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우젠 K-리그 2008 2라운드가 열린 퍼플 아레나에서 대전시티즌과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있었다. 홈팀인 대전의 0대 2의 패배로 큰 기쁨은 제주팬들이 가지고 갔지만, 대전팬들이 함께한 퍼플 아레나 그라운드에 숨겨져 있는 소소한 재미들을 찾아 소개한다.
경기 전, 박성효 대전시장이 나와 시민들 앞에서 대전시티즌의 응원가를 열창하고 있다. 지난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도 함께했던 박성효 시장은 서포터들과 함께 한 응원에서 박자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 이날도 전광판에 나오는 응원가의 가사를 컨닝하는 시장님의 모습에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워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경기장 밖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대선때가 아닌 평소에 정치인이 아닌 같은 대전 시민으로써, 대전시티즌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이들은 시민들의 마음과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44년 생, 대전시티즌 김호 감독(좌)과 1953년 생인 제주 유나이티드의 알툴 베루날데스 감독(우). 백발의 두 감독이 만났다. 언뜻 보아서는 누가 연배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두 감독 모두 연륜이 묻어나는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실상은 알툴 감독이 김호 감독에 비해 9살이 어리다. 알툴 감독은 손위아래를 따지지 않는 외국인 답게 김호 감독의 어깨를 감히(?) 두드리며, 쾌할하게 첫 만남의 악수를 나눴다.
에스코트 어린이들이 선수단 소개 후, 그라운드를 나가기 직전, 동심에 비친 외국인 할아버지가 신기했는지, 알툴 감독을 둘러싸고는 재잘재잘 어린이다운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에스코트 어린이들이 한없이 귀엽다는 듯, 알툴 감독은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을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받아주며, 다정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풍기었다.
홈 개막을 기념으로 대전팬들에게 나눠질 싸인볼을 얻어가는 제주선수의 표정이 너무 해맑다. 팬들에게 싸인공을 던지기 위해 관중석으로 향하던 대전 선수들에게서 싸인볼을 두개나 받아 낸 것이다. 자신의 자리 발치 아래에 고이 모셔 놓고도 틈틈히 안전을 확인하는 제주유나이티드의 선수.
하지만, 대전시티즌의 싸인볼은 선수들의 품에서도 발견이 되었었는데, 특히나 한 선수는 연습구들 사이에 싸인볼을 쟁여 놓기도 했다. 작년에 비해 제주유나이티드 선수단의 분위기가 화기애애 하고 자유로와 보였고, 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날 경기 중에도 대기 선수들이 출전 선수들을 계속 독려 응원하는 목소리를 내며 달라진 제주 유나이티드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득점 후, 선수들끼리의 골 세레모니는 물론이고, 벤치까지 달려와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외국인 감독, 코칭스텝들 역시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맞이 했고,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히 부르며, 응원하는 대기 선수들을 잠시 관찰한 후 그들을 따라 함께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는 마르셀로 피지컬 트레이너는 인상적이었다.
비록, 패하였지만,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퍼플크루는 이날 자체 제작한 휴지폭탄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경기장을 찾은 즐거움을 하나더 늘려가도록 힘썼다. 시민들에게 휴지폭탄을 전달할 인력이 모자르자, 일부 관중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경기장 곳곳으로 휴지폭탄을 전달하기도 했다.
후반전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휴지폭탄을 던지기 위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선 관중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심판의 휘슬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장에 눈이 온듯, 사방이 하얗게 뒤덥히고,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지만, 대전시티즌 경기를 찾은 시민들은 한가지 추억을 더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0대2의 패배 후, 프레스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가던 김호 감독의 발걸음을 어린 팬들이 잠시 멈추게 했다. 김호 감독에게 싸인을 요청하며, 자신들의 유니폼과 머플러를 떨어트렸다. 비록 패하였지만, 김호 감독은 그런 팬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였다.
프레스 인터뷰에서는 이날 경기결과에 대해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던 김호 감독은 선수들이 좀더 경기 경험을 쌓으면, 나아진 대전시티즌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2경기 연속, 외국인 공격수 없이 경기를 치룬 것에 대한 질문에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의 필요성이 높음을 역설하였다. 이날 경기에 출전 할 예정이었던 대전시티즌의 외국인 공격수 에릭은 퍼플아레나의 잔디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경기 시작 전 근육통을 호소하며, 2008 드래프트로 선발된 강선규로 교체 아웃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