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3:33
스포츠

[클로즈 업 V] 거품보다 잠재력이 더 풍부한 김요한

기사입력 2008.03.10 17:50 / 기사수정 2008.03.10 17:50

조영준 기자

이번 V-리그 개막을 앞두고 남자배구 프로팀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지던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대한항공과 LIG 손해보험의 강세, 그리고 여기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과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의 하락세가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시즌 종착역으로 치닫는 10일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당시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주전선수들의 노쇠화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안젤코 추크의 검증되지 않은 실력, 그리고 이젠 허약해진 백업 멤버들로 인해 삼성화재는 몰락의 길을 걸으리라 예상되었죠. 그러나 여전한 그들의 기본기와 수비실력은 탄탄한 안정감을 가져왔으며 이는 한국 배구에 완전히 적응한 안젤코의 공격력이 더해져 정규 리그 1위 수성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비되는 극명한 팀은 바로 4위 LIG 손해보험입니다. 이 팀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김요한입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1라운드 1순위 지명권 배율이 가장 높았던 LIG 손해보험. 이 팀은 양 날개의 공격력에 비해 수비진과 세터가 약한 팀의 사정을 고려하여 큰 맘을 먹고 김요한을 포기한 채, 김요한의 인하대 동기인 세터 유광우(삼성화재)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LIG 손해보험의 박기원 감독은 기대를 거스르지 않고 김요한을 선택했지요. 이러한 결과는 이번 시즌 내내 LIG 손해보험의 부진과 맞물려서 지속적인 논쟁을 야기했습니다.

계약금과 연봉에 관련된 문제로 팀에 늦게 합류하고 훈련도 부족했으며 부상도 있기 때문에 리그 초중반의 부진은 예상되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에다가 국가대표란 명분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던 김요한의 활약은 LIG 손해보험의 전력에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내내 김요한을 두고 밝힌 박기원 감독의 믿음처럼 김요한은 배구 선수로 성공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비록,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윙 스파이커들보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신장에 비해 탄력 또한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깨가 넓은' 좋은 상체 조건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증가시킨다면 지금보다 훨씬 위력적인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의 잠재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경기는 바로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였습니다. 어깨와 무릎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 기예르모 팔라스카 대신 라이트로 출전한 김요한은 15득점을 올리며 이번 시즌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자신의 위치가 아닌 라이트에서 이런 활약을 보여준 것이 고무적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줄곧 레프트 자리에서 뛰어온 김요한이 라이트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공격을 보여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성공률이 높았던 라이트 백어택 공격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시즌 내내 몸이 채 만들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요한은 뒤늦게나마 어느 정도 경기에 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점프하는 높이를 찾고 있었고 볼을 때려야 할 적절한 타이밍도 찾고 있지 못한 모습이었는데 어깨로만 밀어 때리는 모습을 버리고 손목으로 감아 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좋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김요한은 역시나 라이트 자리에선 자신이 의도한 각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듯 접전을 벌인 마지막 3세트에서 계속 블로킹에 막혔습니다. 결국, LIG 손해보험은 현대캐피탈에 0-3으로 패했습니다. 비록 1세트를 따내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1세트를 뺀 2세트와 3세트의 경기내용은 좋았으며 이길 수도 있었던 세트였습니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다음 시즌의 LIG 손해보험은 분명히 지금보다 몇 단계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가능성이 지대한 소속팀과 마찬가지로 김요한 역시 지금과는 다른 한층 뛰어난 선수로 변해있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박기원 감독은 "전 세계 어느 선수들을 봐도 김요한처럼 배구하기에 좋은 체격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동양선수로는 드물게 긴 팔과 넓은 어깨를 가진 상체에 이를 받쳐주는 하체조건까지 지니고 있는 김요한은 레프트에서 공격할 때면 자신의 넓은 어깨와 긴 팔을 이용해 큰 각을 이루는 공격을 할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가시켜 지금보다 한층 위력적인 파워만 갖춘다면 레프트 포지션에서 쉽게 막을 수 없는 거포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은  지금보다 빠른 스윙입니다. 또한, 볼을 때리는 모션이 큰 것이 상대방 블로커들에게 쉽게 눈에 띄는 만큼, 이 폼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더욱 스피드를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의 김요한은 허점이 많이 보이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성장할 잠재력도 많은 선수도 바로 김요한입니다. 그의 성장이 LIG 손해보험과 한국 국가대표팀의 앞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성장해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