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잘 버텼던 불펜도 지친 시기가 찾아왔다. 여기저기 구멍난 물항아리처럼 KIA가 손댈 곳이 한두개가 아니다.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맞대결. 이날 KIA는 초반부터 두산 선발 유희관을 흔들며 점수를 뽑았다. 4-1로 앞서다가 6회초 1실점 했지만, 6회말 나지완의 3루타 후 상대 실책 득점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7회초 또 두산이 1점 따라왔어도 7회말에 터진 '캡틴' 이범호의 홈런은 사실상 KIA의 승리를 확정짓는듯 보였다.
이날 KIA 타선은 6점을 뽑았다. 아주 넉넉하진 않지만 경기 흐름상 나쁘지도 않은 수치. 하지만 이번엔 지키는데 실패했다. 선발 지크 스프루일은 강한 두산 타선을 상대해 최소 실점으로 잘막았다. 그러나 투구수가 많았다. 6회를 마쳤을때 이미 110개를 넘겼다.
최근 불펜 상황을 알기 때문일까. 투구수가 많은 와중에도 7회에 마운드에 올랐던 지크는 결국 첫 타자 박세혁을 상대할때 제구가 되지 않아 볼넷을 내주고 박준표로 교체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박준표부터 시작해 이날 등판한 KIA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이다. 팀 타율이 3할이 넘는 유일한 팀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준표가 7회말 주자 2명을 남겨두고 물러났고, 홍건희가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홍건희는 급한 불을 껐지만 8회초 에반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2점차 상황에서 물러났다. 승리까지 필요한 것은 아웃카운트 3개. 김기태 감독은 9회초 '베테랑' 최영필을 선택했다.
그러나 최영필이 안타와 볼넷으로 1사 주자 1,2루 위기에 몰리자 또 한번 투수를 교체했다. 선택은 한기주였다. 한기주는 첫 타자 민병헌과 9구까지 가는 어려운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2사 주자 1,3루.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였다. 김재환에게 거짓말 같은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 한기주는 에반스와도 10구 승부 끝에 가운데 담장을 제대로 넘기는 대형 백투백 홈런을 맞으면서 두산에게 승리를 내줬다.
이미 야수들을 대부분 교체한 KIA는 9회말 선두 타자 김주찬이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점수를 내지 못했다.
진짜 고민은 최근 KIA가 이런 식의 경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KIA는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8회말 홍건희가 정근우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이길 것 같았던 경기를 내줬다.
불펜 투수들도 지쳤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홍건희를 비롯해 최영필과 김광수, 박준표가 현재 KIA의 필승조다. 하지만 KIA는 4월부터 윤석민, 임준혁이 로테이션에서 이탈하면서 '임시 선발'이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고, 자연스레 불펜 비중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던져온 필승조가 지친 까닭이다. 5할 승률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KIA. 엇박자 행진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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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