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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Review] 아스날 - 전 유럽을 놀라게 했던,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드라마

기사입력 2008.05.16 17:22 / 기사수정 2008.05.16 17:22

김병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병호 기자] 드디어 지난주 38라운드 경기를 마지막으로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이하 EPL)가 10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기자는 이 지면을 빌려 올 시즌 가장 인상깊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팀. 2007/08 아스날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버린 초반 선두 질주

시즌 시작 전만 해도 그들을 우승후보라고 지목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이 3~4위권을 놓고 리버풀과 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고, 실제로도 아스날은 이번 시즌을 3위로 마쳤다.

그러나 3위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즌 1라운드에서 레만의 실수로 풀햄에 포인트 드롭을 당할 뻔하기도, 2라운드에서는 끝내 블랙번에게 무승부를 허용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하였으나 이후 상승세를 타던 맨체스터 시티, 포츠머스를 잡아내고 토튼햄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는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으며 라이벌을 3대1로 잡아내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세비야를 완벽하게 잡아내는 그들을 보며 시선이 약간씩 바뀌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약간일 뿐, 조금만 더 지나면 그들의 순위는 분명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10월 이후 대표팀에서 돌아온 반 페르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기자 역시도 실제로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포텐셜이 무궁무진하다고 벵거가 칭찬했던 아데바요르의 득점포가 터지기 시작하였고 박싱데이를 지날 무렵에도 아스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승점이 1점 뒤진 채로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월이 오자 현지 언론들은 다가오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이 지나면 아스날의 순위가 떨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투레와 에보우에가 국대에 차출되는 아스날로서는 특히나 투레의 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센데로스가 투레의 자리를 잘 메워주었고, 벵거가 데려온 야심작 에두아르도는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골을 쏘아 올리기 시작하였고, 아스날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끝난 2월 중순에도 선두권 경쟁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새로운 아스날의 중심축 파브레가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축구

앙리가 떠난 후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하여 그 옆에서 많은 활동량과 더불어 정열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던 파트너 플라미니. 그리고 세스크로부터 시작되는 공격을 골문 앞까지 패스와 드리블 어떠한 것으로도 배달해줄 수 있는 흘렙과 로시츠키가 있는 미드필더에 전방에서 공을 받아서 돌진해 들어온 동료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많은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하여 찬스를 만들어내는 아데바요르.

그리고 피니셔 역할을 맡았던 반 페르시와 에두아르도, 엄청난 오버래핑과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냐와 클리시에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하여 후방을 책임졌던 갈라스와 투레가 만들어가는 아스날 축구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세밀한 공간에서도 상대방의 압박을 읽어내어 그보다 한 타임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가는 패스 플레이는 최근 몇 년간 볼튼과 블랙번 같은 스타일(흔히 도그 파이트라 불리는)에 고전하였던 아스날이 벵거식 파해법을 찾은 듯이 보였고 "나의 꿈은 타이틀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축구가 그라운드 안에서 5분 만이라도 지속되는 것을 보는 것이다"는 벵거의 신념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

이러한 그들의 플레이는 전 시즌 유럽 챔피언인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절정을 보여주었다. '벵거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아스날의 선수들은 밀란의 관록에 주눅이 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많은 활동량과 한 박자 빠르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였으며 끝내는 그들을 침몰시키고 말았다.

완성될 수 없었던 아스날의 드라마

그러나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아름다웠던 벵거의 신념과 더불어 그들의 축구는 완성될 수는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이후 벌어졌던 주말 버밍엄과의 경기에서 균열이 표현화되기 시작하였다. 에두아르도가 시즌 아웃을 당하는 끔찍한 부상을 입었고, 경기 또한 막판 페널티킥으로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이때 중요했던 점은 무승부가 아니라 주장인 갈라스가 보였던 액션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의욕적인 주장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던 갈라스에게는 "주장의 자격이 없는 선수" 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한, 이전에 로시츠키는 이미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다. 밀란과의 16강 승리 이후의 후유증이 컸던 탓인지는 몰라도 이후 리그에서 승리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데 실패하였고 갈라스와 벤트너를 둘러싼 라커룸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또한, 투레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다녀온 이후 다른 사람처럼 폼이 떨어진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로시츠키는 아예 시즌 아웃 판정을 받고 말았으며 그나마 반 페르시가 돌아왔으나 여전히 폼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4월 초에 벌어졌던 맨유와의 리그 경기, 그리고 리버풀과의 3연전을 통하여 모든 타이틀에서 멀어지고 말았고, 최종 라운드 결과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물론 지난 시즌 2월부터 일찌감치 타이틀 레이스에서 멀어졌던 것에 비교하면 시즌 마지막 2라운드를 남겨놓기까지 산술적으로 우승 레이스 경쟁을 한 점은 분명 긍정적인 면일 것이다. 또한, 그들이 선보였던 축구는 선수층 부족으로 경쟁에서 뒤처지기 전까지 정말 아름답고도 이상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위로를 삼기에 아스날은 이미 너무나도 커져 버린 클럽이다. 현재 아스날은 EPL을 대표하는 클럽에 어울리지 않게 3년 연속 작은 컵 대회 트로피 한 개 없다. 벵거의 "우리 선수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미래는 밝다" 는 외침은 벌써 몇 년째이고, 과연 당장 우승권이 아닌 잠재력만을 보고 높은 클래스의 선수들이 아스날을 선호할지도 의문이다.

필자는 플라미니의 밀란 이적에 대하여 물론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고 보지만, 그 뒤에는 분명 아스날보다는 밀란이 우승 트로피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 보였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하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최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흘렙의 이적설 역시 같은 선상이라고 본다.

이제는 잠재력을 결과로 도출해야 할 때

최근 아스날이라고 하면 타이틀 경쟁자가 아닌 꼬마 영계들을 수집하는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유망주들을 잘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분명 그들의 잠재력은 이번 시즌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잠재력을 바탕으로 하여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할 때이다.

이를 위하여 아르센 벵거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흔들리는 주축 선수들을 지켜내면서 부족한 스쿼드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일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한 벵거의 드라마 아스날 시즌 07/08이 그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면, 다가오는 시즌 08/09에서는 더 많은 준비를 하여 만화같이 이상을 좇는 그들의 성공기와 더불어 '해피엔딩'을 보았으면 하는 점은 비단 기자의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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