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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센테니얼이여, 라쿠텐을 보라

기사입력 2008.02.22 17:26 / 기사수정 2008.02.22 17:26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8개 구단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쏟고 있는 현재, 야구계의 가장 큰 이슈는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승계한 새로운 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에 관련한 것들입니다.

센테니얼은 지난 21일 우리담배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오는 23일까지는 선수단의 연봉 계약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선수단과의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되고 있지요. '긴축 경영'을 주장한 센테니얼의 방침과 선수단의 희망은 서로 상충하고 있어 시즌 개막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경제력 측면에서도 이득을 보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센테니얼에게 2004' 시즌 후 긴데쓰 버팔로스와 오릭스 블루웨이브 선수들을 끌어모아 창단한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라쿠텐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뒤엎고 창단 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라쿠텐, 야구장의 '테마 파크'화를 이루다

라쿠텐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던 이유는 과감하게 팬들에게 다가선 마케팅에 있었습니다. 긴데쓰의 연고지이던 오사카를 떠나 도호쿠 지방에 둥지를 튼 라쿠텐은 홈 구장인 미야기 스타디움의 이름을 인터넷 기업인 풀 캐스트에 3년 간 6억 엔에 팔았습니다.

구장 이름을 파는 것은 일본 내에서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이미 오릭스가 홈 구장 명명권을 2002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판매한 전력도 있고 세이부 라이온스 또한 2005년에는 인 보이스, 2007년에는 굿윌 그룹에 홈 구장 명칭을 팔았으니까요.

한국은 구장의 소유권이 지방 자치 단체에 있기 때문에 이는 구단이 지자체와 협력해 합의를 보아야 합니다. 최근 부산시가 사직 구장 명칭 사용권에 8억 원의 대금을 걸기도 했기 때문에 이에 관련한 수익 문제는 앞으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라쿠텐은 토속 음식 판매 등 편의 제공으로 '식신'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치어리더의 복장 또한 다른 팀에 비해 시원(?)해 남성 팬들의 눈을 야구장으로 모으기도 했구요. 라쿠텐의 풀캐스트 미야기 스타디움은 단순한 야구장이 아닌 가족들이 즐겁게 찾는 '테마 파크화' 되어 74억 엔(약 650억 원)의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선수는 우리의 자산

그렇다고 야구단을 돈으로만 간주해선 안됩니다. 한국의 현재 수익 구조 상 야구단이 제대로 된 이득을 보려면 현재 1인 당 입장 수입이 1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되어야 하겠지요. '소프라노 조수미-지휘자 정명훈' 배터리가 매 경기에 서지 않는 한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라쿠텐은 경기력으로도 팬들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2004년 말 오릭스와의 분배 드래프트 때 오릭스에 지명되었으나 오릭스 합류를 거부하던 '미남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27)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라쿠텐은 이와쿠마를 팀을 이끌 에이스로 간주하고 1억 엔이 넘는 돈을 오릭스에 지불해 데려와 신인 이치바 야스히로(26)와 함께 원·투 펀치로 내세웠습니다. 비록 '투구 시 이중 동작'을 용인하지 않게 된 야구계의 방침으로 이와쿠마는 3년 간 15승을 올리는 데에 그쳤습니다만 라쿠텐이 선수를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라쿠텐은 지난 시즌 11승 7패 평균 자책점 3.82의 성적으로 퍼시픽리그 신인왕에 오른 '마군' 다나카 마사히로(19. 사진)에게 연봉 6,000만 엔을 포함, 1억 1천만 엔을 안겨 주었습니다. 야구장에 놀러 온 사람들은 다나카의 경기를 보며 라쿠텐 경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라쿠텐의 요네다 구단 대표는 "캐릭터 상품 수익인 9억 5천만 엔 중 다나카 관련 상품이 1억 엔 넘게 팔렸다. 다나카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쿠텐은 선수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연봉 협상으로 '구단 이득'과 '선수 의욕 고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습니다. 이는 3년 만의 리그 탈꼴찌로 성과를 올렸습니다.


단순히 손익을 보고 야구단을 운영한다면 '성적 지상 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실패를 맛 보는 일은 불 보듯 뻔할 것입니다. 야구 선수는 노후 생활이 일반인에 비해서 불안하기 때문에 선수 생활 동안 '바짝' 벌어 두어야 합니다. 연봉 계약에 대한 구단과 선수의 마찰은 당연한 것입니다.

물론 센테니얼의 선수들이 경기 내,외적으로 프로 선수다운 몸가짐을 보여주어야 '고액 연봉'이 합당한 것이 되겠지요. 프로 선수가 일반인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프로다운 몸가짐을 보여달라.'라는 '품위 유지'의 측면도 있습니다.

'야구단'에게 선수는 '돈 먹는 하마'가 아닌 '이윤 창출의 도구 중 하나'입니다.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 또한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다른 팀 선수들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입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남녀노소의 팬들이 부담 없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경기력과 편의 시설, 그리고 선수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는 일까지. 센테니얼은 원활한 구단 운영을 위해 이 '토끼'들을 모두 잡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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