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30 20:55 / 기사수정 2008.04.30 20:55
오기의 광주, 초반부터 강한 압박
올 시즌 정규리그 6위를 달리고 있는 광주는 예전의 '동네북'이 아니었다. 성남 출신의 골키퍼 김용대를 명단에서 제외하는 여유(?)를 부린 광주였지만, 경기장에 나온 선수들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단단해보였다. 개막전 홈경기에서 성남과 1-1로 비기며 가능성을 보여준 광주였기에 광주 선수들은 한껏 자신감 있는 태도로 경기에 임했다.
정성룡, 김영철, 김상식 등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벤치에 앉힌 성남은 지난 광주와의 개막전을 연상시키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광주의 강한 중원 압박에 밀리며 성남 특유의 효율적인 패싱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고, 수비 가담에 소극적인 모따-두두-빼드롱 외국인 공격수 쓰리톱은 전방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성남 팬들은 2패를 기록하고 있는 컵대회의 악몽이 이어질까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지키는 광주, 두드리는 성남
전반 초반 고슬기와 김현승의 슈팅이 있은 후 한동안 잠잠하던 광주는 전반 중반을 넘어서며 '지키기'에 들어가는듯 했다. 김현승과 남익경이 수비에 좀 더 치중하고, 최전방에는 최원우만이 자리를 지키며 역습을 노리는 4-5-1 포메이션으로 변경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성남은 경기를 주도하며 공격에 나섰지만, 지키기에 들어간 광주의 밀집수비를 뚫기란 쉽지 않았다.
성남은 전반 25분까지 모두 네 차례의 슈팅을 날렸지만, 빼드롱의 각도가 없는 슈팅을 제외하면 모두 정확도가 낮은 중거리 슈팅이었다. 그만큼 공격 전개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성남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한동원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빼드롱이 아직 팀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며 공격진에서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반 30분까지 성남은 광주의 골문을 제대로 두드리지조차 못했다.
전반 막판에야 달구어진 경기장
양 팀은 다소 지루한 공방전으로 전반 후반을 보냈다. 광주에서는 남익경과 김현승이 슈팅을 선보였지만 골과는 거리가 멀었고, 장학영과 모따의 슈팅도 날카롭기는 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득점 없는 지루한 주중 컵대회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양 팀은 전반전 종료를 앞두고 몸이 좀 풀리는듯 했다. 모따의 두 번째 슈팅은 골문을 아차하게 빗나가는 좋은 슈팅이었고, 조병국의 40m 프리킥은 낮고 강하게 깔리며 성남의 코너킥을 유도했다. 광주에서는 남익경이 다소 약하지만 유효슈팅 하나를 시도하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위협적인 장면은 광주의 박동석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 모따가 스로인 패스를 이어받아 날린 슈팅이었다. 다소 코믹했던 이 장면에서 박동석 골키퍼는 모따의 슈팅을 잘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
빨라진 공격 스피드, 거칠어진 몸싸움
후반 초반 양 팀은 전반전보다 빠른 스피드로 공격을 전개했다. 성남으로서는 광주의 밀집수비를 뚫을 방법이 빠른 역습밖에 없었고, 광주 역시 탄탄한 성남 수비를 뚫기 위해서 빠른 공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팀의 빠른 공격은 슈팅까지 전개되지 못했다. 빠른 역습을 막기 위해 선수들이 거친 반칙을 서습치 않았기 때문이다.
성남은 호흡이 완전치 않은 공격진이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광주는 190cm의 장신 최원우를 이용한 포스트플레이가 빛을 발하기는 했지만 역습 상황에서 수적으로 밀리며 골을 넣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양 팀 모두 선수 교체를 통한 전술 변화 없이는 승리를 얻기 어려워 보였다.
성남의 '성공적인' 승부수, 조동건-김정우
결국, 성남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부진했던 한동원과 빼드롱을 빼고 김정우와 조동건을 투입했다. 주전급 멤버를 투입해 승리를 거두고 컵대회 부진을 씻겠다는 각오였다.
조동건과 김정우가 들어오자 성남의 플레이는 한결 매끄러워진 모습이었다. 특히, 김정우의 투입은 성남의 답답했던 중원플레이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중원에서의 플레이가 좋아지자 두두와 모따의 플레이도 전반전에 비해 살아나기 시작했다. 광주로서는 그나마 최전방에서 찬스를 노리던 최원우마저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야 할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자연스럽게 성남은 조금 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후반 24분 장학영의 낮은 크로스를 이어받은 두두의 논스톱 발리 슈팅이 안타깝게 골문을 빗나간 데 이어, 후반 25분에는 조동건이 빠른 침투로 위협적인 슈팅 찬스를 만들어냈다.
결정적인 찬스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성남의 분위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이 찬스를 놓칠 성남이 아니었다. 후반 26분, 조동건의 패스가 빗맞으며 후방의 김정우에게 연결이 되었고, 김정우는 광주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낮고 빠른 슈팅을 날렸다. 71분간 열리지 않은 골문이 결국 교체선수들의 힘으로 마침내 열린 것이다.
흥미로운 경기 막판, 조동건의 '종횡무진'
성남은 마지막 교체카드로 손대호 대신 김상식을 투입했고, 광주 역시 허재원, 백주현, 박광민을 차례로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일단 경기 분위기는 선제골을 넣은 성남이 주도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슈퍼루키' 조동건이었다.
조동건은 특유의 빠른 침투로 광주의 수비진을 흔들어놓았고, 후반 34분에는 돌파 과정에서 광주 수비의 파울을 이끌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모따가 찬 페널티킥이 광주 골키퍼 박동석의 선방에 막히며 성남의 두 번째 골 기회가 아쉽게 날아갔다.
페널티킥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조동건의 움직임은 여전히 빛났다. 조동건은 체력적인 우위를 이용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신인답지 않게 자신감도 넘치는 듯 먼 거리에서도 슈팅을 아끼지 않았다. 자칫 재미없는 경기를 보고 돌아갈 뻔했던 성남 관중은 조동건의 활약에 흥분한 듯 열띤 응원을 펼치기 시작했다.
모따의 감각적인 오버헤드 슈팅이 나오는 등 막판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았던 성남은 광주의 막판 역습에 한 두 차례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김해운의 안정적인 방어로 실점 없이 1-0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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