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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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댄 나의 챔피언] K-3 김승철, 아카시아 향보다 진한 땀냄새가 아름다운 이유

기사입력 2008.05.18 07:48 / 기사수정 2008.05.18 07:48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5월 17일 현재 K-리그 득점 선두는 성남의 두두, 도움 선두는 울산의 브라질리아입니다. 내셔널리그 득점 선수는 울산 현대 미포조선의 김영후, 도움 선두는 부산교통공사의 이재영이고요. 득점과 도움 선두가 각각 다르죠.

그러나 K3리그는 다릅니다. 단 한 선수의 이름으로 득점과 도움 모두 화성 신우전자의 27번, 김승철이 선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985년생, 스물넷 순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이 선수는 예원 예술대를 졸업하고 내셔널리그 한국 철도에 입단했습니다.

입단 첫 해는 그럭저럭 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서 자리 매김 하는 듯했지만, 2년차 징크스가 그를 찾아왔습니다. 부상과 슬럼프로 주전 자리를 뺏긴 그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죠.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들 겪었을 문제였습니다. 바로 군 문제가 그에게 다가온 것이었죠.

대학 시절 입었던 부상으로 인대 수술을 경험한 그는 4급 판정을 받았고 그래서 그가 선택한 곳은 병역 특례 업체인 신우전자였습니다. 지금까지 내내 그가 했던 것은 '축구뿐'이었지만, 지금은 축구보다 회사일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전에 회사에 출근해 다른 선수들과 함께 저녁까지 일을 하고 늦은 저녁 축구화를 신습니다. 대학 시절이나 한국 철도 시절처럼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죠. 그래도 지금 김승철은 나름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9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가 넣은 골은 10골, 팀 전체 득점이 22점인 것을 감안하면, 팀의 주포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의 포지션이 맨 앞에 서는 공격수가 아닌 허리에 서는 미드필더임을 감안할 때 이 기록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는 17일, 비봉 습지 구장에서 열린 남양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골을 터트렸습니다. 10골째, K3리그 선수들 중 가장 처음으로 두 자리 수의 골을 기록하게 되었죠.

김승철의 활약으로 화성 신우전자는 남양주 유나이티드에 3-2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화성 신우전자는 8승 1패, 여전히 리그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종합 운동장 급의 큰 운동장도 아니고, 잔디도 천연 잔디가 아닌 인조 잔디로 날이 더워지면 그 더위는 말 못할 정도로 심하게 다가옵니다. 경기장 주변엔 건물 하나 없습니다. 공터와 도로뿐이죠. 경기장을 찾아갈 수 있는 대중교통도 없습니다.

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힘든 곳이 비봉 습지 구장입니다. 관람석도 한쪽에 작게 마련되어 있는 것이 전부고, 선수단 벤치가 모자라 선수들은 각자 의자를 하나씩 가져와 앉아야 합니다. 모든 것이 열악하기만 하지만 이 풀뿌리 축구판에서 그의 꿈은 탱글탱글 여물어만 갑니다.

올 시즌 아무리 잘해도 김승철이 다시 내셔널리그로 간다든가, 더 크게 프로로 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앞에 언급했듯이 그는 현재 군 복무를 대체 중이니까요. 어쨌든 이곳에서 앞으로 남은 복무 기간을 채워야 하죠.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해서 그가 대체 복무를 마칠 때까지 같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 그의 쉼 없는 골 행진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그가 늦게나마 내셔널로, 그리고 프로로 더 나아가 국가대표로 까지 성장하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뭐, 이뤄지지 말란 법도 없겠죠.


비봉 습지 구장 맞은 편 야산에는 한창 아카시아가 군락을 이뤄 짙은 향내를 풍기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잠시 만난 김승철에게선 그보다 진한 땀 냄새가 전해져 왔습니다. 그래도 그 냄새가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그 90분에 충실했는지, 그의 90분을 함께했기 때문이겠죠. 이번 시즌 마지막까지 김승철의 이름을 기록 상위에서 찾아 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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