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전설' 김병지(46)가 은퇴를 받아들였다. 앞만 보고 달려온 24년의 무한도전을 마무리했다.
김병지가 골키퍼 장갑을 벗었다. 김병지는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내 젊음이 머물렀던 녹색 그라운드를 떠난다. 나는 이제 은퇴한다"고 끝인사를 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현역 생활에 대한 갈망이 컸던 김병지는 몇줄의 글을 남기고 떠났다.
김병지는 늘 파격이었다. 지난 1992년 연습생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병지는 꽁지머리에 알록달록한 물을 들여 자신의 개성을 한껏 발휘했다. 특유의 헤어스타일은 색만 빠졌을 뿐 지금도 유지하며 긴 세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김병지를 통해 골키퍼의 이미지도 달라졌다. 그동안 주목 받지 못하던 비인기 포지션인 골키퍼를 양지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스타 골키퍼의 시대를 연 김병지는 막는 것이 전부였던 단조로운 역할에서 벗어나 K리그서 3골을 터뜨리며 '골 넣는 골키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병지는 199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국가대표에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3경기 모두 나서 홀로 세계의 벽과 상대하던 모습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골문을 비우고 하프라인까지 공을 몰고 올라가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도 보여주기도 했던 김병지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에 이름을 올리며 통산 A매치 61경기를 소화했다.
화려하고 파격적이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함으로 바뀌었다. 한해한해 지날수록 은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지만 김병지는 늘 이겨냈다. 1992년부터 쌓아온 출장수는 어느덧 24년이 흘러 706경기로 늘었다. 현대에서 시작해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등 다양한 팀을 누비며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김병지는 늘 최초와 최다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프로축구 최다출장(706경기), 최다 무실점(229경기), 최다 연속경기 무교체 출장(153경기), 최초 500경기(2009년), 600경기(2012년), 700경기(2015년), 최고령 출전(45년5개월), 골키퍼 최다 득점자(3골), 골키퍼 최초 필드골(1998년), 골키퍼 최초 페널티킥(2000년) 등 여러 부분이 김병지의 몫이었다.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김병지는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한다. 그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이다. 마음 속으로 은퇴를 결심했던 2008년 이후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여도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며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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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