 않는 동점 골에 잠잠해졌던 성남 탄천 종합 운동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성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던 서울의 서포터석은 잠잠해졌지만 말입니다.

이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모따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유니폼을 벗어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서포터즈 석으로 인사를 하러 왔죠. 다른 선수들이 별생각 없이 평소처럼 서포터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 하자, 모따가 큰 소리로 선수들을 다그치지 시작했습니다. 유니폼을 벗어 던져 주라는 제스처와 함께 말입니다. 모따의 행동에 선수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유니폼을 벗어 서포터석으로 던졌습니다. 생각 밖의 횡재를 한 성남 서포터들은 더욱더 소리 높여 선수들을 독려했죠.

모따는 팬 서비스가 좋은 선수 중 하나입니다.

일전에 기사화했던 적도 있지만, 그는 유난히 성남을 아낍니다. 지난해 10월 3일,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골을 넣고 그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팀 엠블럼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었죠. 그 세리머니에 많은 성남 팬들이 기뻐했었고, 그의 이름에 신(神)을 붙여 '모따신'이라 부르며 그를 칭송했었습니다.  그가 부상을 당했을 때 기다려 줬던 팀에 대한 고마움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한국인 선수도 아닌 그저 떠나면 그만일 외국인 선수가 이토록 팀과 팬에게 애정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기특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작은 팬 서비스 하나에 많은 팬은 즐거워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던져 준 유니폼을 받은 팬들은 하나같이 싱글 벙글 웃는 얼굴로 경기장을 떠나더군요. 혹여, 오늘 처음 경기장을 온 누군가가 그 유니폼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에 또 다시 경기장을 찾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아마도, 그 유니폼은 소중한 선물로 남겠죠.

당장에 저조차도 그 동점골과 유니폼을 던져주라고 외치던 -물론, 모따가 쓰는 말은 포르투갈어라 그 의미가 맞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모따의 모습이 경기가 끝나고 기사를 적는 지금에도 잊히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때 모따의 표정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왜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날 모따는 그렇게 인사가 끝난 후 선수 대기실로 들어가면서, 자신을 향해 손을 뻗은 많은 사람이 바라는 대로 사인을 해주고 그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모따의 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엔 모두 웃음이 피어있었죠.

사실 성남에는 팬 서비스에 인색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아니 꼭 성남뿐만이 아니라, K-리그 선수들 중 팬 서비스를 즐기는 선수는 흔치 않죠. 유니폼을 던져주는 것만이 팬서비스는 아닙니다.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은 선수 대기실 위로 팬들이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많은 꼬마 팬들이 성남 선수들이 나오고, 들어갈 때 손을 한껏 뻗어 잡아달라며 선수의 이름을 외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손을 잡아주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긴장되고 힘들고 지친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 손에 짧은 순간이나마 화답해주면 꼬마 팬들에겐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팬 서비스가 되는 것이겠죠. 이런 이야기는 비단, 성남에서만 통용될 이야기는 아니겠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멋진 골도, 화려한 플레이도 좋지만, 관중석에서 그 들과 교감하길 바라는 누군가를 위해 그 관중석에 한 번 더 손을 뻗는 것이 프로의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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