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25 09:44 / 기사수정 2008.04.25 09:44
최종 엔트리 12명에서 무려 3명이 긴급 교체되는 악재가 생긴 것은 대표팀 선수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표팀 소집 거부와 태릉에서의 무단이탈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선수들을 둘러싼 협회와 구단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아직도 한국의 여자배구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정대영 대신 한국의 중앙을 책임지려고 긴급 수혈된 전민정(흥국생명)의 의지는 남다릅니다. 현재 여자배구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연습생으로 출발해 성공한 보기 드문 배구선수로도 유명합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에도 지목받지 못해 좌절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전민정은 흥국생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다시 배구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배구선수에 대한 미래의 불확실성과 선수생명의 단축으로 인해 적지 않은 여자선수들이 조기 은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여자배구의 현실입니다. 그 와중 속에 어떤 구단에 지목받지 못하고 다시 배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민정은 다른 길의 유혹을 뿌리치고 계속 코트에 서기를 희망했습니다.
정규 훈련 외에도 보충 훈련이 필요한 수련 선수의 생활은 너무나 힘든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정식 선수로 선발되지 않고 또다시 낙오해야 하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심적으로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민정은 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 팀의 주전선수에서 대표팀에까지 발탁되는 성공을 일구어냈습니다. 무엇보다 고달팠던 훈련을 소화해내고 새로운 선수로 거듭난 점은 오늘날의 전민정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07~2008시즌에 들어와서 전민정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가 지난 시즌 동안에 그토록 시도했던 이동속공의 빠르기와 위력이 나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들블로커로서 작은 신장(180cm)에 블로킹의 높이와 타이밍이 부족한 점은 그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리그에서 한층 성장된 공격력을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전민정의 이동속공이 과연 국제무대의 높고 탄탄한 블로킹 벽에 경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전민정에 한정되어 있는 문제점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서브 강도의 약세와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 그리고 미들블로커 진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약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은 미들블로커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붙박이 미들블로커인 스기야마 사치코와 아라키 에리카는 다양한 중앙속공을 정착하고 있는데다가 빠르기도 한국의 미들블로커와 비교하면 월등히 빠른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은 최근 한국과의 시합에서 결정적인 상황이 올 때마다 중앙 이동 속공과 B퀵 속공을 줄기차게 시도했습니다. 바로 속공을 따라가기에 발이 느린 한국의 미들블로커들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벌어진 월드컵대회에서는 일본의 주포인 구기하라 메구미와 일본 여자배구팀의 리더인 다카하시 미유키 등의 윙 스파이커를 차단하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결론적으로 중앙에서 신들리게 속공을 쏟아 부은 아라키 에리카를 잡지 못해 근접한 점수에서 따라잡지 못하고 끝내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한국국가대표에서 주전 미들블로커로 뛸 김세영은 이번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되찾았으며 높이가 있고 블로킹 감각이 뛰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중앙에서 빠른 스피드로 상대편 중앙과 사이드에 위치한 블로커들을 흔들어 놓을 미들블로커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가장 믿음직스러운 공격수인 김연경이 빠진 상황에서 남은 공격수들인 한유미와 김민지, 배유나 등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중앙에서 미들블로커들이 얼마나 선전해주는지도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는 관건으로 보입니다.
소속팀의 주전 선수를 뛰어넘어서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에 열의를 가졌던 전민정은 비록 정대영을 대신해서 태릉에 합류했지만 한국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한 선수임은 틀림없습니다. 만약 전민정이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할 카자흐스탄과 태국 전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의 득점을 중앙에서 성공시킨다면 한국팀이 베이징으로 갈 확률은 더더욱 높아집니다.
김연경과 황연주가 모두 빠진 현재의 대표팀은 큰 오픈 공격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을 구사한다면 절대로 다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안정된 리시브와 수비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세트플레이가 갖춰져야만 한국팀이 승수를 쌓기로 정해놓은 팀인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 공화국, 그리고 카자흐스탄과 태국을 잡을 수 있고 일본에 당하고 있는 11연패의 사슬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전민정 (C) 대한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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