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우여곡절 끝에 오른 25인 개막전 명단. 이제 남은 것은 실력 증명 뿐이다.
볼티모어는 4일(이하 한국시각) 2016 메이저리그(MLB) 개막 로스터를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김현수도 포함돼 있었다.
먼 길을 돌아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약 8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만해도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주전 좌익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45타수 8안타)로 부진했다. 반면 경쟁자였던 조이 리카드는 28경기서 타율 3할9푼7리(63타수 25안타 1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 밖에 외야수 후보 놀란 레이몰드와 사비에르 에이버리도 각각 타율 2할6푼9리 3홈런, 3할1푼3리 4홈런으로 김현수보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적응이 아직 안돼서 그렇다"라고 이야기했던 구단도 김현수로부터 점차 돌아서기 시작했다.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현수는 계약 당시 마이너거부권을 넣었다. 김현수의 동의없이는 구단은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없다. 25인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할 경우 볼티모어는 700만달러를 모두 주고 방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 동의했다"는 등의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벅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펼쳤다.
김현수는 마이너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구단도 김현수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김현수는 "명단에 있어서 행복하다. 내게 기회를 준 구단과 코칭스태프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시범경기보다 더 험난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쇼월터 감독은 시범경기 중반부터 김현수를 기용하지 않으면서 전력 외로 분류했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김현수는 자신보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를 제치고 25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정규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고집을 부린다"고 말하던 일부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로스터에 포함시키면서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지만, 주전보다는 대타나 대수비 정도로 기용될 확률이 높다. 그만큼 김현수가 경기 감각을 익히거나 타격감을 올리기에는 최악의 여건이다.
일단 목표대로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드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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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