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6 16:45 / 기사수정 2008.04.06 16:45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 친정팀 울산과의 연봉 협상 실패, 불거져나온 '거품 연봉' 논란까지….
김정우에게 2008년의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국내 언론은 연일 '5번째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위건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끝내 김정우에게 계약서를 건네지 않았다. 친정팀 울산으로의 복귀 역시 연봉에 대한 의견차이와 해외진출 보장 조건 때문에 쉽지 않았다. 3월이 되었지만 김정우는 여전히 '무적' 상태로 남아있었다.
성남 일화의 2008년 시작 역시 좋지 않았다. 이따마르, 김두현, 김용대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었던 김동현, 한동원, 정성룡의 컨디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두현이 없는 중원은 패스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공격수들이 공을 잡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성남의 분위기는 컵 대회에서 대구에게 패하며 최악으로 이르렀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던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문제인 '중원'을 보강하기 위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김두현을 대체할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진단이었고, 성남은 울산과 협상을 벌이고 있던 김정우에게 접촉했다. 고립무원의 김정우와 물러설 곳 없는 성남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대구전 패배 후 이틀 뒤인 3월 21일, 성남은 김정우의 입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J리그에서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아시안컵에서는 김두현을 제치고 중원사령관 역할을 했던 김정우였지만 그가 다시 돌아온 K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에 대해 많은 축구팬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울산과의 협상 과정에서 10억 원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김정우가 과연 '그 정도 수준의 선수인가'하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성남맨'이 된 김정우는 전남과의 경기에서 멋지게 데뷔하며 위기의 성남에 2연승을 선물했다. 아울러 멋진 데뷔골도 기록하며 성남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김정우의 활약은 1골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김정우는 새로운 팀에서 첫 경기를 뛰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김정우의 가장 큰 미덕은 '활동량'. 언뜻 부실해보이는 체격이지만 김정우는 긴 다리를 이용해 중원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며 활발히 공격과 수비를 조율했다. 각도가 없는 측면에서 성공시킨 김정우의 데뷔골 역시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빈 노력의 결실이었다. 다소 정적인 김두현과 비교하더라도 김정우의 오늘 활약은 인상적인 경기력이었다.
김정우의 또 다른 장점은 뛰어난 '위치선정'.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김정우는 한동원에 비해 수비가담에도 적극적이었고, 공이 오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빠른 공격을 주도했다. 전남은 김정우의 활발한 움직임과 탁월한 위치선정을 막아내는 데 실패했고, 결국 전반에만 3골을 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온 김정우, 그리고 성남 일화. 둘의 만남은 지금까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는 '윈윈' 관계로 보인다. 성남이 김정우의 활약을 계기로 선두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김정우도 새로운 둥지 성남에서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성남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는 김정우]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