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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나마나] '늦어서' 더 기대되는 김호 감독의 '용병 영입'

기사입력 2008.02.26 08:35 / 기사수정 2008.02.26 08:35

이우람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우람 기자] 시즌 후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대전 시티즌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대전은 25일 나이지리아출신 프랑스 국적의 에릭 오비나(FW.27)와 브라질 출신의 카스토르 (MF.29)와 3년간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 14일에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공식 입단 발표가 열흘 이상 늦어진 탓은 김호 감독의 최종 테스트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구단지정병원에서 의료검진을 받은 후, 곧바로 대전선수단 전지훈련장소인 통영에 합류해 7일간 엄한 훈련을 받은 뒤에야 대전의 자주색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잘 데려온 용병 하나가 셋보다 났다

대전의 이번 외국인 선수 전력 보강은 어느 팀과 달리, 시즌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뤄져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며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기 극적인 6강 돌풍을 일으킨 김호 감독은 이번에도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오 할 이상 좌지우지한다는 용병 농사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기 때문인데요. 

김호 감독은 "오비나는 빠른 스피드와 감각적인 골 결정력을 갖추고 있고 영리한 선수라 동료를 이용한 플레이도 잘해 최전방공격수로 낙점했다. 또한, 카스토르는 승부를 결정 지를 왼발프리킥과 수준 높은 패스능력을 갖추고 있어 공격형 미드필더와 좌측 공격수로 활용 가능해 올 시즌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평소 김호 감독은 외국인 영입에 대해 "잘 뽑은 용병 한 명이 평범한 3명보다 났다"며 공공연히 강조해왔습니다. 때문에 김 감독은 K리그서 실패하고 돌아가는 용병들의 대부분 현지 적응 실패임에도 불구, 서둘러서 득 볼게 없다는 입장으로 천천히 용병 전력 보강에 나섰는데요.

시즌 후 유럽 등지를 돌아나니면서도 팀의 전력보강을 위해 레이더망을 가동해온 김호 감독이 구단에 영입 희망을 찔러본 선수는 스위스 1부리그 취리히에서 활약 중인 프랑스 출신 장신 공격수 에릭 하슬리(26)였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은 다시 몸값이 비싸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하슬리의 이적료는 무려 25억, 임대료도 10억이나 됐습니다.

당시 김 감독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면 자연히 관중들이 찾을 수밖에 없고, 수입도 늘어나게 된다"면서 "혹시 다른 팀으로 되팔아도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조심스레 팀에 하슬리의 영입을 타진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한 해 예산이 70억 원이 채 안 되는 대전은 그럴 여력이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 정도 금액은 든든한 모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는 구단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몸값입니다.

(편집자 주: 시민구단의 연간 최소 운영비는 65억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김호 감독의 레이더망은 한동안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후 김 감독을 만나고 온 분들도  "다양한 국적의 몇몇 용병들의 프로필과 DVD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시다"고 전해주셨지만,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지역 언론을 통해 "대전이 오는 7월까지 용병 없이 리그를 치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지난 12일쯤이 되어서야 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단 그 제목부터 "대전, 대어급 용병들 입단 테스트"라며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 주인공들이 바로 이번에 영입한 오비나(사진 아래)와 카스트로, 그리고  레오라는 공격수였습니다. 

오비나와 카스트로, 대전의 앙리-히바우도?

앞선 두 선수보다 일찌감치 통영 현지에 합류한 레오는 브라질 명문팀 바스코다가마를 거쳐 포르투갈 1부 빅토리아 세투발에서 뛰었고 과거 20세 이하 '브라질 청소년대표팀에서 아드리아누와  투톱'에 포진한 바 있어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레오를 지켜본 김호 감독의 반응은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나 봅니다. 

몸값 수준을 떠나 예상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도리어 뒤늦게 합류한 오비나와 카스토르가 함께한 통영 전지훈련 테스트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계약 기간을 3년이나 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합니다. (물론, 시민구단인 만큼 이적료 이익을 염두에 둔 감도 있겠죠.)

81년생인 오비나는 17세의 나이에 아스널과 5년 계약을 맺는 등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공격수입니다. 신장189cm에 87kg 로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독일, 영국, 브라질 등 유럽과 남미에서 팀에서 활약한 선수로 활동폭이 넓은 것이 장점입니다. 특히 장신에도 불구하고 11초대의 스피드와 득점력을 함께 겸비해 마치 앙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3시즌(03-05)동안 21골을 넣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카스토르는 79년생으로 중앙에서의 위치선정이 좋고 경기조율능력이 좋습니다. 특히 왼쪽측면에서의 왼발 프리킥과 크로스는 최고 수준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카스트로는 공식 입단 전날인 24일 있었던 천진 테다와의 경기에 출전해 유연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김호 감독의 칭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답니다.

이를 두고 대전 구단 관계자는 "통영에 오기 전에 괜찮은 선수가 여럿 왔었는데, 모두 낙마했었다"며 "이번에 김호 감독이 팀 내 취약점인 최전방공격수와 미드필더를 잘 데려온 것 같다. 지난해 부활에 성공한 고종수와 함께 이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해주셨습니다.  


대전의 대형 용병의 꿈은 이뤄질까

대전의 전력 보강, 아직 끝이 아닙니다.  

바로 앞서 전해드린 '귀한 몸' 하슬리의 '필승 영입'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는 지역 언론을 통해 확인된 흥미로운 사실인데요. 대전이 높은 몸값이 영입에 최대 걸림돌인 하슬리를 '스폰서를 통해 이적'시키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고 합니다.

대전구단의 한 해 예산을 고려할 때 이적료가 25억 원 이상 드는 하슬리를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후원을 통해 선수에 대한 권리는 스폰서가 대부분 갖고 구단은 선수의 기용을 비롯한 관리권과 추후 이적에 따른 일정액의 이적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용병 문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죠. 

이는 제8프로야구 창단을 준비 중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통한 네이밍 마케팅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운호 대전시티즌 사무국장은 "구단이 높은 몸값의 하슬리를 직접 데려올 수는 없으므로 외부 후원자를 물색해 선수를 영입하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며 "스폰서의 요구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최종 결론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고 밝혔습니다.

김호 감독은 선수 발견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강추'했다는 선수라니, 꼭 좀 하슬리의 실력을 K리그에서도 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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