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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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90분간의 흑과 백

기사입력 2008.04.04 15:04 / 기사수정 2008.04.04 15:04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영상 8도라는 예보가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쌀쌀했다. 걸음을 쉬이 옮기기가 무서울 정도로 바람이 불고 밖으로 나가기 싫을 만큼 쌀쌀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빅매치인 만큼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찾았다. 취재진들 또한 경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할 만큼 많았다. 양 팀의 서포터즈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가를 부르며 자신의 팀을 응원하며 기 싸움을 펼쳤다.

특히 이날은 울산에서 FC서울로 이적해 온 이종민과 전 경기에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박주영이 선발 출장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 정조국과 충돌 후 쓰러진 이정수. 상당히 위험했던 장면이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철렁하게 만들었다.



- 이적해 온 이종민. 활발한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 첫 골은 수원 삼성의 서동현이 터뜨렸다. 서동현은 골을 터뜨리고 난 후 제일 먼저 수원 서포터즈들에게 뛰어갔고, 곧이어 따라온 다른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누렸다. 





- 후반전 인저리 타임, 교체 출장한 조용태가 2번째 골을 터뜨렸다. 역시나 바로 수원서포터즈들에게 달려가 세레머니를 하며 같이 달려온 박현범과 잠시나마 골맛의 기쁨을 맛보았다.

두 골이나 먹혀서일까. 홈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여서일까. 잠시 후 뭔가 소동이 일어나는 가 싶더니 순식간에 선수들과 코치진들과 심판들이 뒤엉켜 그라운드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공을 뺏으려 밑으로 태클을 건 이상협을 송종국이 피하는 과정에서 밟게 되고, 격분한 이상협이 송종국에게 어필하다가 일이 크게 번진 것이다. 결국, 몇 분여 간의 소동 끝에 송종국과 이상협 모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고, 경기는 몇 분 지나지도 않은 채 끝났다. 마지막까지 페어플레이어로 일관되었어야 할 경기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기로 마무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볼 경합 중에 일어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시합에서, 그라운드 안에서 일어난 상황은 고의나 일부러가 될 수 없다. 하물며 같은 위치에서 같이 뛰는 선수들끼리 아무리 이기기 위해서 경기를 뛴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서로에게 지켜야 할 예의는 지키면서 뛰어야 한다. 적 이전에 동료고, 남의 팀 선수이기 이전에 축구를 뛰는 같은 프로 선수들이다. 그것이 경기가 지고 있든, 어떤 상황이든 간에 말이다. 

또한, 이 경기는 선수들만이 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위에 수많은 사람, 관중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고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 날의 그 소란에서 관중은 어떤 것을 느꼈을 것인가. 역시 K-리그는 재미없다든지, 싸움이나 하고 이게 무슨 일이냐 든지, 그런 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이상 보러 온 관중에게,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고 2시간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최소한 팬들이 보는 그 시간 안에서만큼은 열심히 뛰어야 하는 그 백이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흑으로 바뀌어버렸다. 보러 온 팬들에게도, 열심히 뛰었을 선수들에게도 서로 찝찝하고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그라운드 안에서의 선수들의 경쟁이나 경기 중 일어나는 여러 상황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문제는 그 상황들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하느냐다. 그리고 그 상황 이전에 팬들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느냐다. 이런 상황들로 팬들이 외면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손을 먼저 내밀어 주는 행동에 팬들이 더 열광하고 눈길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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