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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물초점] '12년 무관' 추일승 감독의 주문…Vincero(승리하리라)

기사입력 2016.03.29 22:28 / 기사수정 2016.06.08 15:51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 이은경 기자] 홍익대 졸업, 실업농구 기아자동차의 식스맨, 그리고 프로 감독 데뷔 후 12년간 우승 경력 없음.
 
이런 이력 때문에 추일승(53) 고양 오리온 감독의 이름 앞에는 ‘비주류’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2016년 3월 29일 이후로도 과연 그러할까. 이날 추 감독은 프로 감독 데뷔 13년 만에 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추 감독은 ‘비주류’라는 단어에 농담으로 응수했다. “저, 술 싫어합니다.”
 
추 감독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KT 감독을 맡았고, 2011년 오리온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프로농구에서 이 정도 긴 감독 경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비주류’는 아니다. 그러나 추 감독은 “그동안 주류냐 비주류냐, 우승 경험이 있냐 없냐를 갖고 이야기들을 해서 남몰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오리온은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후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정규리그 2위)를 완파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리온의 우승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추일승 감독은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추 감독은 그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2015~2016 챔피언결정전은 오리온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기억될 시리즈였다. 오리온은 매우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선보였고, 그와 동시에 공격은 화끈했다. KCC가 자랑하던 안드레 에밋-하승진 콤비가 무너졌다.


 
추 감독은 “기아자동차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후에 그런 생각을 했다. 충분히 뛸 수 있는 잠재력과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충분히 경기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1~2명의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농구를 한다면, 그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좋은 경기를 꾸준하게 할 수 있다. 또 더욱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농구를 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내 농구철학을 두고 ‘공산농구’라고도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를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수비 조직력을 잘 유지하면서 경기를 했다. 좋은 선수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건 바로 수비다. 수비 조직력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공격은 선수들이 알아서 하게 둬도 굴러간다. 모비스를 상대로 수비가 잘 되는 걸 보면서 ‘아,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추일승 감독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KT 감독직을 내려놓은 후 2년간의 공백기였다. 그는 “그때 ‘내가 농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우승을 하고보니, 농구는 어차피 내 청춘을 바쳐서 해온 것이었고, 앞으로도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추 감독은,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 자신을 다잡았던 ‘주문’을 소개했다. 그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폴 포츠라는 영국 가수가 나온 걸 봤다. 휴대폰 판매원을 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영국 TV프로그램에 나와서 놀라운 노래 실력을 선보여 스타가 됐다. 거기서 폴 포츠가 불렀던 노래(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마지막 부분 가사가 ‘빈체라(Vincero)’였다. ‘승리할 것이다’라는 의지가 담긴 가사인데, 힘들 때마다 그 가사를 되뇌었다. 폴 포츠에게 노래는, 나에게 농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kyong@xportsnews.com /사진=고양, 권혁재 기자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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