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24 11:30 / 기사수정 2008.03.24 11:30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모름지기 어떤 일을 수행하든지 간에 '끝마무리'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원의 수행능력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뒷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나뉜다. 야구에서도 게임의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상대를 압도하는 특급 마무리 투수가 등장하면 투수가 속한 팀원들과 팬들은 '이겼다.'라는 안도감을 갖게 되며, 상대팀은 공포감과 함께 패배의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밋밋한 구위를 가진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게 되면 그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이처럼 각팀에서는 자기 팀에서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를 대부분 마무리로 낙점하고 맡기려고 한다. 올 시즌이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각팀의 특급 마무리 투수들의 각축전으로 인한 '마무리 타이틀'의 향방이다.
'구원왕 3연패 달성?' 오승환
올 시즌 강력한 '마무리왕' 후보 1순위는 '돌부처 '오승환(2007년 4승4패 40세이브 평균자책점 1.40)이다. 그는 이미 2006년과 2007년 47,40세이브로 '세이브왕'에 등극하며 강력한 포스를 뿜어냈다.
오승환은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의 초속과 종속에 거의 차이가 없는 묵직한 직구에 타자들은 타석에서 강한 위협을 느끼며 작아진다. '돌부처', '철가면'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2년간 이미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현재 페이스는 그리 좋지 않다.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올림픽 호에서 중도하차하였으며, 3월22일 롯데 전에선 9회 등판하여 카림 가르시아, 정보명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실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간 풀타임 마무리로 뛴 경험과 권오준, 권혁, 안지만, 정현욱 등 팀의 강력한 불펜진이 그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을 줄 것임이 분명하며, 타자들의 배트가 뒤로 밀리는 예전의 '돌직구'의 위력만 찾는다면 세이브 최다세이브 3관왕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첫 구원왕에 도전한다' 한기주
한기주(2007년 2승3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43), 하면 연상되는 것이 많다. '10억계약금','159km/h의 초광속구'. 한기주는 KIA팬은 물론이고 한국야구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한기주는 대단한 결심으로 오승환의 아성에 도전한다. 한국 최고의 파이어볼러인 그에게 지난 시즌 풀타임 마무리로서의 경험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힘을 실어 주었다.
100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지만 팀의 성적과 마무리투수의 세이브 숫자의 수는 보통 비례하기 마련이다. 이기는 경기가 많아야 그만큼 승리를 지키기 위한 마무리 투수의 등판 횟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기아는 시즌 전 예상과는 달리 팀 창단 첫 꼴찌를 했다. 하지만, 한기주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인 두산의 마무리 정재훈과 같은 25개의 세이브를 올렸다. 이 수치는 풀타임 마무리 투수 1년차 선수임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150 후반대의 직구를 가진 한기주는 올 시즌, 지난 시즌과 판이해진 기아의 전력에 힘입어 더욱더 많은 등판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믿고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한다면 올 시즌 마무리 타이틀 획득은 더는 꿈이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우규민
지난해 LG의 뒷문을 지켰던 우규민(5승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65). 언더핸드로서 비교적 빠른 직구를 가진 그는 주로 패스트볼, 싱커, 커브를 사용하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시즌 중반까지 '철벽 마무리'로 오승환과 마무리 타이틀 경쟁을 펼쳤지만,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서의 첫 경험과 한 여름 체력부족으로 인해 13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의 체력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을 자각한 우규민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체력에 중점을 두며 충실히 훈련을 했고, 다소 단조로운 구질로 인한 난타 예방을 위해 새롭게 '신무기' 체인지업을 익혔다.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그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 올 시즌의 활약을 예고했다.
'특급 잠수함' 정대현
지난 시즌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정대현. 변화무쌍한 팔색구로 상대타자들을 유린하며 SK의 뒷문을 책임졌다. 지난해 78이닝을 등판하였음에도 0.92라는 평균자책점이 말해주듯,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다.
현재 팔꿈치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벌떼' 계투진과 외야의 발 빠른 수비수들이 그가 마음 놓고 편안히 던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이다.
'2005년 구원왕. 올해 다시 한번?' 정재훈
2005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던 정재훈. 2006년에 2승3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의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오승환에게 밀려 구원왕 타이틀을 놓쳤고,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또한 오승환에게 집중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시즌에도 5승3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일조했지만 김경문감독과 두산 팬들이 정재훈에 대한 기대치에는 한참 떨어진 성적이었다.
두산의 2004년, 2005년 허리를 책임졌던 이재영과 이재우가 군에서 복귀했고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쥔 임태훈도 건재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마무리 자리를 수성 하기 위한 정재훈의 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3월22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9회 등판하여 김태완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벌써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재훈은 마무리 경험이 많은 선수이며, 특유의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춘 선수 이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만 되찾는다면 올 시즌도 2006년처럼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첫 마무리 임무' 브래드 토마스, 김성현, 임경완
한화는 6월에나 복귀할 예정인 구대성을 대신하여 외국인 좌완 투수 브래드 토마스를 마무리로 기용할 뜻을 보였다. 192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직구는 매우 위력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볼넷이 많은 것이 흠. 시범경기에서 4.9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구위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 김인식 감독은 생각하고 있다.
제주관광고 출신의 우리히어로즈의 신인 김성현은 대표팀에서 돌아온 황두성과 마무리 경쟁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대붕기 대회 청원고전에서 11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김성현은 시범경기 LG전에서 155km/h을 기록하며 새로운 '파이어볼러'의 탄생을 예고했고, 이광환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마무리로서 올 시즌의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4년 홀드왕 출신인 롯데 임경완은 지난해 군에서 복귀하자마자 불펜에서 7승1패를 기록하며 그간의 공백을 잊은듯한 활약을 하여 팀에 기여 했다. 한국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일찌감치 그를 마무리로 낙점 하였다. 전지훈련 기간동안의 구슬땀으로 몸을 만들며 연일 위력적인 투구를 했던 임경완은 올시즌 롯데의 가을야구를 위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오승환, 한기주, 우규민, 정대현, 정재훈 (c) 각 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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