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문부터 김의성까지…여름 스크린 장악한 악역 어벤져스②

 
[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윤제문부터 김의성까지 여름 스크린에는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극강의 악역의 활약이 돋보였다.
 
2016년 첫 천만영화의 기분 좋은 타이틀을 갖게 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는 김의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의성은 극중 고속회사 상무 용석 역을 맡았다. 용석은 그야말로 관객들의 혈압을 상승 시키는 인물이었다.
 
용석은 부산행 KTX에서 의문의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모두가 생존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오직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용석의 무한 이기주의는 보는 이의 탄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추격자'의 개미슈퍼 아주머니를 잇는 새로운 혈압 상승 캐릭터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김의성은 용석 그 자체였다. 생존을 위한 눈빛과 그의 외침은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이기적일 수 있나'하는 생각과 더불어 자신을 위해 타인의 희생은 개의치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담고 있어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김의성이지만 '부산행'을 통해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변신하며 대중에게 김의성이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부산행'에 김의성이 있다면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에는 윤제문이 있다. 윤제문은 '덕혜옹주'에서 친일파 한택수 역을 맡았다. 윤제문은 나라를 버리고 친일파로 변신하며 덕혜옹주(손예진 분)가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는 인물을 연기했다. 특히 덕혜옹주의 매 순간마다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덕혜옹주의 앞날에 장애물을 설치하며 보는 이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윤제문은 현실에 따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도, 민족도 등질 만큼의 이기적인 인물을 실감나게 그리며 모두를 답답하게 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됐던 윤제문이었기에 그의 한택수 연기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김의성, 윤제문이 맡은 역할에 비해서는 악함이 낮은 편이지만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이범수도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연기했다.
 
이범수는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았다. 림계진은 자신의 국가와 승리를 위해 가차없이 냉정함을 택하는 인물이다. 림계진은 자신의 전술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제거하고, 사상에 위반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철두철미하다.
 
이범수는 림계진을 위해 체중 7kg을 증량하고 북한 사투리를 공부하는 등 노력을 거듭하기도 했다. 또한 초반 보다 독한 모습이 적었던 림계진이 장학수(이정재)와 대조적으로 보이기 위해 독하고도 냉정한 모습을 그리도록 제안하고 그에 맞게 연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범수는 림계진을 연기하며 그의 극악한 모습과 함께 인간 림계진으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뇌를 녹여낼 수 있었다.
 
'터널'(감독 김성훈)에서 김해숙도 관객에게 답답함과 분노를 전하는 장관 캐릭터를 선보였다. 김해숙은 극중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를 구조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 방문했지만 언론에 보이는 이미지만을 위해 힘쓴다. 그는 정작 어떤 구체적인 대안 하나 없이 보여주기 프리젠테이션이나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
 
이와 더불어 김해숙은 사고 현장의 인명피해 소식을 듣자 대책 없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후반부 급박한 상황에도 자신의 사진 촬영과 이미지 관리에만 힘쓰는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후반부 "나한테 한 말이냐"는 김해숙의 대사는 그의 캐릭터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해숙은 타 작품의 악역들처럼 다른 인물을 방해하고 괴롭히지는 않지만 대책 없는 모습으로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고, 답답함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김의성부터 윤제문, 이범수, 김해숙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은 분노 유발 캐릭터를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여름 스크린 영화들의 흥행을 이끌 수 있었다.
 
tru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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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