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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을 통해 본 첼시의 가능성…'드록바-아넬카 투톱'

기사입력 2008.03.25 18:21 / 기사수정 2008.03.25 18:21

이재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재호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소위 '빅4'간의 대결이 벌어졌던 '그랜드슬램 선데이'에 있었던 첼시와 아스날의 대결. 리그 2위와 3위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첼시를 이끄는 아브람 그랜트였다.

첼시는 그동안 꾸준히 승점을 쌓아온 끝에,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라이벌 아스날에게 후반 14분 바카리 사냐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디디에 드록바의 연속골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아스날을 밀어내고 2위 자리에 올랐다. 첼시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뿐 아니라 치열한 우승 레이스가 벌어지는 가운데 팀 전력의 효과적인 운용 방법을 찾아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첼시는 예전 주제 무리뉴 감독의 지휘하에서 성공가도를 달렸던 2004/05, 2005/06시즌 4-3-3을 채택했지만 2006~2007시즌 4-4-2포메이션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3천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주고 영입했던 안드리 셰브첸코와 기존의 주전 공격수였던 디디에 드록바, 두 명의 공격수를 내세우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해 첼시는 우승컵을 맨유에게 내주었다.

이번 시즌 초 무리뉴 감독이 사임하고 지휘봉을 잡은 아브람 그랜트 감독은 '아름다운 축구'를 표방하면서 다시 팀의 포메이션을 4-3-3으로 돌려놓았다. 첼시는 비록 그랜트 감독 부임 초반에는 여러 가지 잡음과 함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승점쌓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랜트 감독을 따라다니는 물음표가 있었으니, 바로 '무리뉴가 이뤄놓은 토대 위에서 편하게 팀을 꾸리고 있다'라는 비판이었다. 전반기 '빅4'와의 상대전적이 신통치 않았던 점도 그랜트에게 의문을 표시하는 근거가 되었다(시즌 전반기 1무 2패).

그런 그랜트에게 있어 겨울 이적시장은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영입을 통해 첼시에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었던 부임 후 첫 기회였고, 우여곡절 끝에 그랜트는 니클라스 아넬카를 선택했다.

아넬카는 지금까지 볼튼에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활약, 그리고 그랜트의 첫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그가 첼시 데뷔 후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습은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넬카를 둔 그랜트의 가장 큰 고민은, 4-3-3에서 아넬카를 어디에서 뛰게 할 지에 있었다.

아넬카의 성향상 4-3-3포메이션을 채택한다면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와야 했지만, 첼시에는 이미 디디에 드록바가 이 위치에서 주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그랜트는 드록바가 쉬는 경기에서 아넬카를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시켜 괜찮은 성과를 올렸지만, 드록바가 경기에서 뛸 때는 아넬카의 자리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다. 아넬카를 윙어로 뛰게 했던 토튼햄과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아넬카는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하며 그랜트의 주름을 깊게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드록바와 아넬카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운 4-4-2전형이 효과적으로 아스날의 수비를 공략했다는 점은 그랜트에게 앞으로의 팀 운영에 있어서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 25분 아넬카와 벨레티가 교체 투입되면서 4-4-2전형으로 전환한 첼시는 결국 역전승을 일구어냈으며, 아넬카와 드록바는 빠른 움직임과 수준급의 공중볼 장악 능력을 선보이며 아스날의 수비를 압도했다.

이론적으로 아넬카와 드록바는 모두 수준급의 포스트 플레이와 뛰어난 돌파력을 겸비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 두 선수가 함께 나설 경우 상대 수비는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4-3-3에서는 아넬카와 드록바의 포지션이 겹치는 관계로 둘의 공존이 어려웠지만, 후반 첼시의 모습과 같은 4-4-2전형이라면 아넬카와 드록바를 공격수로 기용함으로써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이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라면 둘 간의 호흡 문제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첼시의 역전골이 되었던 드록바의 두 번째 득점 상황에서 벨레티의 측면 크로스를 머리로 떨어뜨려 준 선수는 아넬카였고, 이를 놓치지 않은 드록바는 놀라운 슈팅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골을 터뜨렸다. 이 장면 외에도 아넬카와 드록바는 서로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살리며 아스날의 수비를 교란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첼시가 하루아침에 그들의 포메이션을 바꾸리라고는 예상되지는 않지만, 이들이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계속 유지한다면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첼시의 4-4-2는 첼시 공격의 옵션으로서 당당히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경기로 첼시는 아스날을 제치고 맨유를 승점 5포인트 차로 뒤쫓기 시작했다. 앞으로 맨유 역시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와의 일전이 남아있는 상황. 첼시로서는 본격적인 우승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첼시에게 있어서, 아넬카와 드록바의 활약 여부는 이 경쟁에서 과연 '아브람 그랜트의' 첼시가 최후에 웃을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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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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