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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약점, 내 탓 같았다" 이현승, 미안함 지워가는 '가을 DNA'

기사입력 2016.10.31 06:00 / 기사수정 2016.10.31 02:15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나 때문에 괜히 다른 투수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죠." 이현승(33,두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두산의 가장 큰 약점으로는 불펜이 꼽혔다. '판타스틱4'로 대변되는 선발 투수진과 리그 팀 타율 1위의 타선은 굳건했지만, 정재훈의 부상 이탈로 인한 셋업맨 부재, 마무리 투수였던 이현승의 후반기 부진 등은 두산 뒷문 걱정으로 연결됐다.

이런 지적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투수 조장'을 맡은 이현승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후반기 실점과 블론 세이브로 이어지는 부진은 동료 투수들을 향한 죄책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현승은 "많은 사람들이 불펜을 팀 약점으로 이야기할 때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며 "무엇보다 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았고, 나를 향한 이야기로 들렸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비록 후반기 좋지 않았지만, 이현승은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본래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도 "(이)현승이는 집중력이 좋다. 좋을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피칭을 한다"며 "이용찬과 함께 상황에 따라서 한국시리즈 마무리투수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의 기대를 다시 받게 된 이현승은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과 2차전에 모두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순간 팀의 승리를 지켰다. 1차전에서 그는 0-0으로 맞선 연장 11회초 1사 1,2루 상황을 공 4개로 병살 처리해, 최소 타자(1타자)-최소투구(4개)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됐다. 2차전에서는 5-1로 앞선 9회초 2사 1루에서 선발 장원준이 갑작스럽게 손가락 물집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팀의 두번째 투수로 김종호를 삼진 처리하면서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이로써 이현승은 포스트시즌 21경기 출장해 24⅓이닝 3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37을 기록하면서 '가을 DNA'를 한껏 뽐냈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향한 믿음을 보인 감독과 코치진에 대해 그는 "감사하다. 사실 나 역시도 스스로 마무리로 실력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봤다. 그것이 용찬이었고, 상삼이었다"라며 "그동안 다시 준비했다. 내 나름대로 준비했다. 단기전이지만 짧게 나다운 모습, 남들이 지난해 나를 봤던 그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1차전에서의 병살타 유도도 간절한 마음이 이뤄낸 결과였다. 그는 "병살타를 유도한다는 마음보다는 (이)용찬이가 고생을 많이 한 만큼 돕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그 상황에서 나를 기용한 것은 막아달라는 의중이 큰 만큼 시즌 막바지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위에서는 약점으로 꼽았지만, 이현승은 불펜 상황에 대해서 지난해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불펜이 좋아졌다"라며 "전역해 온 투수들이 제대해서 복귀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고,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내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효율적인 운동이 된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동시에 본인의 각오도 다졌다. 이현승은 "단기전에서의 나의 실수는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라며 "최대한 집중을 해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힘주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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