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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구혜선 "어차피 먹을 욕이라 생각하니 마음 편해져"

기사입력 2017.01.05 06:59 / 기사수정 2017.01.05 06:45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배우, 영화감독, 작곡가에 화가까지. 우리에겐 배우가 더 익숙한 구혜선이 드라마 '블러드' 이후 1년 만에 대중 앞에 선보일 것으로 그림을 선택했다.

구혜선은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를 열고 관람객을 만난다. 2009년 '탱고', 2012년 '잔상', 2013년 '두 도시 이야기', 2013년 '잔상', 홍콩 갤러리 바이 더 하버에 이은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다크 옐로우'는 구혜선이 2009년 발매한 뉴에이지 작곡앨범 '숨1-소품집', 2015년 '숨2-십년이 백년이 지난 후에'의 수록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피아노 악보 및 사운드와 함께 그림을 융합한 새로운 시도다. 노란 색채적 이미지와 삼각형의 디자인적 요소를 통해 순수와 공포, 자유를 표현했다.


전시 소감 및 개인전을 열게 된 계기를 묻자 구혜선에게서 뜻밖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사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안 하고 싶었다"고 했다. 참았지만 참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삶의 집착이 작품으로 나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구혜선이 여태까지 작업해온 것과는 다른 스타일인데, "여백을 더 두려고 했다. 그림 외에는 많은 것들을 버렸다. 내가 표현한 걸 내놓으면 과시이거나 자랑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걸 비우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다크 옐로우'라는 모순된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 자꾸만 꿈이 생기는 것'이라는 전시 설명 중 일부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중이 모르는 구혜선의 좌절과 아픔을 생각하면 꿈이 많은 게 행복이 아닌 두려움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자로 알려진 부분 빼고 제가 시도한 건 손해가 크다. '하기라도 한 게 어디야'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잘될거라고 생각한게 계속 실패하다 보니 무력감이 생겼다. '꿈을 꾸지 않는 것이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쿨할 줄 알았는데 자존감이 떨어졌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게 희망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구혜선은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단, 차라리 다 내려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어차피 나는 실패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의외로 편했다. 어차피 욕은 먹을 거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배우 생활을 하며 흥행이나 소득이 중요했는데, 그런 게 인생의 행복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다. 그래서 구혜선은 앞으로의 도전을 죽기 전까지 인생의 과정으로 보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구혜선의 도전하는 행동 자체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것도, 어떤 지점인지도 알고 있었다. "(나로 인해) 상실감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죄의식을 가질 때도 있다. 그럼 내 마음도 좋지 않고, 내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근래에 많이 했다"고 했다. 구혜선도 자신의 꿈의 무게가 버겁지만, 계속 나아가는 이유는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배우나 작가로 수식되는 구혜선이 아닌 "생긴대로,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다.

"단순히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은 그게 진심이었는지 진실한 마음으로 그 일을 했는지 의문을 많이 가졌다. 지금은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이해받거나 공감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있는데 내가 지금 하는 것들이 거짓은 아니기를 바라면서 계속 탐구하고 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 진실하게 들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작가로서 더욱 성숙해진 구혜선의 새로운 작품 세계는 5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김한준 기자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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