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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성남, 천적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8.05.03 23:10 / 기사수정 2008.05.03 23:1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그야말로 성남은 천적을 만났다. 그 동안 그렇게 성남을 괴롭히던 울산의 마수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포항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네 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얻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정규 시즌 우승을 거머쥐고도 최종 챔피언 결정전에서 포항에게 2연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놓친 생각만 하면 성남은 고개가 절로 저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첫 맞대결, 성남으로서는 지난 시즌의 악몽을 끝내고자 하는 마음이 컸고, 포항은 우세를 지켜나가겠다는 심산이었다. 90분 내내 날씨보다 더 뜨거운 공방전을 펼치던 양 팀의 승패는 후반 26분, 성남 김영철의 자책골이 포항의 결승골이 되면서 포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장학영, 그의 빈자리

아마도 이 경기를 보던 성남 팬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선수는 장학영일 것이다. 성남은 지난 광주 전에서 공중볼 다툼 후 착지 불안정으로 뒤꿈치 부상을 입은 장학영 대신 박우현을 왼쪽 날개에 세웠다. 박우현의 평소 포지션은 중앙 수비지만 성남은 장학영 자리에 내세울 수 있는 백업 요원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박우현 조차 울며 겨자 먹기로 세워놓았다만 그 조차도 영 못미더웠나보다. 장학영이 공수 전반을 담당하던 왼쪽은 이 날 공격선에서는 모따가, 수비선 에선 김영철이 각각 박우현을 뒷받침하기에 이르렀다. 자기 포지션을 벗어나 평소 활동량보다 큰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탓에 오히려 자신의 원 포지션을 비우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고, 특히 김영철의 경우 그로 인해 빈틈을 노리는 포항 공격수들의 공세마저 막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성남의 기선을 제압한 포항이 먼저 0의 균형을 깨뜨렸다. 포항은 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박원재가 왼발 슛으로 연결, 선취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이후 4분 뒤인 전반 25분, 황진성의 힐 패스를 받은 김재성이 재차 성남의 골문을 가르며 2대0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뜨거운 날씨보다 뜨거웠던 몸싸움

이 날 최광보 주심의 주머니에서 나온 옐로 카드는 총 다섯 장. 성남이 한 장, 포항이 네 장으로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경고로 구분지어진 몸싸움을 제외하고도 양 팀은 90분 내내 치열하게도 부딪혀댔다. 포항의 김재성은 드리블을 시도하던 조동건의 머리채를 잡아채기도 했고, 모따와 최효진, 그리고 모따와 김재성은 잦은 몸싸움으로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날 한발 늦게 울리던 심판의 모호한 휘슬은 양 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 서포터즈까지 분노하게 만들었다. 양 가를 차지하고 선 성남과 포항의 서포터즈는 모호한 휘슬이 울릴 때마다 욕설 섞인 고함을 내질렀고, 일반 관중석에서조차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전반이 끝난 뒤 성남 김학범 감독은 최광보 주심에게 다가가 판정에 어필하기도 했다. 이러한 판정 속에 선수들의 몸싸움은 더욱 거칠어 질 수밖에 없었다.  

성남의 첫 골은 이런 몸싸움 속에서 나왔다. 두두가 황지수를 제치고 포항 중앙 문전으로 치고 들어갔고, 페널티 라인 안에서 제지하던 황재원과 조성환 사이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최광보 주심은 성남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 킥을 얻어낸 두두는 직접 골로 연결시키며 시즌 7호 골을 성공시켰다.


 
완벽한 조합을 찾아서.

성남은 지난 시즌 완벽한 베스트 11을 내놓고 시즌을 치렀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은 허리 진영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난 성남의 허리는 기본적으로 김상식과 김두현을 주축으로 삼았다. 김두현이 떠난 후 그를 뒷받침 할 확실한 누군가가 모자랐던 것이 성남의 허리. 그래서 시즌 시작 후 부랴부랴 김정우를 영입했지만 아직도 완벽한 조합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성남의 실정이다.

김상식을 기본 축으로 삼고 손대호+김철호, 손대호+김정우 등 여러 가지 실험을 계속 하고는 있지만 지난 시즌 만큼의 조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성남 팬들에게서는 손대호와 김철호를 합쳐놨으면 좋겠다는 푸념마저 들려온다. 해결되지 않는 미들의 불협화음에 더불어 포항의 압박은 성남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후반 3분 포항의 압박이 채 시작되기 전에 후반 교체 투입된 김정우의 패스를 받아 두두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성남은 이후 포항의 압박에 역전골을 터트릴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나머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포항은 성남보다 한발 더 앞서 성남의 패스를 차단했고, 드리블해 나갈라 치면 어느새 들러붙어 강하게 압박했다. 그 후 빠른 역습 전개로 성남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2대2 이후,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고 그대로 끝날 것만 같던 경기의 균형이 다시금 무너진 것은 성남의 골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호성이 울린 곳은 성남의 벤치가 아닌 포항의 벤치였다. 시종일관 성남의 왼쪽을 자신의 주 무대처럼 누비던 최효진은 후반 30분 성남의 골문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그 것이 엉뚱하게도 성남 중앙 수비수 김영철의 발에 맞아 성남의 골망을 갈랐다. 정성룡 골키퍼가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후반 45분 종료 후, 6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지만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았고, 경기는 3:2, 포항의 신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장학영의 공백으로 인해 포항에게 왼쪽을 고스란히 내 준 성남은 그 왼쪽을 지키기 위해 더 큰 문을 내주는 등 무너진 균형을 잡지 못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손대호와 김철호의 미들 진영은 포항의 그 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활동량으로 허리간의 압박 대결에서 밀리며 경기 전세마저 내주고 말았다.

또한 8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는 두두의 활약에 비해 그의 파트너인 모따와 신인왕 후보로 점쳐졌던 조동건의 발끝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성남으로서는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편 포항은 시즌 초반과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의 부진을 뒤로하고 다시금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선보이고 있다. 탄탄한 수비를 기초로 한 공격의 시작으로 데닐손과 최효진이 쉼없이 성남의 진영을 누비며 이 날 승리를 이끌어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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